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대학 생활을 위해 본가인 함안을 떠나 부산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한 번씩 본가에 가려고 할 때마다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부산에서 함안으로 가는 버스는 우등버스밖에 없는 터라 나는 전부터 다른 버스들보다 조금 더 비싼 요금을 내고 시외버스를 이용해왔다. 그런데 3월 1일부로 시외버스 요금이 인상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땅한 수입 없이 한정된 용돈 내에서 생활해야만 하는 대학생이기에 시외버스 요금 인상 소식은 나에게 큰 걱정거리로 다가왔다.
여태까지 국토교통부는 버스 업계의 지속적인 운임 인상 건의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부담을 고려해 2013년 2월 이후 6년 동안 시외버스 운임을 동결해왔다. 그러나 물가, 유류비, 인건비 등의 운송 원가가 나날이 상승하게 되면서 버스 업계들의 경영에 비상이 찾아왔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운임 요율 상한이 불가피한 점을 인정하고 지난 3월 1일부로 시외버스 요금 인상을 허용했다. 이로 인해 고속버스는 7.95%, 직행버스는 13.5%씩 요금이 인상됐다.
2월에 시행된 서울 택시 기본요금 인상에 이어 시외버스 요금마저 갑자기 인상하게 되자, 현재 많은 시민들이 교통비 걱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이용객의 부담 완화를 위한 광역 알뜰 카드, 시외버스 정기 정액권 발행, 노선 조정을 통한 운행거리 단축이라는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연합뉴스 TV 인터뷰에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물가 상승률 자체는 높지 않지만 생활 필수품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은 높아지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니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실제보다 물가가 많이 상승했다고 느낄 시민들에게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시외버스 요금 인상의 보완책은 조금도 보완책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는 시내버스와 농어촌 버스, 지하철 요금마저 연내 인상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모든 교통수단의 이용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면 생필품 구매 비용을 교통비로 대체하느라 필요한 물건을 사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고자 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게 될 것이며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교통이 더 복잡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와 이에 대한 대응책은 생각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요금을 올리기에만 집중할 뿐이다.
이번 시외버스 요금 인상이 어쩔 수 없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용자들에게 충분한 사전 설명도 없이 갑자기 업계 경영의 어려움을 내세우며 시외버스 요금을 인상시킨 정부의 행동이다. 이로 인해 몇몇 사람들이 시외버스 요금 인상 소식을 뒤늦게 접하게 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의 갑작스러운 통보는 이용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다. 정부는 자신들만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닌 시민과 함께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니 이제라도 정부는 받아들이는 이용자의 입장도 세심하게 고려하여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들과의 충분한 합의를 통해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시행해야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