사납금 연쇄 인상될까봐 걱정 태산...사납금 맞추려고 월 최대 87시간 초과 근무 / 김지현 기자
부산 택시 요금이 인상된 후 두 달이 가까워 오지만, 법인 택시기사들의 한숨은 늘어가고 있다. 갑작스러운 기본 요금 인상 후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법인 택시기사들은 매번 요금이 인상 될 때마다 올랐던 사납금이 이번에도 인상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달 1일 택시 기본 요금이 올랐다. 부산 택시 기본 요금이 오른 것은 2013년 1월 2200원에서 2800원으로 인상된 후 4년 만이다. 중형택시를 기준으로 기본 요금은 3300원으로 전보다 500원 올랐다. 거리요금도 기존 143m당 100원에서 133m당 100원으로 올랐고, 시간 요금도 38초당 100원에서 34초당 100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부산시는 운송 원가의 상승분 보전과 운수 종사자의 처우 개선, 서비스 개선 등 이유로 들어 택시 기본 요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정작 택시 기사들은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줄어들어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법인 택시기사 이모 씨는 “택시 기본 요금이 오르기 전에는 하루 평균 30명 정도를 태웠는데 요금이 오른 뒤에는 손님이 24~25명 정도로 줄었다. 요금이 오르기 전에는 하루에 13시간 일해서 18만 원을 벌었는데 손님이 줄어서 이제는 15~16만 원 정도밖에 못 번다”며 “특히, 학생들이나 기본 요금을 내고 가까운 거리를 가는 손님이 줄어서 빈 차로 대기하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게다가 법인 택시기사들은 택시 요금이 오르면서 사납금도 덩달아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택시기사 강모(60) 씨는 “매번 기본 요금이 오를 때마다 사납금도 올랐는데 이번에도 택시 요금이 인상되면서 사납금도 곧 오를 것 같아서 불안하다. 작년에 사납금이 2000원 올랐는데 올해도 사납금이 오르면 부담이 크다”며 “손님들은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지금보다는 많아질 것 같은데, 사납금이 오르면 기사 입장에선 아무 의미가 없다”고 푸념했다.
법인 택시기사의 수입은 한 달에 회사에서 주는 기본급에 매일 운송 수입에서 사납금을 공제한 초과 운송 수입금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기본급에서 부족한 사납금을 공제하기 때문에 기사들은 매일 사납금 채우기에 급급하다.
부산 법인 택시기사 김모 씨의 하루 사납금은 13만 8500원이다. 김 씨는 한 달에 기본급 약 100만 원에 초과 운송 수입금을 더한 금액을 월급으로 받는다. 하지만 장시간 택시를 운행해도 사납금을 맞추기 힘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씨는 “하루에 사납금을 채우려면 보통 12시간 이상 몰아야 한다. 밥값을 포함해 15만 원을 벌어야 겨우 사납금을 맞추고 퇴근할 수 있다”며 “아무리 피곤해도 사납금을 맞추기 위해서는 장시간 운행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서울노동권익센터가 택시기사 704명(2교대제 655명, 1차제 49명)을 대상으로 한 '택시기사의 노동 실태 조사'에 따르면, 택시기사 한 명이 하루 종일 운행하는 1차제의 평균 근무 일수는 26.7일로 월 근로시간은 313.4시간, 두 사람이 교대로 근무하는 2교대제의 평균 근무 일수는 26.7일로 월 근로시간은 254.6시간으로 나타났다. 주40시간제에 따른 최대 근무 시간은 월 근로시간 174시간에 연장근로시간 52시간을 더한 226시간이다. 그런데 택시기사들은 한 달에 1차제는 87.4시간, 2교대제는 28.6시간 초과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같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시기사들이 장시간 일하는 이유는 사납금에 대한 부담이었으며 사납금을 채우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휴일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부산시는 10월 말부터 '희망키움 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해도 저금임을 받는 법인택시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조처로 시행된다. 법인택시 기사로 신규 채용됐거나 10년 이상 근속한 기사 1000명을 선정해 월 5만 원의 수당을 부산시가 지급한다. 택시기사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산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모삼선 부산시 택시행정팀장은 “올해 1차 예산은 이미 확보했고, 10월 20일까지 신청한 기사들의 요건을 확인 후 바로 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3개월 동안은 시범 운영 개념으로 사업 결과를 보고 내년에도 실행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도 예산이 확보되면 계속 사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