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좀비 합성어 '스몸비족' 신조어도....보행·신호 반응 속도 크게 느려져 사고 위험 / 윤민영 기자
지난 1일, 김현진(27, 충남 천안시) 씨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승용차를 이용해 퇴근하는 길에 스마트폰을 보며 차도로 걸어 나오는 보행자와 접촉 사고가 날 뻔한 것. 김 씨는 “아무리 운전자가 전방 주시를 하더라도 스마트폰을 보면서 갑자기 차도로 뛰어드는 보행자는 어쩔 수 없다”며 “다시 생각해봐도 아찔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처럼 길거리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주변 환경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을 '스몸비족(smombie)'이라 부른다. 이는 스마트폰(smart 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 미국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도로교통공단 강수철 연구원이 발표한 ‘보행 중 스마트폰·음향기기 사용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보면서 보행할 때는 평소보다 보행 속도와 신호에 따른 반응속도 모두 느려진다. 강 연구원은 “자신이 차량을 보지 않고 보행하더라도 운전자가 알아서 피할 것을 기대하는 보행자의 인식이 사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으면 평소보다 시야가 좁아지고 청력도 감소한다. 사람의 평소 시야 각도는 평균 120°~150°지만 스마트폰을 볼 때에는 10°~20°로 급격히 줄어든다. 사실상 눈을 가리고 걷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돌발 상황과 장애물에 대처할 수 없는 셈이다. 또 평소 보행자가 주변 소리를 알아채는 거리는 평균 14.4m다. 도로교통공단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보행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주변 소리를 알아채는 평균 거리는 절반 이상 감소했다. 특히 참가자 15%는 불과 5m 거리에 있는 자동차의 경적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보행자 교통사고 원인과 관련된 통계는 아직 특별한 것은 없다. 지난 2015년에 보험사 현대해상이 발표한 통계가 유일하다. 이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현대해상에 접수된 보행자 교통사고 2만 2522건 중 스마트폰 관련 사고는 1360건으로 지난 2009년 이후 6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스마트폰 총 가입자 수가 5000만 명을 넘어서고 신조어 스몸비족이 생겨날 정도인 현재는 스마트폰 관련 사고 빈도가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된 아찔한 경험은 김현진 씨만 겪은 게 아니다. 대학생 이솔(23, 충남 천안시) 씨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가다가 사고날 뻔한 적이 있다”며 “그날 이후로 걸어다닐 때에는 스마트폰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폰을 꽂은 채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보행자와 사고난 적이 있다는 운전자 백경준(55, 충남 천안시) 씨는 “아무리 내가 전방주시를 해도 불법주정차된 차량 사이에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나오는 보행자를 어떻게 대처하냐”고 호소했다. 백 씨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사고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진짜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스몸비족에 의한 교통사고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이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스몸비족으로 인한 사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네덜란드, 독일, 싱가포르는 횡단보도 양쪽 바닥에 신호등을 설치했다. 스몸비족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신호를 볼 수 있도록 한 것. 미국 일부 주에서는 보행 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13년 서울 중구에선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보행하다 사고를 당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보행자의 요양 급여를 내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차량 운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지난 2015년 서울중앙지법은 보행자 책임이 100%라며 기각한 바 있다. 당시 법조계 관계자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사용 등 사고 원인이 전적으로 보행자 부주의에 있다고 본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반겼다.
장흥경찰서 경무과 김종원 씨는 지난달 4일, 언론 투고를 통해 “보행 중 전자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국민 캠페인과 동시에 법 제정을 통한 제도 마련이 동시에 이뤄져 보행자와 운전자 교통안전을 모두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