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 불황이 계속되자 허례허식에서 벗어나 적은 비용으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이른바 ‘셀프웨딩’을 하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셀프웨딩은 전문업체에 의지하지 않고 예비 신랑·신부가 드레스나 화장, 소품, 결혼식 등을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는 간소화된 결혼식을 말한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정형화된 기존의 웨딩 문화와는 달리 셀프웨딩은 예비부부가 직접 결혼식을 준비해 비용 부담이 적고 커플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보여 줄 수 있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셀프웨딩은 촬영을 비롯해 하우스웨딩, 세미웨딩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오는 10월 결혼하는 예비 신랑 박준영(31,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씨는 평소 사진에 욕심이 많고 공장에서 찍어내는 촬영이 아닌, 남들과 차별화된 웨딩촬영을 원해 예비신부와 함께 4월 초 제주도에서 셀프웨딩 촬영을 했다. 드레스와 메이크업, 소품 등은 예비부부가 인터넷을 통해 직접 준비했고, 친한 친구들과 사진작가의 도움으로 촬영을 마쳤다. 박 씨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했으면 더 편했겠지만 이렇게 특별한 웨딩사진은 못 찍었을 것”이라며 “웨딩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추억이 많이 생겼고 사진도 원하는 대로 다양하게 찍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드레스나 소품도 쇼핑몰에서 싸게 구입해 비용이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셀프웨딩 촬영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드레스나 소품을 직접 만들거나 인터넷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2015년 3월 27일자 <뉴시스> 기사에 따르면, 옥션에서 한 달간(2월23일~3월24일) 결혼 용품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196% 증가했다. 웨딩 드레스, 드레스 장식, 꽃다발 등의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웨딩 드레스의 경우, 인터넷 쇼핑몰에서 적게는 10만원 이하로 구매가 가능하며, 꽃다발이나 화관 등의 소품은 3~4만원대로 구입이 가능하다. 드레스 대여 싸이트에서는 대개 10~30만원으로 드레스 대여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이효리를 비롯해 윤승아, 김나영 등 유명 연예인들의 소규모 하우스웨딩이 이슈가 되면서 하우스 웨딩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우스웨딩은 웨딩홀이 아닌 레스토랑, 옥상, 펜션, 미술관, 넓은 마당이 있는 카페 등 다양한 장소를 반나절 통째로 빌려 가까운 지인과 가족만 불러 파티 형식으로 진행되며, 결혼식 구성부터 예식에 사용할 꽃, 음악, 사랑의 서약 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올해 4월에 결혼한 박미경(29, 서울 마포구) 씨는 가족과 친한 지인들만 초청해 넓은 마당이 있는 카페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박 씨의 결혼식은 주례없이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파티 형식으로 진행됐다. 박 씨는 “하우스웨딩은 일반 웨딩홀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결혼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일반 결혼식과 달리 시간이 촉박하지 않아 여유롭게 결혼식을 올릴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셀프웨딩이라 해도 드레스, 화장, 촬영장소, 사진사 등 준비사항이 만만치 않다. 최근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바일 앱도 등장했다. 6월에 결혼하는 예비 신부 김모(29, 부산 해운대구) 씨는 “혼자서 준비하려니 어려움이 많았는데 앱에 드레스, 소품, 신혼여행, 혼수 등 셀프웨딩을 한 부부들의 후기나 정보가 많이 나와 있어 준비하기가 수월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셀프웨딩을 직접 준비하는 신랑, 신부를 위한 <셀프웨딩 스타일북>이라는 책은 웨딩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한 저자가 그동안 셀프웨딩 상담을 해주면서 쌓은 경험을 활용해 촬영, 기획부터 결혼식장에서 쓸 부케 만드는 법까지 항목별로 차근차근 설명해주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