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대 불출마 선언...한국당 선관위, "일정 변경 없다" 못 박아 / 신예진 기자
최근 지지율 상승으로 훈풍이 불었던 자유한국당이 다시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규칙과 시기 조정으로 갈등이 빚어졌고, 일부 의원의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망언을 내뱉어 논란이 거세다.
한국당을 이끌어갈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대가 ‘반쪽’짜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준표 전 대표가 11일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 전대 후보 등록은 오는 12일 마감한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전당대회는 모든 후보자가 정정당당하게 상호 검증을 하고 공정한 경쟁을 해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전대를 둘러싼 갈등은 오는 27로 예정된 전대 개최 시기를 두고 벌어졌다. 이날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때문. 이에 홍 전 대표를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심재철, 주호영, 안상수 의원 등 당권 주자 6인은 전당대회 일정을 최소 2주 뒤로 연기할 것을 한국당 선관위에 촉구했다. 일정을 변경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보이콧’도 선언했다.
홍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에도 한국당 선관위는 “연기는 없다”고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제1야당의 선거 일정이 흥행을 이유로 연기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 박관용 한국당 선거관리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전대) 결정을 두 번 하는 경우는 없으며, 일정 연기를 재고한다는 등의 얘기는 없었다"면서 "전당대회 보이콧을 하는 것은 그 사람들의 사정이지 우리와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대 출마 후보는 총 8명이었다. 홍 전 대표를 비롯한 6명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진태 의원이다. 따라서 전대 날짜 변경을 요구한 6명 모두가 후보 등록을 거부한다면, 사실상 황 전 총리와 김 의원의 대결이 된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홍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에 "모든 것은 국민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전당대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다 함께하는 전당대회가 되기를 바랐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전대 일정 문제와 더불어 한국당은 5·18 망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8일 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 참석한 지만원 씨가 북한군 5·18 개입설을 주장했던 것.
문제는 지 씨의 주장에 한국당 의원들도 가세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5·18에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합리적 사실을 확인해가야 한다”고 했고, 김순례 한국당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을 진화하려했던 한국당 지도부까지 지난 10일 의도치 않게 망언 릴레이를 펼쳤다. 나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했고, 김병준 위원장도 “다양한 의견 자체가 보수정당의 생명력”이라고 말해 기름을 부었다.
‘망언 논란’과 함께 정치권이 들썩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에서 '5.18 망언 자유한국당 규탄 결의문'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결의문에서 "이들의 망언은 민주주의의 역사를 모독하는 역사 쿠데타"라면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부정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그 숭고한 역사를 훼손하려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이날 손학규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이 역사를 폄훼하고 왜곡하는 것을 국회와 국민 차원에서 놔둘 수 없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 한국당이 적당한 해명 속에 이를 그대로 넘기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한편, 5·18 시민 단체도 한국당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5·18 민중항쟁구속자회와 5·18 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 흘려 민주화를 일궈낸 5·18광주민주화운동과 현대사를 폄훼하고 민주화의 주역인 국민을 우롱하고 모독하는 범죄적 망언을 쏟아냈다"며 "5·18운동을 왜곡·폄훼한 의원들을 제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날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통해 투쟁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