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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맥주 사기는 하늘의 별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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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맥주 사기는 하늘의 별 따기
  • 김제니 시빅뉴스 인도네시아 특파원
  • 승인 2015.09.15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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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대표 맥주 빈땅(Bintang)(사진: 취재기자 김제니)

기자는 지난 8월 18일 교환학생 신분으로 인도네시아의 수라바야(Surabaya)에 도착했다. 수라바야는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이며 인도네시아 내 최대의 항구도시여서 한국의 부산과 비슷한 점이 많은 도시다. 기자는 수라바야의 UPH대학교(Universitas Pelita Harapan)에서 한 학기를 다니게 되었는데, 도착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는 색다른 인도네시아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 마트의 음료 코너에 진열된 무알코올 맥주와 음료수들(사진: 취재기자 김제니).

기자가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도네시아의 유명 맥주로 알려진 ‘빈땅(Bintang)’을 맛보기 위해 기숙사 근처의 마트를 찾았다. 음료 코너를 발견한 뒤, 그곳에서 열심히 빈땅을 찾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단 하나의 맥주캔이나 병도 보이지 않았다. 마트 직원에게 맥주나 빈땅이 있느냐고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NO”뿐이었다. 빈땅을 찾아 다른 마트를 갔다. 그곳에는 맥주 코너가 있었지만 모든 맥주에 쓰여 있는 글씨는 ‘무알코올(Non-Alcoholic)’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마트에서 제대로 된 맥주 하나를 살 수가 없다니!

올 4월 16일, 인도네시아 정부는 알코올 함량이 5%미만인 술도 편의점 같이 작은 소매점에서는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레스토랑, 호텔, 발리 같은 휴양지, 대형 마트는 알코올 금지 대상 지역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내 약 7만 개의 소매점에서는 이 법령에 의해 더 이상 맥주를 비롯한 알코올 음료를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영국 공영 방송 BBC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 약 2억 5000만 명의 국민 중 87%가 이슬람교를 믿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이기 때문에 이 법령은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젊은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제도라고 말했다. 또 반(反) 알코올 운동의 선구자이자 이 법안의 발의자인 인도네시아 국회의원 파히라 이드리스(Fahira Idris)는 알코올을 “젊은이를 죽이는 기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 대형 마트에는 아주 작은 진열대에 맥주를 파는 곳이 있다. 대형 마트 작은 한쪽 구석에 있는 이런 맥주 진열대를 찾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사진: 취재기자 김제니)

그러나 무슬림이 아닌 이방인들에게는 이런 풍습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마시려면 가까운 레스토랑에 가 원래 맥주 값보다 비싼 돈을 주고 마시거나,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아 택시를 타고 몇 10분을 달려가 맥주를 파는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수밖에 없다. 심지어 대형마트의 기준도 외국인인 기자에게는 확연하게 구분하기 어려워서 직접 들어가 맥주가 있는지 살펴봐야 이 마트의 맥주 판매 여부를 알 수 있다.

무슬림이 아닌 타 종교를 믿는 현지인들은 어떨까? 개신교를 믿는다는 현지인 아나스타샤(22) 씨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술에 취하는 것이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술을 즐겨 하는 편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술도 잘 안 마시고, 그래서인지 크게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현지인 안드리안(20) 씨도 “인도네시아 국민의 대부분이 무슬림이다 보니 친구들의 대부분도 무슬림이어서 술 마실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아 상관없다”고 말했다.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인 제이슨(20) 씨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술을 가까운 곳에서 판매하지 않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술을 판매하는 마트를 기억해두었다가 가면 되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알코올은 일반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무알코올 맥주를 비롯해 알코올 음료 소비는 최근 몇 년 동안 증가하고 있다. 맥주를 아무 곳이나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법령이 있어도, 인도네시아 어느 곳에 있는 어느 부류의 사람들은 맥주를 줄기고 있는 모양이다.

▲ 한 마트의 음료코너인데, 이곳에는 무알코올 음료조차 없다(사진: 취재기자 김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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