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술을 마신다는 뜻을 가진 신조어 ‘혼밥’, ‘혼영’, ‘혼술.’ 우리 사회에서 1인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이런 신조어들이 하나의 문화로써 자리를 잡게 됐다. 특히나 고향을 떠나 타지에 온 직장인, 대학생 1인 가구가 많아졌다. 식당가에선 예전에는 잘 볼 수 없었던 1인 식탁이 있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놓였다. 그러나 나는 이런 ‘나홀로 문화’가 그다지 우리의 삶에 좋은 영향만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향을 떠나 타지로 대학을 온 1인 가구 대학생이다. 나 또한 혼밥과 혼술 문화에 빠지게 됐다. 친구들과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등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있다. 그러나 매번 그럴 수는 없는 법, 나 혼자만의 시간이 매우 많아지게 됐다. 혼자 영화를 보면서 혼자 밥을 먹었다. 처음에는 오롯이 나를 느끼고 나를 위한 시간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한 학기 동안 이러한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점점 외로움을 느끼게 됐고, 이 상태로 계속 혼자여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려고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사회는 인간과 인간이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면 사람은 쉽게 나약해지고 죽기도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소통하지 않고 홀로 고립되어 가는 나홀로 문화는 과연 옳은 것일까. 나 홀로 보내는 시간이 옳지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사람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치유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일의 잘못된 점은 항상 그것의 정도가 과해질 때 드러난다.
페터 빅셀 작가의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은 일상이 지루해 자신의 생활에 변화를 주기 위해, 사물의 이름을 자신이 정한 다른 단어로 바꿔 부른다. ‘침대’를 ‘사진’이라 부르고, ‘의자’를 ‘괘종시계’라고 부른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주인공을 이해할 수 없게 됐고, 주인공은 침묵하고, 자기 자신하고 만 이야기하며 다른 이들에게는 인사조차 하지 않게 된다. 이 이야기는 언어의 사회성에 대해 알려주는 대표적인 소설이다. 나는 사회성은 단순히 언어에만 한정되지 않고 우리 생활에도 적용이 된다고 생각한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다른 사람과 소통이 단절되면 이 사회에서 쉽게 도태돼 버리고 외톨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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