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누비는 중국 상인은 화상(華商)이라 불린다. 그럼 전세계를 누비는 대한민국 비즈니스맨은 뭐라 불릴까? 그들은 한상(韓商)이라 불린다. 한상들은 과거의 화상 못지 않게 지구촌 곳곳에서 성공신화를 일구고 있다. 그 한상들이 1년에 한 번씩 그들의 조국 대한민국에 모인다.
13회를 맞는 세계한상대회가 재외동포 경제단체 주최로 ‘새 시대, 경제도약의 동반자, 한상 네트워크'를 슬로건으로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1,000여 명의 해외 거주 한상과 2,000여 명의 국내 거주 한상이 지역, 산업별 포럼과 세미나, 기업 상품 전시회, 1 대 1 비즈니스 미팅, 재외동포 민원 상담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들은 기업 간 협약 및 계약을 체결하거나, 조언을 주고받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그 중 한 명인 배영수(58) 씨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미용 재료 도소매업 회사인 ‘원스탑 뷰티 서플라이’를 이끌고 있다. 31년 동안 미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그는 이전에도 수차례 한상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으며 한국 경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국의 경기침체와 대기업 중심의 성장, 그리고 중국의 도전을 우려하고 있다. 배 씨는 “한국 경제가 지금의 상황을 유지했다가는 갈수록 타국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한상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통합해 대한민국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모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0년 대규모 지진으로 끔찍한 피해를 입은 아이티에서 온 한상도 있었다. 아이티의 한상 원승재(68) 씨는 아이티 희망기술학교를 세우고 이를 통해서 아이티 학생들에게 컴퓨터, 미용, 전기, 용접, 건축, 태권도, 영어, 한국어 등을 가르쳐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원 씨는 아이티의 열악한 실상을 한상들에게 알려 많은 한상들의 협조를 받기 위해 한상대회에 참여했다. 그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치길 바랐다. 그는 “젊은이들이 전 세계로 시선을 돌려 비전과 목표를 가졌으면 한다”며 “해외에서 고생하며 지금의 명성을 쌓은 한상들이 세계로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앞길을 밝히는 데 큰 힘이 되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대회에는 해외에서 온 한상들 뿐만 아니라 미래의 한상을 꿈꾸는 국내의 예비 한상들도 참가했다. 이들은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개최된 기업 전시회에 부스를 차려 자사의 대표 상품을 홍보했다. 이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기업들은 해외 한상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외부 오염 물질로부터 옷을 보호하는 배수 코팅제를 만드는 (주)블루골드의 김경석(47) 팀장은 이번 한상대회에서 7개 나라의 한상 바이어들과 계약을 준비 중이라며 만족해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국내 영업은 하지 않고 해외 수출만 하는 회사인데, 현재 진행 중인 계약만 체결된다면 대박을 터트리는 셈이다"라고 밝혔다.
물 없이 껌처럼 씹기만 하면 되는 일회용 칫솔을 개발, 전시한 의료기기업체 '에덴21'의 팀장은 “우리 회사는 지금까지 개발에만 주력했는데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영업을 하기 위해 이번 한상대회에 참가하게 됐다”며 “우리 상품에 관심을 보인 세계의 한상들을 만날 수 있어서 보람찬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상대회 참가자 중에는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기능성 라면이 대표 제품인 (주)미가원의 김광권(57) 대표는 “일반인들이 보다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한상대회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세계한상대회는 26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차기 한상대회는 2015년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경북 경주시 하이코(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