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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못간 아마 야구 선수들은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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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못간 아마 야구 선수들은 갈 데가 없다
  • 취재기자 이중엽
  • 승인 2015.05.0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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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프로 관문에 7명중 6명이 탈락..'야구 밖에 배운 게 없는데" 한숨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이다빈(24) 씨는 2년 전만 해도 전도유망한 대학교 야구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작년에 자신이 몸담고 있던 야구부를 그만 두고 한 사회인 야구팀의 코치를 맡고 있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했던 야구선수 신분을 내려놔야 했다. 이 씨는 “막막했다. 너무 큰 충격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지금껏 배운 야구를 그만둔다는 생각에 눈물만 흘렀다”고 말했다. 프로 야구선수가 되는 길은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에게는 가히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다. 2015년 KBO 신인 지명 기준으로 올해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 760명 중 103명, 즉 7명 중 1명 정도만이 프로구단 지명을 받았다. 이 씨와 같이 도중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거나 지명을 받지 못한 소위 ‘선출’(선수 출신)은 그후 각종 생활고에 부딪게 된다. 야구밖에 배운 게 없기 때문이다. 프로 야구선수의 꿈을 접지 못한 아마 선수들은 일부 프로 구단의 육성선수(과거의 신고선수)로 입단한다. 육성선수란 거의 계약금 없이 최저 연봉인 2,700만 원을 받는 일종의 연습생들이다. 이들은 KBO(한국프로야구위원회)에 정식 선수로로 등록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들은 고용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 육성선수가 프로1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빙그레 이글스 장종훈, 두산 베어스 김현수,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으로 대표되는 연습생 신화가 있긴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육성선수는 아무도 알지 못한 채 연습만 하다가 방출되고, 그 후 한 평생을 같이 했던 야구를 접게 된다.
▲ 사회인 야구 코치를 하고 있는 이다빈 씨(사진: 취재기자 이중엽)
그나마 운이 좋으면, 야구와의 인연을 끊지 않고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나온 중학교나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에서 코치직을 제의받아 코치를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보수는 훨씬 적지만, 리틀 야구단이나 사설 어린이 야구교실에서 코치직을 맡는 경우도 있다. 이 씨는 “주변에 다른 비슷한 처지의 야구하던 친구들이 간신히 코치직을 얻어 생활한다”고 말했다. 이 씨와 같이 사회인 야구팀 코치직이라도 맡아서 야구와의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출은 야구와 결별하게 된다. 이들이 야구 이외의 직업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들 대부분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선수로 대성하기 위해 야구만을 배웠기 때문이다. 일반 청년들도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요즘,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야구 특기생들이 일자리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은 대부분은 단순 노동에 종사하거나 다행히 가업이 있어서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 야구선수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일은 ‘세상이 다 아는’ 야구계의 오랜 관행이었다. 한국 학생 야구선수들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부터 야구를 시작하며, 운동 시작과 동시에 공부와는 담을 쌓게 된다. 이들은 훈련을 핑계로 학교 수업에 빠질 때가 많아 정규수업을 따라가기가 점차 벅차게 된다. 대학교까지 야구생활을 하다가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게 된 김민수(22) 씨도 “학창 시절에 학교 수업에 들어가 본 게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자, 대한야구협회, 즉 KBO는 2011년부터 고등학교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뒀을 때 학생이나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학력을 갖추게 하기 위해 학습권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 그 결과가 바로 고등학교 야구의 주말리그란 것이었다. 주말리그란 토, 일요일, 공휴일, 방학을 활용하여 권역별로 주말에 리그를 벌이고, 그 결과 1학기 권역별 챔피언이 모여 황금사자기라는 전국대회를 가지며, 2학기 권역별 챔피언이 모여 청룡기 전국대회를 갖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야구팬 정모 씨는 “KBA의 바람대로 주말리그 때문에 공부하는 야구선수가 나와서 선출들의 앞길이 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말리그 제도는 일선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프로지명을 기다리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주말만 열리는 경기가 좋은 경기 감각을 이어가지 못하게 하는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은 경기가 없는 주중에도 공부하기는커녕 더욱 연습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주말리그를 경험했던 김민수 씨는 “주말에 경기가 없을 때는 그나마 4교시까지 수업에 들어갔으나, 경기가 있는 주간에 수업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고, 그 주간은 당연히 하루 종일 운동했다”고 말했다. 대학 야구부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문모(23) 씨는 주말리그가 학습권을 전혀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는 "(프로구단) 스카우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주말만 시합이 있다고 주중에 공부할 상황이 도저히 되지 않는다. 공을 하루라도 놓으면 한 순간 좋았던 감을 잃어버린다"고 말했다. KBA의 주말리그제 도입과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출들의 미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야구팬 정강섭(25,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씨는 “은퇴한 선수들을 위한 제도가 더 많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며 “공부하는 야구선수가 가능한 시스템이 나와서 선출들의 앞길이 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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