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단 하루, 사랑에 빠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란 문장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포 시리즈라고 불리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세 가지의 영화는 18년 동안 두 남녀가 20대에서 중년까지의 이야기를 담아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 중 <비포 선라이즈>는 20대의 여행을 통해 우연한 만남의 사랑 이야기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내릴 역이 다 와 가자 남자 주인공은 “나와 함께 비엔나에 내리자”고 여자 주인공에게 제안해 하루 동안 비엔나를 여행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단순한 여행 이야기가 아니고 하루 동안의 시간 속에 여행, 사랑, 낭만이란 단어들이 집약되어 평범하지만 풋풋한 20대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혼자 여행을 즐기거나,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나를 포함해 여행 중 자연스럽게 만난 운명을 꿈꾸게 될 것이다.
다른 로맨스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만의 특별함은 시간과 공간의 활용이다. 제목과 같이 하루를 보내고 일출 전까지의 시간을 다룬다. 다음 시리즈도 마찬가지로 <비포 선셋>은 일몰 전, <비포 미드나잇>은 자정이 되기 전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두 번째 시리즈인 <비포 선셋> 속의 시간과 영화를 관람하는 현실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의 러닝타임은 79분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현실을 좀 더 와닿게 해주는 감독의 세심함이 보인다.
나는 우연히 TV를 돌리다 보게 된 <비포 선라이즈>를 통해 다음 시리즈까지 찾아 결제하게 될 정도로 이 영화는 몰입도가 높은 영화라고 꼽을 수 있다. 시리즈는 9년이란 간격을 두고 나와 영화 주인공인 두 남녀의 20대, 30대, 40대의 인생을 살아가는 시간 흐름을 볼 수 있는데 지금 나의 또래의 20대 이야기인 <비포 선라이즈>가 나에겐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청춘을 느끼며 대사들을 곱씹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비포 선라이즈>의 마지막은 두 남녀가 여행을 마치고 6개월 뒤에 헤어지는 그 장소, 똑같은 그곳에서 만나자며 번호도 주고받지 않은 채 헤어지게 된다. 두 남녀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면, 또한 일반 로맨스 영화와 달리 두 배우의 세월을 같이 느끼며 보게 되는 현실성 있는 이 영화가 궁금하다면 비포 시리즈를 다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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