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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된 줄 알았던 '효명세자 책봉 죽책' 프랑스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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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된 줄 알았던 '효명세자 책봉 죽책' 프랑스서 귀환
  • 취재기자 윤민영
  • 승인 2018.02.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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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전 병인양요 때 탈취된 듯...경매장 매물 나혼 후 '라이엇 게임사' 기부로 구입 / 윤민영 기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라이엇 게임즈의 기부금으로 프랑스 개인 소장자로부터 환수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의 모습이다(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150년 전 병인양요 때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던 문화재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이하 죽책)’이 라이엇 게임즈의 기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죽책은 조선 왕실이 왕세자, 왕세손, 왕세자빈 등을 책봉할 때 대나무에 해당 인물에 대한 기록 등을 남긴 책이다. 이번에 환수된 죽책은 조선 왕실의 공예품으로서 예술성과 전형적인 조선의 죽책 형식을 볼 수 있는 왕실 의례 상징물이다.

이 죽책은 순조 19년(1819) 때 효명세자빈을 책봉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이 죽책의 글귀는 우의정 남공철이 지었고, 글씨는 서사관 이만수가 썼다.

외규장각 물품 장부 ‘정사외규장각형지안’에 따르면, 이 죽책은 지난 1857년까지 외규장각에서 보관했다. 하지만 1866년 병인양요 때 불타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 죽책이 지난해 6월 프랑스 경매에 출품됐다. MBC 뉴스에 따르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국외 경매에 나온 한국 문화재를 모니터링하던 중 발견했다. 재단은 이 사실을 확인한 뒤 경매사에 거래 중지를 요청했다. 이윽고 재단이 프랑스 보석상으로부터 죽책을 상속받은 개인 소장자와 협의해 2억 5000만 원에 구매했다. 이 구매 대금 2억 5000만 원은 미국 게임회사 라이엇 게임즈의 기부금이다.

이번 경매를 통해 죽책이 프랑스로 넘어가게 된 경위는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기록이 외규장각 물품 장부인 정사외규장각형지안에 명시된 점과, 프랑스군이 병인양요 때 외규장각 도서를 탈취한 점을 고려하면, 이 때 함께 탈취된 것으로 추정된다.

라이엇 게임즈의 기부로 되찾은 이 죽책은 어보와 어책 등 왕실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실 전문 박물관인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된다. 박물관은 조사·연구 및 전시 등을 통해 이 죽책을 조선의 높은 문화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죽책 환수 소식은 1월 31일 오전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라이엇 게임즈가 함께 국립고궁박물관(서울시 종로구 소재) 강당에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언론 공개회 – 라이엇 게임즈 기부로 돌아온 문화재’를 통해 밝혀졌다.

조선시대 역사학자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지금까지 소실된 것으로 여겨지던 외규장각 소장 죽책의 귀환은 매우 반갑고 놀라운 사건”이라며 “조선왕실의 품격과 높은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이 죽책의 발견을 시작으로 해외에 있는 소중한 우리 문화재의 발견과 귀환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이승현 대표는 ZD Net Korea와의 인터뷰에서 “소실되었을 것으로 추정됐던 매우 흥미로운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의미 있는 문화재의 귀환에 라이엇 게임즈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며 “앞으로도 여러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우리 문화유산 보호와 지원을 위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를 통해 죽책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이다(사진: 네이버 캡처).

죽책 환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도 문화재 귀환을 크게 반겼다. 한 네티즌은 “저 필체가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쓴 것이라 느껴질 정도의 명필”이라며 “소실된 것으로 알고 있던 문화재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도영(26, 충남 천안시) 씨는 “여성가족부가 그동안 게임산업을 망치는 규제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사, 그것도 미국의 게임사 기부로 좋은 일이 벌어진다”며 “그 많은 세금으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여성가족부와 비교된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한편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2012년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체결한 이후 누적 43억 원의 기부금을 기부하는 등 약 6년간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4년에 일제 강점기에 반출된 것으로 알려진 석가삼존도를 미국으로부터 반환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문화유산보호 대통령 표창을 외국계 기업 최초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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