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남
운 좋게도 나는 1990년에서 2004년 사이에 일본을 세 번이나 갔다. 언젠가 '중국이라는 나라' 라는 칼럼을 어느 신문에 쓴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일본을 본대로 적어보려고 한다.
일본은 삼국시대부터는 왜구, 임진란 때는 침략자, 일제강점기는 제국주의 식민국가로 각인돼 있어, 우리 국민 다수는 일본을 좋은 이웃나라로 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도 그런 시각은 별로 다르지 않다. 호감도 여론조사가 그걸 잘 말해주고 있다. 다만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의 일본과 일본 사람들에 대한 '인상'은 좀 다른 것 같다.
2004년 교토 시의 교토대학 부설 일본국가문화연구원 초빙 연구교수로 가 있던 동료 교수의 초청으로 우리 부부는 교토 일대와 나라 시 등을 차분하게 둘러 볼 수 있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도타이지, 금각사와 은각사, 청각사, 교토 역사, 아담하고 개끗한 전통식당 등이다.
그런데 인상 깊었던 건 이런 하드웨어가 아니다. 사람들이다. 그리고 거리의 모습이다. 하드웨어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거리에서 만난 '장삼이사'들이다. 대체로 친절하고 예의가 바르고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리나 집안과 공공시설 등에 휴지나 담배꽁초를 찾아볼 수 없고, 담배 피우는 사람도 없었다. 더 눈에 띄는 건 도쿄, 오사카나 교토와 같은 큰 도시의 자동차 흐름이 매끄럽고, 그 수많은 차들 중에 외제차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먼지나 매연도 별로 느낄 수 없었다. 이런 나라, 이런 사람들이 2차대전을 일으키고 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하고 식민지로 가혹하게 다스렀으니 앞뒤가 좀 안맞는다. 나름대로 수수께끼는 '집단의식'에서 풀어봤다. 개개인은 좋은 이웃이지만, 집단이 될 때는 전혀 달라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18년 12월 18일, 묵혜(默惠)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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