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적어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공약'(公約)을 내걸고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정부를 구성하고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권력, 즉 정부는 국민에게 세금을 매기고 거두어들인다. 국민은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정한 납세의무를 피할 수 없고 또 피해서도 안 된다. 세금이야말로 국가운영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다만 세금이 국민의 부담능력과 처지에 따라 얼마나 적정하고, 공정하며, 또 얼마나 골고루 부과되느냐가 문제다. 국민의 부담능력을 넘어서거나 개인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으면, 반발이 나타나고, 급기야는 조세 저항운동이 일어난다.
미국 독립전쟁의 시발점도 세금이었다. 북미대륙을 식민지로 다스리던 영국이 이런저런 핑계로 미국인들이 영국에서 수입하던 차(茶)에 대한 세금을 과도하게 부과하면서 북미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1775년 북미대륙 13개 주(州)가 영 본국의 인지조례에 반대, 영국에 대항하여 일어선 것이다. 훗날 미국 제3대 대통령이 된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1776년 기초한 독립선언서를 발표함과 동시에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장군을 총사령관으로 추대한 북미군은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의 원조를 받으며 치열한 항전 끝에 승리하고, 1783년에는 파리조약에서 미국의 독립승인을 받았다. 지금 세계 최강부국 미국은 242년 전 그렇게 탄생했다.
만약 그때 영국이 세금에 그런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미국이 독립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고, 세계질서는 지금과는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국민에게 세금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권럭이 국민에게 세금을 함부로 매기지 말라고 세계 모든 나라들 헌법은 조세법정(租稅法定标准) 주의와 조세형평(衡平)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지금 우리 정부와 같이 큰 정부, 즉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국가는 세금과 준세금 등을 많이 부과하고, 작은 정부 국가들은 세금부담이 낮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작은 정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상위층에 보다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 국민의 평균 지지율이 단기적으로는 높을 수 있다.
최근 매달 꼭 내야 하는 가구당 세금, 연금, 건강보험료 등이 월 평균 처음으로 100만 원이 넘어서면서 가구 소비지출이 감소하는 등 전체 경제 흐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저소득층에 현금으로 나눠주는 돈도 늘어나면서 한편에선 공돈 선호나 근로의욕 저하 등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고, 또한 일자리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올 2018년 3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非)소비지출은 106만 5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3% 급증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국가 지향 목표와 의지가 국민의 세금과 준세금 부담 폭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과부담에 대한 국민의 비판과 저항 수단은 4년 또는 2년에 한 번 치러지는 대선, 총선, 그리고 지방 선거 외에 별다른 길이 없다. 세금을 많이 부과하려는 정권은 그나마도 승산(勝算)은 거의 없을 것이다. 종전보다 세금을 많이 내려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