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영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소개할 넷플릭스에서만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영화 <어쩌다 로맨스>다. 넷플릭스는 정기적으로 요금을 내면 무제한으로 영화, 드라마 등의 다양한 영상을 제공하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평소에 시간을 보내기 위해 코미디를 즐겨 봤기 때문에 SNS에 올라온 <어쩌다 로맨스>에 대한 짤막한 글과 사진을 보고 이 영화에 특별함을 느꼈다. 주인공이 직접 기존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되어 낡은 표현, 클리셰를 부수는 장면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내털리는 예쁘지 않은 외모와, 지나칠 정도로 냉소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건축가다. 그녀는 로맨틱 코미디를 즐겨보는 아이였지만, 환경에 적응하면서 위축되고 차가운 사람이 됐다. 그녀의 주위 환경도 그렇다. 그녀는 어엿한 건축가다. 하지만 회사 사람들은 그녀에게 잡심부름을 시키며 무시한다. 그러던 중, 그녀는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당한다. 그리곤 그 소매치기와 몸싸움을 벌이다 머리를 부딪힌다. 그녀가 눈을 뜨니, 평소의 그녀의 세상답지 않은 일종 ‘로맨틱 코미디’다운 배경이 펼쳐진다. 온갖 로맨틱한 일들이 그녀의 눈앞에 일어나고,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남자가 그녀에게 작업을 건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주인공이 잘 넘어진다는 점과 달릴 때면 슬로우 모션으로 변하는 장면 등을 이용해서 이 클리셰들이 진부함을 비판한다. 또한, 완벽한 남자가 자신에게 평소에는 쓰지 않는 어휘인 ‘신묘한 매력(beguiling)’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자, 단어를 안 지 얼마 안 돼서 자주 쓰냐는 등, 풍자 개그에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개그를 시도한다. 하지만 역시 클리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듯, 15세용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영화처럼 노래가 나오며, 모든 사람이 춤추는 장면은 보기에 즐거웠다. 완벽한 사람과 사랑에 빠지기에 성공하지만, 내털리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주인공은 두려움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자신에게 ‘함부로 무시당하지 않을 가치가 있다’고 깨닫는 순간, 벗어날 수 없었던 꿈에서 깨어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작년에 개봉한 영화 <아이 필 프리티>가 떠올랐다. 변한 것은 주인공의 작은 생각 하나뿐인데, 주변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 냉소적이고 소심한 주인공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단점까지 감싸줄 수 있는 타인의 사랑이 아닌, 나 자신을 현실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존감이다. 영화는 사랑에 대한 두려움도, 일에 대한 의지도, 심지어 타인이 나를 대하는 자세마저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지에 달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나를 남에게 무시당해도 될 만큼 나에게 무관심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내게 날 더 사랑할 수 있을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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