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에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전국이 화마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속초 시내를 위협하는 등 심각한 재난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고성 현지는 인명 고립 규모는 물론 대피 상황, 피해 규모가 제때 집계되지 않을 정도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4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17분께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한 주유소 맞은편 도로변 변압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붙었다. 불은 거센 바람을 타고 불과 1시간만에 5㎞ 가량 떨어진 곳까지 번질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빨랐다.
산불은 초속 26.1m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인근 속초 시내를 향해 급속히 번지고 있다. 고성군 콘도 숙박객과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버스 안에 30여 명이 고립돼 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9시44분 고성군 산불대응 수준을 2단계에서 최고 수준인 3단계로 올렸다. 화재대응 1단계는 국지적 사태, 2단계는 시.도 경계를 넘는 범위, 3단계는 전국적 수준의사고일 때 발령한다.
소방청은 전국 차원에서 소방차 출동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소방청 관계자는 "전국 규모로 소방차 출동을 요청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밤 11시 현재 소방차 66대, 소방인력 1000여 명이 투입됐고, 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민은 6개 대피소에 600여 명이 대피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중심으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과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미시령 아래에서 시작한 산불은 현재 여러 갈래로 나뉘어 동해안 바다 방향, 속초 시내 쪽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는 상태다. 속초고등학교 등 장사동 일대는 불길이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때 속초고 기숙사에 불이 붙었다는 신고가 있었으나 이 시간 현재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이 일대는 연기가 너무 심해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현장지휘소가 마련된 고성군 토성면사무소도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다.
시민들은 "살다 살다 이런 불은 처음 본다", "2005년 양양, 2017년 강릉 산불은 산불도 아니다", "불바다가 따로 없다", "불이 하늘로 날아다녀요" 라며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소방청장과 산림청장에게 진화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고성 산불을 빠르게 진화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충남 아산 설화산에서 산불이 난데 이어 오후 경북 포항, 강원 인제군에서도 잇따라 산불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후 2시 45분께 인제군 남면 남전약수터 인근 야산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과 산림당국은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초속 6~7m의 강한 바람 때문에 불이 정상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제군은 불이 민가 쪽으로 확산하자 남전리 인근 주민에게 대피 안내 문자메세지를 발송한 상태다.
오후 2시 33분에는 포항시 북구 두호동 철미산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장비 및 인력을 대거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오후 3시 30분 현재 큰 불을 잡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는 산불이 발생하자 주변 민가와 등산객에게 대피 문자를 발송하는 등 대피령을 내렸다. 철미산은 40.5m 높이에 불과한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동산으로, 철미산 인근에는 아파트 단지, 중학교, 노인정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미산 산불로 포항은 이틀 연속 산불 진화에 고군분투하게 됐다. 전날 저녁 포항시 남구 운제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날 아침 12시간 만에 진화됐다. 운제산 산불로 공무원 2명이 진화 중 다쳤고, 5억 50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한편 이날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양일간 전국의 임야에서 4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재산피해는 약 4729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