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조경린(21, 부산시 진구 개금동) 씨는 최근 20대, 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컬러링’에 빠져있다. 컬러링이란 색이 비어있는 그림에 색연필 등 색칠 도구를 가지고 임의로 색을 입히는 일종의 색칠놀이다. 조 씨는 인터넷을 통해 구할 수 있는 도안은 거의 다 구해서 색칠을 완성했다. 그는 “이제는 서점에서 컬러링북 도안을 샀는데, 그 안에는 A4용지보다 큰 것도 있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컬러링 도안은 A4 용지 사이즈에서부터 가로 세로가 2m가 넘는 대형 도안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컬러링 도안은 대개는 사진처럼 기하학적 문양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물, 풍경, 명화 등을 도안으로 사용하는 컬러링도 있다. 컬러링을 위한 도안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각종 도안이 담긴 컬러링북을 서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컬러링북에는 100여 점의 그림이 수록돼있고, 가격은 1만 5,000원 안팎이다. 대표적인 컬러링북으로는 <비밀의 정원> 등이 있다.
도안의 크기와 복잡함, 그리고 이용자의 실력에 따라 완성까지 빠르게는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길게는 며칠이 걸리는 도안도 있다. 컬러링에 사용되는 색칠도구는 주로 색연필이다.
도안에 어떤 색을 칠하느냐는 철저히 그리는 사람 마음이다. 자유롭게 도안에 자기만의 색을 채워 넣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듯하다. 컬러링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부터, 컬러링 색칠놀이가 SNS를 통해 직장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직장인 전형목(32, 부산시 해운대구 서동) 씨는 최근 컬러링을 통해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전 씨는 “색을 칠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움직임만으로 나만의 작품이 만들어지니 즐겁다”며 “(색을 입히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어서 다른 근심들을 다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컬러링이 스트레스 해소를 넘어 성취감을 주는 취미활동이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김유빈(26,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씨는 컬러링이 좋다는 말을 듣고 집에 안 쓰는 색연필이나 펜 등을 이용해서 인터넷에서 찾아 프린트한 도안들에 색칠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 장을 마치면 무슨 위대한 예술작품을 만든 듯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김 씨는 본격적으로 서점에서 컬러링북을 사서 색칠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것이 벌써 3개월째고, 그가 남김 작품은 40여 점이 된다. 김 씨는 “집에서 안 쓰고 묵혀뒀던 색연필이나 싸인펜 등을 이용해 도안에 색칠을 했더니 나만의 작품이 만들어져서 크나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컬러링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대학생 장미화(24, 부산시 금정구 서동) 씨는 컬러링을 하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다. 장 씨는 “흥미가 없으나 남들이 좋다고 해서 했는데, 빨리 완성해야 한다거나 남들보다 예쁘게 만들고 싶다는 부담감이 들어 컬러링을 하는 내내 괜히 불편했다”고 말했다.
컬러링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일종의 미술치료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시 북구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최근 몇몇 출판사로부터 ‘미술치료’ 용 컬러링북을 제작하자는 요청이 왔지만 거절했다. 그는 “미술치료는 재료와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는 ‘자율성’이 우선 담보돼야 하는데, (그리는 틀을 미리 주어) 그 과정이 생략된 컬러링은 미술치료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수인 교수는 시빅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컬러링 북처럼 하나의 대상에 몰입하면 ‘주의 전환 효과’로 스트레스의 원인을 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성심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환 교수도 역시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이 색칠한 작품을 바라보며 느끼는 충족감이나 만족감이 스트레스에 싸인 사람에게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