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로 몸살을 앓은 자유한국당이 보수 의원들의 과녁이 됐다. 제어장치가 없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막말에 이어, 최근에는 민심을 읽지 못한 논평이 문제가 된 것. 여론은 극과 극으로 치달은 가운데, 홍 대표는 본인의 막말을 ‘솔직함’으로 포장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한국당 ‘막말 논란’을 암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남 지사는 ”보수는 달라져야 한다. 언어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며 ”사용하는 언어조차 품격을 갖추지 못한다면 국민은 '보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지사는 "마땅히 비판해야 할 문제를 '거친 표현'으로 인해 본질을 훼손시킨 일이 반복됐다"며 "행동 양식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책임'에 기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 보수는 국민의 걱정거리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이날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한국당을 맹비난했다. 하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은 막말, 극우, 철새, 친박이 총집결해 있는 4대 구악 집단”이라며 “이런 4대 구악 집단은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보수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정치 구악 집단“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온라인에서는 한국당이 제1야당인 것은 한국 정치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들이 나타났다. 한 네티즌은 ”탄핵 정국을 거치며 국민들의 정치의식 수준이 높아졌다“며 ”그러나 아직 불물가리지 않는 한국당이 있는 한 한국 정치에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6·13 지방선거에서 전부 나가떨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입으로만 하는 정치는 아주 신물이 났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당은 최근 부적절한 논평으로 비난을 받았다. 문제가 된 논평은 지난달 28일 검찰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 후 나왔다. 검찰은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침실에서 나오지 않았고, 비서진이 달려가 겨우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홍지만 한국당 대변인은 ”7시간을 두고 난무했던 주장들 가운데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부역자들은 모조리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능한 대통령을 탄핵시킨 헌법재판소, 국회, 시민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 셈.
홍 대변인은 한술 더 떠 박 전 대통령 감싸기에 나섰다. 그는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그런 광풍을 저지하지 못해 수모를 당하고 결국 국정농단이라는 죄목으로 자리에서 끌려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의 논평도 지난 22일 문제가 됐다. 장 의원은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울산시장 측 수사와 관련한 논평에서 "정권의 사냥개",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한국당의 막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근본 없는 막말의 중심에는 항상 홍 대표가 있었다. 홍 대표는 반대파, 혹은 불특정 다수 집단에 ‘바퀴벌레’, ‘암덩어리’, ‘연탄가스’, ‘영감탱이’ 등의 단어를 쓰는데 거리낌이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대 계집애들’ 논란. 한나라당 대표를 맡던 지난 2011년 홍 대표는 서울 홍대 앞에서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같잖은 게 대들어“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홍 대표의 폭언도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2011년 7월에는 경향신문 기자에게 ”너 그러다가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게“라고 말했다. 당시 기자는 홍 대표의 불법자금 의혹에 대해 질문했다. 또, 지난 2012년에는 한 종편 방송국 경비 노동자에게 ”니들 면상 보러 온 거 안다. 네까짓 게“라고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홍 대표의 막말은 한국당 내부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한국당 소속 심재철 국회 부의장은 2일 홍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심 부의장은 이날 홍 대표의 당 공개회의 소집 거부를 지적하며, 홍 대표의 막말을 언급했다. 심 부의장은 "현재 한국당의 저조한 지지율은 홍 대표 자신의 언행에서 기인한 바도 적지 않다는 점을 홍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우택, 나경원, 유기준, 이주영 한국당 의원도 지난 3월 29일에 국회에서 중진의원 회의를 열고 홍 대표의 막말을 지적했다. 이들은 “홍준표 대표가 말을 조심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당 대표에게 입조심, 말조심을 시키라’는 말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홍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의 행태는 경상도의 해바라기 지지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직장인 이모(28, 경남 창원시) 씨는 ”아직도 경상도 어르신들 중에는 한국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꽤 있다“며 ”그들의 맹목적인 지지가 한국당의 수준을 이렇게 끌어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국민의 돈으로 개인 사욕을 채운 대통령 두 명을 배출시킨 당이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당당하다“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 씨의 말대로 한국당의 행태가 “통쾌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직장인 박모(55, 경남 창원시)는 “국회의원이라고 격식을 차리면서 꼿꼿하게 있는 것보다 가려운 곳 긁어주는 홍준표가 사람답다”며 “물론 가끔 지나친 발언으로 걱정될 때도 있지만, 장소 가리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라서 지지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도 물론 변명거리는 있다. 홍 대표는 지난 3월 31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통상 쓰는 서민적 용어를 알기 쉬운 비유법으로 표현하면, 할 말이 없는 상대방은 이것을 품위 없는 막말이라고 매도해 왔다“고 주장했다. 본인이 때와 장소를 가려서 말을 내뱉는다는 해명이다.
홍 대표는 이어 본인이 ‘막말 프레임’에 갇혔다고 호소했다. 홍 대표는 “나를 막말 프레임에 가둔 것의 출발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말에서 출발한다”며 “자살이라는 표현은 가장 알기 쉬운 일상적 용어인데, 자기들이 존경하는 전직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받아들이다 보니 그걸 막말이라고 반격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외교적 표현을 할 때와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정치를 할 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며 “맞는 말도 막말로 매도하는 세상”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