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00만 관객 동원을 눈 앞에 둔 영화 <명량>이 등장할 정도로 영화관이 국민 여가시설로 자리잡고 있지만, 영화 관람료와 영화관 매점 가격이 야금야금 올라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1인당 영화 한 편 관람료는 1만 원에 육박하고, 매점의 팝콘 세트 가격은 2만 원을 훌쩍 넘었다.
소비자들은 오른 영화 관람료만큼 할인 받기 위해 영화관의 할인 쿠폰이나 할인 적용 결제 카드 등을 총 동원해 어떻게든 저렴하게 영화를 관람하려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른 영화 관람료만큼 늘어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바로 소비자들의 불만, 즉 컴플레인이 늘어났다.
최근 영화관 소비자들의 불만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에티켓 타임’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시간인 에티켓 타임을 영화관 측은 “고객 입장 안내 시간”이라고 풀이한다. 영화 상영 전 광고를 내보내는 시간을 통해 상영관에 늦게 들어오는 관객들을 위한 예비시간이라는 것이다.
에테켓 타임의 취지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소비자들에겐 괴로운 시간일 뿐이다. 늦은 고객들을 기다려주는 시간이란 명목으로 내보내는 광고 시간이 너무나도 길다는 것이다. 게다가 실제 영화표에 적힌 상영 시작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 광고를 내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실제 영화 상영 시작 전에 진작 필요한 극장 내 에티켓 지키기 영상과 화재 시 대피로 안내 방송은 광고에 비해 상당히 짧게 한 번만 나온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영화표에 적힌 시작 시간에 불만을 갖고 있다. 대학생 박민희(21, 부산시 북구) 씨는 “예매한 영화 상영 시간에 늦을까봐 땀 흘려 가며 뛰어 도착했지만 영화표에 적힌 시간보다 한참 뒤에 영화를 시작해 허무했다” 고 말했다. 직장인 김재희(29, 부산시 남구) 씨도 “영화관 측은 영화표에 적힌 상영시간보다 몇 십 분 더 늦은 상영시작으로 인해서 소비자들에게 시간적 피해를 줄 권리가 없다” 고 주장했다.
에티켓 타임에 극장이 내보내는 광고 자체에 짜증을 내는 관객들도 많다. 또한 똑같은 제품의 광고를 반복해서 두세번 내보내는 영화관도 있어 소비자들의 짜증이 더해지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대학생 김지혜(20, 부산시 북구) 씨는 영화관 에티켓 타임의 광고 시간을 줄여주기를 원하고 있다. 김 씨는 “비싼 돈 주고 보는 영화인데 시작도 하기 전에 수많은 광고들을 보고 있으면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주부 박영은(32, 부산시 남구) 씨는 집에서처럼 TV채널을 바꿀 수도 없고 영화관이 보여주는 광고를 강제로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 씨는 “원치 않는 광고를 앉아서 반강제적으로 보고 있자니, 닭장 안의 닭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영화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영화표를 예매할 때 실제 시작 시간이 언제인지, 광고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묻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CGV는 14분, 롯데시네마 10.4분, 메가박스는 8.2분을 영화 시작 시간 이후 광고를 내보내는 시간, 즉 ‘에티켓 타임’으로 쓴다고 되어있다.
메이저 영화관인 CGV의 관계자는 영화 상영 시작 시간이 영화표에 적힌 것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대해 고객들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인정한다. 이 관계자는 “영화 입장료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영화관 유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그런 방식으로 상영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이 광고를 보면서 지루해 하지 않도록 TV 광고에서 볼 수 없는 영화관 버전 광고를 내보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에티켓 광고 이외의 다른 수익원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