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11-15 17:15 (금)
장애인 일자리 '굿윌 스토어,' 홀로서기에 '구슬땀'
상태바
장애인 일자리 '굿윌 스토어,' 홀로서기에 '구슬땀'
  • 취재기자 홍승호
  • 승인 2015.12.14 1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발 '굿윌 스토어,' 한국에는 부산 등 13개소 오픈...자립 기반 약해, 주위 관심 필요
▲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 ‘굿윌 스토어’(사진: 취재기자 홍승호).
“조심해! 지나간다~ 조심해!” 사원 이은희(32, 부산시 사상구) 씨가 짐을 나르며 동료들에게 이렇게 외친다. 그녀는 추운 겨울 날씨도 잊은 듯 이마에 땀방울을 맺은 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 씨에게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그녀는 “힘들긴 하지만 친구, 오빠, 동생들이 항상 도와주고 옆에 있어서 괜찮다”고 웃으며 대답한다. 그런데 그녀의 말투가 조금 어눌하다. 그녀는 장애인이다. 그리고 그녀가 일하는 직장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복지사업을 운영 중인 곳은 부산시 사하구에 있는 ‘굿윌 스토어(Goodwill Store)’다. 이곳은 2002년 4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굿윌 스토어 사업’에 의해 설립된 장애인 복지매장이며, 운영햇수로 13년째다. 전국적으로 굿윌 스토어 매장은 서울, 수원, 창원 등 13개가 있다. 굿윌 스토어 사업은 여러 곳으로부터 물건을 기증받아 상품화 과정을 거쳐 싼 가격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일을 하는 착한 프로젝트다. 부산의 굿윌 스토어 매장 직원들은 비장애인 9명과 장애인 19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로 장애인 직원들은 매장상품 진열 및 물류 상품화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 사진들은 부산 굿윌 코리아 매장 내부 모습을 보여준다. 의류부터 잡화까지 다양한 물건을 기증받아 수선 후 싸게 파는 일을 한다(사진: 취재기자 홍승호).
굿윌 스토어 사업은 20세기 초 미국 메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처음 시작됐다. 개신교 목사였던 에드가 헬름즈 박사가 실업자나 장애인을 위해 의류나 식품 등 기증받은 물품을 처음에는 그들에게 직접 지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물질적 지원이 일회적인 소모에 머무른다는 것을 깨닫고, 헬름즈 박사는 근본적으로 그들을 돕는 방법을 모색했고, 그 결과, 장애인들에게 기증품의 수선, 세탁, 제품판매 등 비교적 간단한 근로활동을 하게 하여 재판매하는 수익사업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게 됐다는 것이다. 이것이 굿윌 스토어 사업의 시작이었다. 굿윌 스토어는 ‘자선이 아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장애인을 돕기보다는 그들에게 정당한 기회를 주고 스스로 돈을 벌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박신우 굿윌 스토어 부장은 “슬로건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가 이 사업을 하는 이유다. 물건을 팔아 수익을 내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물건을 팔아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정당한 기회라는 의미는 고용형태에서도 나타난다. 이곳에서 일하는 비장애인 및 장애인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이다. 또한 장애인 직원들에게 ‘그린 사원(장애인 직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장애인 직원들을 존중하고 있다. 존중하는 근무 환경 덕분이었을까? 그린사원들의 일하는 모습은 활기차고 즐거워 보였다. 황의요 굿윌 스토어 과장은 “이곳의 퇴사율은 거의 0%”라며 “초창기 멤버들이 지금도 거의 함께 일하고 있어 가족같이 지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 굿윌 스토어 부산 매장에서 일반사원과 그린 사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홍승호).
이러한 조건 덕분에 이곳에서 8년째 근무 중인 김승수 팀장은 굿윌 스토어가 장애인들에게는 소위 ‘신의 직장’이라고 말한다. 김 팀장은 “그린사원들의 부모님들은 안전이 보장되고, 스스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굿윌 스토어에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수익금의 한계가 있어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굿윌 스토어 운영은 그리 넉넉하지만은 않다. 호산나교회 소속 호산나복지재단의 지원과 상품 판매 및 기부 등으로 얻은 수익을 인건비와 임대료 및 운영비에 지출하고 나면, 굿윌 스토어는 사실상 순이익이 거의 없다. 박 부장은 “수익과 지출이 거의 비슷하다보니 사업 확장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재정 상황 때문에 굿윌 스토어는 현재 그린 사원을 더 고용할 수 없다. 박 부장은 “서울의 굿윌 스토어 밀알 송파점 같은 경우, 대학생 기자단의 활동이 매우 활발해 기부와 매장 수익금이 엄청나서 그린 사원을 많이 고용하고 있다”며 “부산도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봉사활동이 있다면 더 많은 기부로 이어져 장애인들을 더 많이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굿윌 스토어 매장은 평일은 오전 9시~오후 7시까지, 토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운영 중이다. 일요일은 기독교의 주일로 휴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