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강동규(27, 부산시 진구 부전동) 씨는 패션 안경 마니아다. 그는 매일 패션 안경을 착용한다. 그는 패션 안경에 관심이 많아 선호하는 패션 안경 제품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큰 고민 없이 구입한다. 강 씨가 갖고 있는 패션 안경은 80만 원짜리도 있고 100만 원짜리도 있다. 강 씨는 “좋은 안경을 쓰는 것이 내가 중시하는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 때문에, 가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씨처럼 자신이 가치를 두는 제품은 다소 비싸더라도 자신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마케팅 용어로 ‘포미족’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포미(FOR ME)란 건강(For health), 싱글(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알파벳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이며, 동시에 ‘나만을 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포미족이 2030세대에서 뜨고 있다.
국민은행 홈페이지의 경제 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2030세대 포미족의 특징은 ‘가치 중심’ 소비다. 리포트는 과거 고가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이른바 ‘보여주기’ 소비 경향이 강했다면, 포미족은 자기만족적인 소비 성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림에서 나타난 것처럼 동양증권 리서치 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과거 젊은 세대들의 소비 패턴은 중간 가격의 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했다면, 포미족은 가격이 비싼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는 소비 패턴을 보인다.
포미족이 자신이 좋아 하는 물건이라면 비싼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구입하는 이유에는 그들이 싱글이란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월 28일 <헤럴드 경제> 기사와 3월 9일자 <주간동아> 기사는 1인 가구의 증가가 포미족이 부상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1인 가구란 곧 2030대 미혼 남녀 싱글들을 가리키며, 부양할 가족이 없는 이들은 자신의 취미나 즐거움에 따라 소비하는 경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 이미현(32, 경남 김해 부원동) 씨는 직장을 잡고 부모 집에서 분가해서 1인 가구로 생활한 지 2년이 넘었다. 평소 피부관리와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이 씨는 얼마 전 백화점에서 100만 원대의 화장품 세트를 구입했다. 이 씨는“나를 위한 투자이고, 나의 만족을 위해서라고 생각해서, 고가 제품이지만 구입하는데 심적인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경성대 경제학부 이재희 교수는 포미족 부상의 또 다른 원인으로 소비제품의 양극화를 꼽았다. 이 교수는 소비 제품이 고급 사치품과 저가품으로 양극화되고, 중간 제품은 사라지는 추세 속에서, 싸기 때문에 물건을 사는 사람들과 비싸도 원해서 사는 사람들로 소비계층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스토랑 매니저인 박관용(29, 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 씨는 프리미엄 진에 관심이 많다. 박 씨는 작년부터 20만 원에서 30만 원대의 프리미엄 진을 사서 입고 있으며 관련 커뮤니티 카페에도 가입해 정보를 얻고 있다. 박 씨는 “일반 청바지보다 (프리미엄 진이) 비싼 편이지만, 제 값을 한다고 생각하고, 무엇보다도 입고 나갔을 때의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34, 부산시 사상구 괘법동) 씨는 차를 깨끗이 하고 광을 내는 데 관심이 많아 50만 원대의 차량용 왁스제품을 사용한다. 이는 다른 왁스 제품들에 비해 10배가 넘는 가격이다. 강 씨는 “차가 빛나야 나도 빛난다고 생각해서, (왁스에) 큰돈을 쓰더라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포미족의 고급 소비는 고급 음식 소비에도 나타난다. 요즘 딸기 시즌에 맞춰 서울 그랜드 엠버서더 호텔은 딸기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딸기 뷔폐는 딸기 케익, 딸기 초콜렛 등 딸기를 이용한 20여 가지 전 세계 각지의 요리를 맛볼 수 있게 하는데, 세금을 포함해 한 번 이용하는 가격이 1인당 5만 원대로 비싸지만, 앞으로 2주간 예약이 완료됐고, 창가 자리를 이용하려면 3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호텔 관계자는 <시빅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딸기 뷔페 주 고객층은 20, 30대 여성분들이다. 고급스런 디저트를 원하는 분들이 많아 4월 말까지 큰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9) 씨도 며칠 전 한 달 전에 예약해둔 딸기 뷔페에 다녀왔다. 1부와 2부로 나뉜 딸기 뷔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김 씨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디저트에 굉장히 만족한다”며 “내년에도 예약해서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장안대 프랜차이즈 경영학과 임실근 겸임교수는 <시빅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포미족의 등장에 따라서 이들이 고가를 투자하는 제품 종류가 더욱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교수는 “기업들이 바잉 파워(buying power)가 무엇인지를 꾸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