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기성용 선수가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기성용 선수는 지난 2008년 9월 5일 요르단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태극마크를 달고 3번의 월드컵을 경험하는 등 A매치 110경기에 출전해 10골을 기록하는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지난 10여 년간 메이저 대회를 포함한 많은 대회에서 중원을 책임지고, 국가대표 팀에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잘 해줬다.
기성용 선수뿐 아니라 핵심 선수인 구자철 선수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고, 대한민국에는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는 바로 이강인, 백승호, 정우영, 이승우 선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어린 나이부터 해외로 나가 경험을 쌓고 유럽 선수들과 직접 부딪히며 정돈된 길이 아니라 구불구불하고 힘든 길을 걸어갔다는 점이다. 이제 이 선수들이 단순히 유망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더욱더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경기력을 한국 축구 팬들에게 보여줘야 할 때다.
나는 한국 축구팀의 최악의 암흑기를 기성용 선수가 홀로 쓸쓸히 잘 버텨주었다고 생각한다. 박지성 선수가 은퇴하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주역들이 떠나가고, 지난 몇 년 간 한국 축구팀은 여론의 질타도 많이 받고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럴 때마다 한국 축구팀이 무너지지 않게 든든하게 버텨주고 버팀목의 역할을 잘 해준 것이 기성용 선수다. 하지만 지금 한국 축구팀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월드컵에서 FIFA랭킹 1위인 독일을 2:0으로 이기고 계속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자 한국 축구팀에게 던진 불안한 시선과 우려들이 이제는 기대감으로 바뀌게 됐다. 또한 이강인, 백승호 등 어린 선수들이 잘 성장하고 있어서 황금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기성용 선수는 길고 어두운 동굴이 이제 끝이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역할이 다 끝났다고 생각한 것 같다. 기성용 선수는 자기가 계속해서 국가대표 팀에 있으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지 않는다고 말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대표팀을 떠나는 것이다. 이 상황을 두고 축구 팬들의 입장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성용 선수가 너무 일찍 은퇴한다고 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 후배들에게 더 좋은 기회가 되면서 한국 축구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기성용 선수의 선택을 존중한다. 기성용 선수는 국가대표 팀을 떠날 때까지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후배들이 이어받아 한국 축구의 황금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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