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목소리 높지만 법안 처리 제자리…전문가 "자극적인 방송 수익 구조 약화시켜야" / 정인혜 기자
인터넷 1인 방송의 선정성이 도를 넘었다. BJ(Broadcasting Jockey)가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어던지는 일명 ‘벗방’은 이미 유행이 지났다. 최근에는 일반인을 무작위로 섭외해 진행하는 방송이 대세다. 길거리에서 술 취한 여성을 ‘헌팅’해 수위 높은 술 게임을 하는가 하면, 성관계를 생중계하는 BJ도 등장했다. 많은 시청자들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1인 방송을 규제할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 음란행위, 일반인 모욕, 성희롱, 초상권 침해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방송을 진행한 BJ는 법적 처벌을 받는다. 지난해 대구에서는 음란방송을 진행한 여성 진행자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해 여름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을 몰래 촬영해 생중계한 진행자가 카메라 이용 촬영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입건됐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유해 콘텐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처벌하기 어려운 방송도 많다. 자극적이지만 불법은 아닌 콘텐츠는 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 관련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가 언급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에따라 인터넷 1인 방송을 심의, 제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방통위는 유해 콘텐츠 규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3월 음란 방송을 진행한 BJ 57명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이를 방조한 인터넷 방송 사업자에게도 징계 처분을 내렸다. 중징계 내용은 인터넷 방송 ‘이용정지’ 또는 ‘이용해지’ 제재 등이다. 성기를 노출한 BJ 6명에게는 영구 정지 명령이 떨어졌다.
문제는 처벌 강도가 약해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1일에는 미성년자 2명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생중계했다가 처벌받은 BJ가 또 다른 인터넷 방송에서 다시 방송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15년 미성년자와 2 대 1로 성관계하는 장면을 20여 분 방송한 뒤 700여 만 원을 챙긴 혐의로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전과자가 또다시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재를 받더라도 새 계정만 만들면 다시 방송할 수 있는 1인 방송의 맹점을 드러냈다.
현재 방통위는 유해성 콘텐츠를 강력하게 규제할 만한 권한이 없다. 규정을 위반한 콘텐츠를 찾아내 삭제하고 차단하는 역할을 맡고 있을 뿐이다.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와 관계 부처 간 간담회’에서 “방통위 단속만으로는 영상물 단속에 한계가 있다”며 “국회가 법을 만들어줘야 가능하다. 신고가 들어오면 권고할 수 있는 정도여서 한계가 있다”고 성토한 바 있다.
국회도 관련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해 국토교통위원회 자유한국당 박맹우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을 현행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고, 음란물이 유통되는 것을 인식한 후 이를 즉시 삭제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이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 기약은 없다.
전문가들은 자극적인 방송의 수익 구조를 약화시키고 유익한 방송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터넷 방송사 내 명확한 가이드라인 정립도 자극적인 방송을 규제할 수 있는 필수요건 중 하나다.
한 인터넷 방송사 관계자는 “(음란 방송 규제를 위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법이 미비한 상황에서는 인터넷 방송사가 내부 정책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유해한 콘텐츠는 강력하게 규제해 자극적인 콘텐츠 창작자들이 발을 못붙이게 인터넷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