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중국 쑤저우(苏州)에서 동북아의 환경현안 및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는 ‘제20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TEMM, Tripartite Environment Ministers Meeting)’가 이틀간 진행됐다. 회의에는 김은경 환경부장관을 비롯한 리간제(李干杰, LI Ganjie)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 나카가와 마사하루(中川雅治) 일본 환경성 장관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번 회의를 통해 3국은 최근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는 ‘미세먼지’와 관련한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는 3개국의 환경 최고 당국자를 중심으로 동북아 환경현안 개선을 위한 실질적 협력을 강구하는 자리다. 지난 1999년, 한국의 제안을 계기로 서울에서 제1차 회의가 주최됐으며, 이후 각국에서 매년 순차적으로 열리고 있다. 1차 회의는 장거리이동 대기오염(산성비), 황해 및 동해오염 등 한국의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각국의 환경개선과 공동협력을 이끌어 낸 바 있다.
24일 본회의에서 김은경 장관은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를 비롯하여 동북아의 대기오염 개선을 우선적으로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어서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십'(NEACAP)을 제안하여 양국의 협조를 약속받았고, 올해 10월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 밖에도 3국은 그동안 추진해온 협력사업의 주요 내용과 앞으로의 비전을 담은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본회의에 앞서 진행된 양자회담에서도 김 장관은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일본과는 미세먼지 예보 정확성 향상과 해양오염 문제, 붉은 불개미를 비롯한 외래생물 관리 등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중국과의 회담에서는 ‘한․중 환경협력센터’ 개소와 청천 프로젝트, 양국 간 미세먼지 정보공유 등 대기오염 문제에 대해서 심도 있게 논의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미세먼지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중국의 태도에 지적이 이어졌다. 3국은 지난해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19차 회의에서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LTP) 공동연구의 결과보고서를 올해 발간하기로 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리간제 중국 환경부 장관은 “(연구에 대한) 최신자료가 충분치 않다”며 “내년에는 보고서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 장관은 회담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미세먼지 감축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입장을 내비쳤지만 그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두 명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수희(44, 부산시 남구) 씨는 애매모호한 중국의 태도에 불만을 표했다. 이 씨는 “아이들의 미세먼지 노출에 신경 쓰고 있는데, 마음 같아선 그 원인국인 중국의 책임을 따져 묻고 싶다”며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심각하게 이 문제를 받아들이고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인 협력에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해지는 미세먼지농도에 대비해 방진마스크를 구비하고 다니는 대학생 곽승혁(25, 부산시 진구) 씨 또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중국의 태도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입장에 환경부는 말을 아꼈다.
한편 제21차 환경장관회의는 2019년 일본에서 열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