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대학생 김소명(24, 부산 금정구 장전동) 씨는 등굣길에 나서기 위해 지하철에 올랐다. 출근과 등교 시간이라 지하철 내부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가까스로 몸을 구겨 넣은 김 씨는 많은 학생들이 백팩을 매고 있는 걸 보고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 설 자리에 가방이 차지하고 있는 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백팩들이 사람 몇 인분씩 자리를 차지한다”며 “가방을 등에 메지 않고 가슴에 안고 있다면 보다 더 많은 승객이 탈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 오모(21, 부산 중구 남포동) 씨는 지하철에서 백팩은 흉기처럼 느껴진다. 체구가 왜소한 그녀는 지하철에서 백팩을 멘 남성들이 지나가면 이리저리 치이기 일쑤다. 얼마 전 오 씨는 키 큰 남성의 백팩에 얼굴이 쓸려 가벼운 상처를 입은 적도 있었다. 오 씨는 "지하철에서 백팩에 치이고 쓸리다 보니 백팩만 봐도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백팩은 부피가 큰 만큼 지하철 공간을 을 협소하게 만들고 주변 사람을 다치게 해 쩍벌남, 화장녀에 이은 지하철 3대 민폐로 꼽히고 있다. 백팩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불편이 늘어나자, 부산교통공사와 부산 대학생들은 '백허그(BagHug)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백허그 캠페인 제안한 부산대학생광고연구회 'PAM' 대표 최진우(24, 부산시 남구 용호동) 씨는 “이번 캠페인은 뒤에서 안는다는 의미 ‘Back hug’ 달리 가방(Bag)을 앞으로 안아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가방을 앞으로 안게 되면 가방이 차지하던 공간을 줄일 수 있고 뒤로 매고 있을 때보다 남을 다치게 할 일이 없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지하철 객차 내에서 백팩을 앞으로 맬 뿐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하철역 내부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접한 대학생 김성환(24,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 씨는 “평소에 백팩을 자주 매는데 백팩이 남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캠페인을 통해 알게 됐다”며 “편리하다고 백팩을 애용하지만, 누군가에겐 피해가 될 수 있다니 조심해야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 캠페인 포스터는 부산 지하철의 각 역 내부 게시판에 부착돼 있는데 SNS를 통해 시민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시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캠페인을 접하게 된 네티즌들은 “공감된다,” “멋진 캠페인”이라는 등 크게 호응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지하철에서 백팩으로 인한 이용자의 불편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