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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실천하는 청년들의 '작당모의 아지트,' '비밀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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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실천하는 청년들의 '작당모의 아지트,' '비밀기지'
  • 취재기자 방민영
  • 승인 2015.10.3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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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청년 단체 10여 명..."어려운 사람 돕기 위해 오늘도 모여 전략을 짠다"

사람들은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부터 친구들과 모여 장난을 치던 아지트를 동네 어디에 하나씩은 갖고 있다. 그곳은 바깥에서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그들만의 비밀스런 공간이었다. 우리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모여 ‘작당모의’를 하며 온갖 재밌는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던 공간을 ‘비밀기지’라고 불렀다. 최근 어린 시절의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어른들을 위한 비밀기지가 생겼다.

부산 지하철 1호선 양정역 3번 출구에서 나와 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 보면 양정 시장이 나온다. 양정 시장의 중앙에 위치한 양정 상가의 지하 1층엔 ‘비밀기지’라고 적힌 간판이 붙어있다.

비밀기지의 첫인상은 어딘지 모르게 은밀해 보였다. 이름에서 풍기는 비밀스러운 뉘앙스와 더불어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역시 그러했다. 왜 하필 비밀기지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비밀기지의 기지장 김상수 씨는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어릴 때처럼 비밀스런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비밀기지는 누구든지 올 수 있는 곳이며, 노는 곳, 놀려고 만든 장소”라고 덧붙였다.

▲ 비밀기지 내부의 전경이다. 비밀기지와 비밀기지에 모인 여섯 개의 단체 이름이 적혀있는 현수막과 각 단체를 소개하는 포스터들이 곳곳에 붙어있다(사진: 취재기자 방민영).

여기에 입주한 대외활동 단체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 사무실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부산 참여자치 시민연대’의 도움으로 청년들이 마련한 공간이 비밀기지이다. 비밀기지는 공간이 필요한 여러 청년단체들이 모여 함께 혹은 각자 일하는 일종의 셰어 오피스, 또는 코워킹 공간이다. 이곳은 참여연대에서 매달 월세를 지원받아 운영된다.

이곳에 모인 여섯 개 단체의 총 인원은 열 명이며 이들은 20-30대 젊은이들이다. 비밀기지 안에서 이들은 ‘비밀기지원'으로 불린다. 비밀기지에 모인 단체들은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연도별 기수제로 운영된다. 즉, 1년마다 비밀기지의 구성원이 새롭게 재구성되는 것이다. 기지장과 부기지장은 투표를 통해 선출되며, 이 투표 또한 매년 다시 실시한다.

비밀기지는 TF형식으로 운영된다. TF형식이란 여러 단체가 그때그때 일시적인 업무나 프로젝트(task)를 진행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팀(force)을 만들었다가 해당 업무나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해산하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조합으로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비밀기지의 장점이다.

비밀기지에 모인 여섯 개 단체는 ‘별난 예술가,’ ‘프로젝트 바람,’ ‘히어로 스토리,’ ‘사이,’ ‘소울,’ ‘부산 공감’이다. ‘별난 예술가’는 여러 전시행사들을 기획하며 재미있고 별난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는 단체다. ‘프로젝트 바람’은 부산 청년들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청년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고, ‘히어로 스토리’는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꿈 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꿈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 ‘사이’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청소년 문화단체이며, ‘소울’은 댄스·아카펠라·마술 등 공연 팀들이 모여 재능기부 활동을 하는 문화 나눔 공동체다. 마지막으로 ‘부산 공감’은 파워 블로거들이 모여 페이스북에서 부산 곳곳의 소식을 주제로 활발히 활동한다.

▲ 왼쪽부터 지난 8월 15일 열린 비밀기지 오픈파티 홍보 포스터(사진: 취재기자 방민영), 지난 8월 24일 열린 비밀기지의 첫 공식행사인 ‘언박싱 무비 데이‘ 포스터이다(사진: 비밀기지 페이스북 페이지).

비밀기지에서는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앞으로 진행할 프로젝트의 주제를 정한다. 주제가 정해지면, ‘프로젝트 바람’이 기획을 담당하고, ‘별난 예술가’가 포스터를 제작하는 형식으로, 각 단체가 특화된 부분들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간다. 프로젝트의 담당자는 회의에서 처음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이 맡는다. 프로그램 홍보는 비밀기지에 모인 여섯 개의 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각 팀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비밀기지원들의 개인 SNS를 통해 이뤄진다.

비밀기지는 올해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청춘 독립’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오픈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이 공간은 지난 9월 24일 첫 공식 행사를 진행했다. 앞으로 매달 진행될 언박싱 무비 데이(Unboxing Movie Day)는 영화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 왼쪽부터 언박싱 무비 데이(Unboxing Movie Day) 1부, 참가자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사진: 비밀기지 페이스북 페이지)과 프로그램 2부, 참가들이 모두 모여 영화를 보는 모습(사진: 비밀기지 페이스북 페이지).

언박싱 무비데이에 참가한 박시연(21, 부산시 동래구) 씨는 자신도 모르게 시간이 훌쩍 지나갔을 만큼 재밌는 행사였다고 말한다. 그녀는 평소 대외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찰나, 페이스북 ‘부산공감’ 페이지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다. 준비물은 저녁식사 대용 음식, 혹은 음료, 그리고 넉넉한 시간이 전부였다. 박 씨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런 대외활동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매달 진행될 예정이며, 페이스북의 비밀기지 페이지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김 기지장은 “이것이 첫 공식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꽤 좋았다”며 “차근차근 더 큰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도 보였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있다. 비밀기지에 모인 단체들이 하는 일들은 금전적인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 활동들인데 그들은 과연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김 기지장은 여기 모인 사람들은 자신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비밀기지’에 모인 사람들을 “사서 고생하는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부기지장 권현석 씨는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녹록치 않은 운영상황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곳에서 하는 일들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먹고사는 방법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어찌 됐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로 가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밀기지는 취업전쟁이 치열한 와중에도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자신과 더불어 사회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는 열정적인 젊은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부산 청년들을 향해 언제나 열려있는 청년들을 위한 공간, 비밀기지의 활동이 궁금한 사람들은 페이스북 비밀기지 페이지(//www.facebook.com/BIMILGIZI)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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