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명우(22, 부산시 동구 초량동) 씨는 SNS에서 모 제과의 신제품 스낵 ‘허니버터칩’에 대한 글을 많이 접했다. 그는 과연 허니버터칩 맛이 어떨지 궁금해서 인근의 편의점, 슈퍼, 마트를 다 돌아다녀봤으나 결국 허니버터칩을 찾지 못했다. 진열대에 허니버터칩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직장인 한아름(27, 부산시 동래구 명륜동) 씨는 편의점에서 과자를 고르고 있었는데 편의점 주인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더니 창고에서 허니버터칩을 하나 꺼내 슬며시 건네주었다. 한 씨는 “사장님이 나직한 목소리로 ‘예뻐서 특별히 주는 거다’라며 허니버터칩을 한 봉지 꺼내줬다”며 “무슨 첩보영화를 보는 줄 알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SNS를 통해 전국에 불어 닥친 허니버터칩의 인기 탓에 요즘 편의점, 슈퍼의 진열대 유리창에는 “허니버터칩 없음”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허니버터칩의 인기는 20, 30대 젊은이들의 SNS를 통해 급속도로 번져나가 편의점마다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매스 미디어의 광고가 아니라 SNS의 입소문을 통해 특정 상품의 인기가 번지는 것을 가리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라고 한다. 여기서 영어 ‘viral’은 ‘virus’의 형용사형으로 ‘바이러스에 의한’이란 뜻이다. 이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또는 SNS의 ‘좋아요’나 ‘공유하기’ 기능을 통해서 친구에서 친구로 어떤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이 널리 알려지도록 기획된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바이럴 마케팅이란 결국 제품의 인기가 바이러스처럼 확산된다는 의미에서 유래됐다.
바이럴 마케팅으로 유행을 맞은 제품은 단지 허니버터칩만이 아니다. 한참 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젊은이들의 필수품으로 떠오른 일본제 물병 ‘마이보틀’ 역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널리 소개됐다. 취업준비생 이승희(25, 부산 해운대구 중동) 씨는 평소 밖에서 음료수를 자주 마시는 편이 아닌데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마이보틀 사진들을 보니 예뻐서 하나 구입하게 됐다. 이 씨는 “자신의 마이보틀 구입 이유가 바이럴 마케팅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럴 마케팅으로 인한 허니버터칩 품귀 현상은 일명 ‘허니버터칩 인질극’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비교적 인기가 없는 과자 3개에 허니버터칩 하나를 끼워 팔거나, 맥주 6개 묶음에 허니버터칩 하나를 사은품으로 붙여 판매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누리꾼들은 이러한 모습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며 “이 맥주를 사가면 (인질로 잡혀 묶여 있는) 허니버터칩을 놔주마”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품귀현상은 허미버티칩을 비인기 제품과 묶어 파는 ‘인질극’ 사태에 그치지 않고, 뒷거래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기 중고거래 사이트인 네이버 중고나라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허니버터칩 거래 글이 올라온다. 이곳에서는 허니버터칩을 구입하기 위해서 원가인 2,500원보다 3분의 1 가량 비싼 3,000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교수는 2014년 11월 27일자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허니버터칩의 유행을 일으킨 바이럴 마케팅을 하나의 혁신 사례라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여기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사소한 것에서도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고, (바이럴 마케팅처럼 누구나 혁신적인 생각을 하면)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