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잠에 빠진 어느 날 밤, 딸은 세 통의 부재중 전화와 함께 종적을 감췄다. 영화 <서치>의 기승전결 중 '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실종된 딸을 찾아나서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다룬 영화는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초점은 실종에 맞춰진 것이 아니고 독특한 화면 구성 방식과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의 활용에 있다. 이러한 것들을 인지하는 순간, 당신은 필자처럼 이 영화에 매료될 것이다.
한국판 리암니슨인 존 조 배우 주연의 화제작 <서치>는 생각보다 액션이 크지 않다. 리암니슨의 <테이큰>과 다르게 액션이 아닌 ‘IT 스릴러’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장르를 IT 스릴러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이 영화의 독특한 영상편집방식 때문이다. 이 영화는 영상을 화면에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이 영화는 영상을 뉴스 미디어나 SNS 영상처럼 편집해서 그것이 컴퓨터 화면에서 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 영화의 제목이 <서치>인 이유는 주인공인 데이빗이 인터넷을 통해 실종된 딸의 행적을 쫓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넷 ‘검색’으로 딸의 학교친구, 소꿉친구, SNS친구를 찾으면서 그녀가 실종된 날 밤 어디로 갔는지, 그녀의 대인관계가 어떠했는지, 그녀가 평소에 무엇을 즐겼는지를 알 게 된다.
나는 아버지가 아닌 성인 여자이고 게다가 아이가 있는 어머니도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시작 전 프롤로그에서 딸이 태어난 때 주인공 데이빗이 가졌던 시점의 부성에 공감하게 됐다. 애처가이자 좋은 아버지였던 그는 영상과 사진으로 가족의 일상을 기록한다. 일상에서의 미디어는 이러한 기록의 힘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일상이고 특별한 경험일 수 있는 것을 담아내는 것이 미디어의 힘이다.
그러한 미디어에 자신의 기록을 담아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게 해주는 SNS라는 뉴 미디어는 오늘 날 이 지구촌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것은 대중매체보다 더 강하고 방대한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영화 <서치>에서 텔레비전이라는 전자제품은 계속 나오지만 TV 화면이 영화에 비춰지는 법이 없으며, 딸이 실종된 원인과 과정, 결과마저도 모두 영화 장면은 SNS 화면으로 보여준다.
SNS는 실로 이중적인 존재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든 감정은 SNS에 대한 혐오감이었다. 운영자에 의한 SNS의 익명제와 실명제는 총과 칼보다 잔인한 무기가 된다.
SNS 익명제로 인한 사이버 범죄 악용성과 실명제로 인한 자기 과시 충족은 다수의 피해자를 낳고 그대로 자신이 돌려받기도 한다. 실제 영화에서도 그렇다. 익명의 누군가로 인해 딸은 실종됐고, 아버지는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했으며, 실명제로 인해 부녀는 지인들의 감성 팔기와 관심 구걸에 이용당해야 했다.
SNS를 즐겨 사용하지 않는 관객들은 쉽게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내용이 곧 현실이다. 이야기 자체는 허구지만 이 영화의 감독인 아니쉬 차간티는 구글의 사원이었다. 그렇기에 SNS를 통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고 그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SNS는 현실에서는 더욱 악용되는 곳이고 가벼운 조롱이나 비난이 서슴없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실화 같지만 실화가 아닌 이 이야기는 현재의 SNS가 만드는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풍자인 것이다.
영화 <서치>는 메신저로 시작해서 메신저로 끝난다. 아버지는 소통의 벽을 뚫으려 노력했고 딸은 아버지를 더욱 소중한 존재로 여기게 됐다. 처음 시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SNS의 <서치> 그 마지막은 한 가정의 행복한 결말이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한 가지 숙제를 던져 준 것이다. 과연 당신들도 SNS 세상에서 이렇게 행복한 결말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 영화는 SNS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