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통학 차량에서 어린이를 놔두고 내렸다가, 어린이가 무더위 속 차안에서 고열로 사망하는 사고가 연발하고 있다. 어린이 통학차량의 뒷좌석에 벨을 설치하고 운전자가 직접 뒷좌석에 가서 빈자리를 점검한 뒤 벨을 눌러야 시동이 꺼지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리고 어린이 통학 차량의 짙은 선팅을 제거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우리나라 도로교통법 시행령 28조(자동차 창유리 가시광선 투과율의 기준)에 따르면, 앞면 창유리는 투과율이 70% 미만, 좌우 옆면 창유리는 투과율 40% 미만이 되어야 하며, 이를 여길 시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요새 우리 주위 차량들의 선팅 투과율은 20% 미만도 흔하고 심지어 5% 미만도 있다. 아예 차 안이 보이지 않는 차량이 절대다수다.
선팅은 일종의 ‘콩글리시’다. ‘sunting’이란 영어 단어 자체가 없다. 정확한 영어 표현은 ‘window tinting’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국어대사전에는 ‘선팅(sunting)’이라고 표기되어 표제어로 등장하고 햇빛 차단용으로 차 유리에 얇은 막을 입히는 일이라고 정의돼 있다. 영어에 없는 단어를 국어사전이 인정할 정도로 대한민국 차량은 선팅을 당연시한다. 90년대까지도 불법선팅을 단속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단속을 우려하는 운전자도 없고, 단속하는 경찰도 없으며, 투과율을 측정해서 불법 선팅을 단속할 장비를 경찰이 가지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선팅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불법이다. 물론 우리도 불법이지만 사문화됐다. 선팅은 햇빛을 차단해서 여름철 에어콘 성능을 높여줄 수는 있지만 교통안전에는 커다란 장애요인이다. 선팅한 차 안의 안전벨트 착용 유무도 알 수 없고, 운전자가 어디보고 있는지 주변 운전자가 알 턱도 없다. 골목길에서 큰길로 나오려는 차의 운전자가 큰길을 쳐다보고 있는지 알아야 큰길을 달리는 차량의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미국에서는 어린이들에게 건널목을 건널 때 운전자의 눈을 보라고 한다. 어린이와 눈이 마주친 운전자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에게 절대로 돌진하지 않는다. 과도한 선팅으로 운전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가 운전자와 눈길을 마주칠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도 어린이 통학차량이나 일반인 승용차 안이 훤히 보인다면, 어린아이가 차안에 갇혀 위급하다는 사실을 주위 행인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 차량은 물론 모든 차량의 선팅을 이 기회에 모조리 제거하면 어떨까? 카인테리어 소상공인들도 도와줄 겸 음주단속하듯, 전국의 경찰이 투과율 측정기 들고 전국의 도로를 막고 딱 1주일만 단속해보자. 차안이 환해지면서 세상도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