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 벽 얇아 옆방 코고는 소리도 들려...잠 설치기 일쑤
원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유인철(21, 부산 남구 대연동) 씨는 매일 밤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고민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옆방에서 들리는 말소리, 노랫소리 때문이다. 그는 학생회 집행부 일과 아르바이트 때문에 항상 밤늦게 원룸에 돌아와 숙면을 취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휴식이지만, 옆집 소음으로 인해 매일밤 뒤척이다가 잠을 설친다. 유 씨는 결국 옆방 소음 때문에 조용한 원룸을 찾아 이사갔다. 그는 “매일 밤 잠을 못자 화가 나서 다음 날 아침에 옆집 문을 세게 차고 항의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 아파트에는 층간 소음이 문제라면, 대학생들이 사는 원룸은 룸과 룸 사이의 소음, 즉 ‘횡간 소음’이 문제되고 있다. 요즘 원룸이 젊은이들의 주거공간의 대세가 되면서, 횡간소음을 겪는 사람들이 적잖이 생기고 있다.
이하늘(22, 대연동) 씨도 매일 새벽마다 각종 소음에 시달린다. 윗 층에서 샤워하는 소리 뿐 만 아니라 옆집에서 술 먹으며 게임하는 소리, 음악을 크게 틀어 놓은 스피커 소리 등이 그를 괴롭힌다. 그는 “내 집에서 자는 건지, 공사판에서 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혜진(22, 대연동) 씨는 횡간소음으로 더욱 고통스럽다.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가 ‘민망한 신음 소리’이기 때문이다. 권 씨는 문 앞에 포스트잇을 붙여 조심해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민망한 소음 때문에 얼굴이 화끈해진다. 포스트잇에 조용히 ‘사랑해 달라’고 써서 문에 붙여 놨지만, 오히려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룸 횡간소음 문제가 심각함에도 횡간소음 관련 법규는 입법과정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소음정보시스템(www.noiseinfo.or.kr)에는 각 지역 소음 정도를 알려주는 정보, 공항별 항공기 소음 통계정보, 철도소음 통계정보가 있다. 특히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동주택 층간소음에 한해 분쟁을 조정해주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도 있지만, 횡간소음에 관한 정보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현행 건축법은 대학생들이 주로 사는 원룸을 다가구주택으로 분류해 소음에 관한 법적 규제를 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다. 다가구주택은 아파트와 같은 다세대주택과 달리 하나의 가구로 간주해 동일 건물 내 소음은 규제 대상으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는 ‘소음 방지를 위한 층간 바닥 충격음 차단 구조 기준’ 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했다. 이로써 다세대 주택들의 층간 소음에 대한 규제가 생기게 됐다. 하지만, 다가구주택의 횡간소음을 규제하는 법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다가구주택의 경우, 세대 간 경계 벽이 20cm이상으로 지어져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20cm의 벽으로는 소음을 못 막는다. 더구나 대개의 원룸들은 별개의 거주자가 살 룸과 룸 사이를 원래부터 두꺼운 시멘트벽으로 나뉜 두 개의 별개 룸으로 만드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커다란 하나의 룸으로 만든 다음, 준공 검사 후 칸막이 공사를 추가로 해서 두 개의 룸으로 개조하며, 이 과정에서 룸과 룸 사이는 얇은 구조물이 벽을 대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부산 대연동에 위치한 한 빌라 주인은 건물 지을 때 아파트처럼 나눠서 지은 것이 아니라며 “방을 나눌 때, 그냥 벽돌 쌓고 시멘트를 발랐다. 따로 방음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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