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과거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고 말을 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 중 되풀이하는 실수는 없는지 살펴보면, 현재를 반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미래에 대한 예측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9년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시빅뉴스'는 2019년을 맞아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배우기 위해 역사 속의 기해년을 파헤쳐봤다.
2019년이 기해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육십간지’ 때문이다. 육십간지는 10간과 12지를 조합한 것으로 10간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로 이루어져있고, 12지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로 구성된다. 특히, 12지는 십이지수(十二支獸)라고 불리며 동물과 결합되어 있다. 이들을 조합하면, 갑자, 을축, 병신 등의 단어들이 만들어진다.
‘기해’는 육십 간지의 36번째 단어로 10간의 ‘기(己)’와 12지의 ‘해(亥)’가 만나서 합쳐진 것이다. 기해년은 ‘기’는 황금을 뜻하고 ‘해’는 돼지를 뜻하기 때문에 황금 돼지의 해라고도 불린다. 60년마다 찾아오는 기해년, 과거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서기 1년부터 현재까지 주목할 만한 역사적 사건을 정리했다.
제1천년기(39년~999년) 기해년: 마호메트 탄생, 미륵사 창건, 처용설화 전파
제1천년기 기해년의 주목할 곳은 바로 579년이다. 바로 고대 아라비아의 예언자이자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탄생한 해이기 때문이다. 마호메트는 메카교회의 헤라 산에 있는 동굴에서 명상생활에 들어가 알라의 계시를 받고 이슬람교를 창시했다.
이어 639년으로 가면 백제의 절 중 최대 규모인 미륵사가 창건됐다. 동시에 동아시아 최대 석탑이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도 조성됐다. 879년으로 이동하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설화 중의 하나인 '처용설화'를 헌강왕이 동해안 지역을 순행하며 전파했다고 역사에 기록되어있다. 제1천년기에는 세계 3대 종교 중 하나인 이슬람교의 메시아라고 불리는 마호메트가 기해년에 탄생됐다는 일 말고는 주목할 사건이 크게 없었다.
제2천년기 1부(1059년~1479년) 기해년: 몽골군의 철수, 마르코 폴로의 동반견문록 발간, 홍건적의 난, 대마도 정벌
제2천년기 초반부에서 주목할 큰 사건 중 하나는 바로 몽골군의 철수다. 1231년부터 시작된 몽골군의 한반도 침략은 황룡사지 9층 목탑이 소실될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낳았다. 1239년 기해년 봄에 몽골은 고려 고종의 친조(하국이 상국에게 예를 올리는 것)를 조건으로 철수했다. 이후 평화가 유지되는 듯하다가 1247년부터 1259년에 걸쳐 몽골이 한반도를 또 다시 침략하기도 했다.
1299년 기해년에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발간되는 해다. 마르코 폴로는 1275년 중국에 도착하여 1975년 귀국 전까지 중국 각지를 여행했다. 귀국 후 베네치아와 제노바의 전쟁에 참가했다가 제노바 군의 포로가 된 마르코 폴로는 감옥에서 동방여행담을 루스티첼로에게 구술했고, 이를 기록해서 책이 만들어졌다.
1359년 기해년에는 홍건적의 난이 일어났다. 원 말기 홍건적이 ‘송의 후손’을 자칭하고 요동을 장악했으나, 원군의 토벌에 밀려난 후 고려를 침략했다. 홍건적은 한때 평양을 점령하고 노략과 살상을 일삼았지만, 최영, 이성계에 의해 압록강으로 쫓겨났다. 이 사건말고도 1419년 기해년에는 세종의 지시에 의해 이종무를 중심으로 왜구의 소굴인 대마도를 정벌한 일이 있었다.
제2천년기 2부(1539년~1959년) 기해년: 효종 사망, 기해박해, 캠프 데이비드 회담
제2천년기 2부의 기해년에는 1659년 효종의 사망이 가장 눈에 띈다. 효종은 병자호란으로 인해 청나라에서의 8년간 볼모생활을 지냈으며, 이후 설욕을 위한 북벌 계획을 꿈꿨지만, 급서해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
이후 200년가량이 흐른 1839년에는 제2차 천주교 박해사건인 기해박해가 일어났다. 프랑스 앵베르 주교와 샤스탕 모방 신부 및 천주교 신자 다수가 처형당했다. 다만, <이야기로 엮은 한국사 세계사 비교연표> 책에 따르면, 표면적으로는 천주교를 박해하는 것이나, 실제로는 벽파인 풍양 조씨가 시파인 안동 김씨로부터 권력을 탈취하기 위해 일으켰다고도 알려져 있다.
1959년 기해년에는 미국과 소련의 캠프 데이비드 회담이 개최됐다. 미국을 방문한 소령 총리 흐루시초프는 미국 대통령 아이젠 하워와 함께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을 가졌다. 이는 냉전 시대 최초의 미국 소련 정상회담으로 당시 세계평화를 위한 공동노력을 다짐하는 캠프데이비드 선언이 발표됐고 국제 사회는 이를 크게 환영했다.
1959년으로 끝이 나는 제2천년기. 앞으로 다가오는 2019년은 제3천년기의 출발점에 위치해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하며 관계가 좋지 않은 만큼 마지막 기해년이었던 1959년의 캠프 데이비드 회담처럼 2019년의 기해년에는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국제관계가 좋아질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밀레니엄 첫 기해년인 올해 과연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