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1-01 16:59 (금)
어린이 통학차량이 안전불감증 더 심하다
상태바
어린이 통학차량이 안전불감증 더 심하다
  • 취재기자 조소영
  • 승인 2014.07.14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아용 카시트, 깜박이 없는 버스도 ...아이 맡긴 부모들 좌불안석
6월 17일 오전, 전북 완주군 용진면 원주아파트 부근에서 유치원생 13명을 태운 버스가 3m 아래 논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차에는 원생 13명과 교사, 운전기사가 타고 있었지만, 큰 사상자 없이 대부분 탑승자들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는 데 그쳤다. 3m 아래로 추락했으나 그들이 무사했던 이유는 전원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린이 통학버스들이 안전벨트 착용을 하지 않는 등 관련 법규를 지키지 않는 일들이 많아서 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사고는 총 282건이 발생했고, 이 중 사망자는 12명, 부상자는 451명이다.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가 어린이 통학차량에 관한 법을 제정하기 위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보육시설 및 학원 통학차량 사고 신고율은 실제 건수의 26.6%, 사설학원의 실제 사고 신고율은 실제 건수의 2.2%에 불과해, 실제로는 282건보다 훨씬 많은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도로교통법 제2조 23항에 따르면, 13세 미만인 어린이의 통학에 이용되는 어린이 통학버스에서 유아가 타고 내릴 때 운전자는 점멸등을 작동시키고, 보호자가 동승해야 하며,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 통학버스는 아이들의 승하차가 잦다보니 운전자들이 점멸등을 잘 켜지 않는다. 경북 포항시에 사는 박현주(19) 양은 올해 5세인 동생이 있다. 박 양은 동생이 어린이집에서 오갈 때 배웅해 주면서 단 한 번도 통학버스의 점멸등이 작동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박 양은 “요즘 안전이 큰 관심사인데, 어린이집들이 통학버스에 대한 작은 규칙을 지키지 않아 동생 안전이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 점멸등과 어린이보호표지가 부착된 차량(우)과 부착돼 있지 않은 차량(사진: 취재기자 조소영)
어린이 보호차량은 어린이가 타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차 전체를 노란색으로 도색하고 어린이 보호차량임을 나타내는 어린이보호표지를 차의 앞과 뒤에 부착해야 하는데, 이 또한 지키는 차가 적다. 특히, 규모가 큰 유치원은 어린이 수에 비해 차가 부족해 현장 학습 등 단체로 외부에 나가는 일이 생길 때는 유치원 전용 차량이 아닌 외부 차량을 임대해서 이용하기도 한다. 이때 임대된 차량은 유치원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어린이 보호차량임을 나타내는 노란색 도색도 이루어지지 않고 위험 신호를 알리는 경광등도 부착돼 있지 않다.
▲ 노란색 도색이 이루어지지 않은 차에 어린이가 탑승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소영).
2015년 1월부터 유아가 어린이 통학차량을 이용할 때는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되고, 어린이 승하차 시 교사가 함께 동승하도록 법이 강화됐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안전띠 매는 것을 갑갑해 해서 수시로 안전띠를 푸는 일이 발생하기 일쑤고, 이런 경우, 동승 교사가 달리는 차 안에서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이 힘들다고 유치원 관계자들은 말한다. 경남 양산시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라모(50) 씨는 “최대한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안전띠를 채우지만, 아이들이 몸집이 작아서 카시트 벨트를 빼는 경우도 허다하고, 집이 가깝다고 아예 처음부터 안 매려는 애들도 있어서 항상 벨트 전쟁을 치른다”고 말했다. 특히, 현행법에는 36개월 미만인 영아는 영아용 카시트 벨트를 사용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런데 많은 어린이집이 적은 자본으로 운영돼 일일이 영아용 카시트를 구입하기가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어린이집 대다수가 인근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운영되다 보니 통학차량의 운행 범위도 길지 않다. 그래서 잠깐을 위해 유아용 카시트를 아이 수에 맞게 구입하는 게 힘들다는 것이다. 라 씨는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법에 따라 필요 안전 물품을 구입하는 게 어린이집으로서는 어려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어린이가 보호차량에서 승하차시 교사가 함께 내려서 탑승을 도운 다음 다시 타에 올라야 하는 법 규정도 어린이 보호시설이 지키기 어렵다. 그렇게 했을 경우, 정차 시간이 길어져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경남 김해시에서 유치원 교사를 하고 있는 박모(21) 씨는 "아이들이 얌전히 내리고 타는 것이 아니라서 교사들이 일일이 아이들을 차에 태우는 것이 너무 힘들다. 등교만 도와도 기운이 쭉 빠진다"고 말했다. 부산시 화명동에서 어린이집 차량을 운행하는 이재훈(55) 씨는 어린이 통학차량을 위협하는 일반 운전자들의 매너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씨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일반 운전자들 때문에 항상 신경이 곤두선다. 어린이를 내려주고 태우는 과정에서 뒤에 오는 차들이 아이의 안전을 생각해 조금만 배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