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김종심)는 '4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각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발표했다.
위원회는 문학, 역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서평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사업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4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상식을 뒤집는 상상력 속의 이야기를 통해 판타지는 또 다른 현실 세계임을 보여준 단편소설집『자유의 감옥』(미하엘 엔데/이병서, 보물창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독도 문제를 비롯하여 동북공정 등 국제적인 영토 문제에 대해 접근한『간도에서 대마도까지』(임채청 외, 동아일보사), 21세기의 국가는 작지만 강력한 능력의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국가성의 회복 및 국가건설을 주장한『강한 국가의 조건』(프랜시스 후쿠야마/안진환, 황금가지) 등이 선정되었다.
'4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도서 및 추언사는 다음과 같으며, 자세한 내용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자유의 감옥
추천월 : 2005년 04월
저 / 역자 : 미하엘 엔데 / 이병서
출판사 : 보물창고
2005.03.05 / 344쪽 / 9,500원
『모모』의 작가로 유명한 미하일 엔데의 멋진 상상력을 즐길 수 있는 여덟 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엔데의 상상력은 보르헤스적이다. 다시 말해 우리들의 상식을 뒤집는 문제들을 비상식적 논리로 풀어가는 식이다. 겉만 있고 내부는 없는 집의 이야기도 있고, 비좁은 도로 사정을 고려하여 자기 주차장을 스스로 내장하고 있는 자동차의 이야기도 있고, 그림자들만 사는 지하도시의 이야기도 있다.
표제작 「자유의 감옥」은 신의 의지가 작용하지 않는 공간, 그래서 무엇이든 자기 멋대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공간에 갇혔다가 큰 고통을 당하고 나온 현자의 이야기이다. 111개의 문이 있어 마음대로 골라서 열어볼 수 있지만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문은 모두 잠겨버리는 공간의 이야기로, 인간의 자유가 얼마나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뒤집어 보여준다. 저자는 자유란 감옥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불완전한 인간은 신의 품 안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을 뿐이다
추천위원 :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간도에서 대마도까지
추천월 : 2005년 04월
저 / 역자 : 임채청 외
출판사 : 동아일보사
2005.02.28 / 214쪽 / 8,500원
최근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영토문제를 다룬 책이다. 지난 해 동아일보가 6개월에 걸쳐 연재했던 「우리 땅 우리 혼, 영토분쟁 현장을 가다」라는 기획기사를 한 권으로 묶었다.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국가적 사업을 통해 고구려사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일본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국제분쟁을 야기하고 있다. 한국이 처한 역사적 상황과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 각기 특수한 영토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현장을 누비며 가열되고 있는 영토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 주요 이슈를 정리하여 우리가 처한 사안의 중대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우리 영토와 관련된 지역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사실들을 발굴하고 문서고를 뒤져 새로운 자료들을 찾아내는 등 발로 뛴 현장감이 생생하게 묻어난다
추천위원 : 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빈, 비트겐슈타인, 그 세기말의 풍경
추천월 : 2005년 04월
저 / 역자 : 앨런 재닉 & 스티븐 툴민 / 석기용
출판사 : 이제이북스
2005.02.28 / 510쪽 / 22,000원
영웅은 그 시대의 아들이란 말이 있다. 영웅은 한 시대를 창출하는 데 있어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한편으로는 바로 그 시대가 아니었다면 영웅 또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철학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라고 평가되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청년 시절을 빈에서 보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당시의 빈에서는 동서와 고금의 문화 사조가 한류와 난류처럼 서로 격랑을 일으키며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이 책은 언어분석철학의 창시자이며 정보사회의 철학적 기초와 탈근대성의 사상적 근거를 제공했던 이 젊은 천재가 거기서 무엇을 보았고 느꼈으며, 또 생각했고 고민했는지 한 사람의 자상한 관광안내자처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 세기 전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심도 있게 이질적인 문화들이 격돌하고 있는 대도시 서울에서 우리의 지성사적 존재 이유는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절감하게 한다.
추천위원 : 엄정식(서강대 철학과 교수)
강한 국가의 조건
프랜시스 후쿠야마 / 안진환 / 황금가지
2005.3.4 / 182쪽 / 12,000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물결로 베버(M. Weber)가 정의한 영토국가의 국가성(stateness)은 다양한 이유로 공격받고 침식당해 왔다. 영토적 국민국가(territorial nation state)의 기능과 범위는 축소되었고 국가축소, 최소정부, 탈규제, 민영화, 국민국가주권의 황혼은 시대적 표어가 되었다. 그러나 9.11 이후 세계 정치의 새로운 관심은 국가성의 축소가 아닌 국가성의 회복 또는 국가건설(state-building)로 모아지고 있다.
항상 시대를 앞서서 새로운 화두를 제시해 온 후쿠야마가 『강한 국가의 조건』(원제 : State-Building : Governance and World Order in the 21st Century)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9.11 이후의 세계 정치학의 새로운 담론으로 ‘국가건설’을 내놓았다. 세계화와 포스트 9.11 시대의 국가는 약화되고 축소되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강력한 능력을 가진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후쿠야마의 주장이다. 세계화의 시대에 국제 테러리즘,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대량빈곤, 인권유린과 같은 재앙이 일어나는 것은 냉전종식 이후 발칸반도에서 카프카스 산맥, 중동, 중앙아시아, 남아시아에 이르는 지역에 실패한 국가와 취약한 국가, 불안한 국가의 띠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계화의 시대에 다국적 기업, NGO, 국제기구, 조직폭력, 테러집단이 축소된 국가의 빈자리를 메우려 했으나 결과는 국제적인 불안정의 증가였다. 따라서 앞으로의 거버넌스는 미국식이든 유럽식이든 국가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가를 다시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국가건설은 전통적인 경성권력 중심의 국민국가의 건설이 아니라, 국민국가를 넘어서 연성권력에 기반한 제한적인 국가기능의 범위 내에서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강한 국가의 건설이라는 것이다.
추천위원 : 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자민주주의
김용철 & 윤성이 / 오름
2005.2.28 / 336쪽 / 14,000원
현재 한국은 디지털 혁명의 와중에 있다. 초고속 인터넷 망과 가입자 수에 있어 부동의 세계 정상을 달리고 있으며, 디지털 엑서스(digital access)는 세계 3위이다. 디지털 혁명은 통신 산업 부문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정부도 변화시키고 있다. 2002년의 대선과 2004년의 총선은 21세기의 한국 정치가 전자민주주의와 깊은 연관을 갖고 진행될 것임을 예고해 주었고, 한국의 전자정부는 세계 5위에 랭크되어 있다.
새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부터 한국의 전자민주주의에 주목하고 공동으로 연구해 온 두 정치학자가 전자민주주의에 관한 교과서적인 책을 출간하였다. 저자들은 기술적 관점에서 인터넷 기술이 민주적 의사소통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를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전자민주주의의 구현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전자정부, 전자의회, 전자정당, 인터넷 투표, 온라인 시민운동, 사이버공동체 등 각 분야에서의 전자민주주의의 현황과 전망을 분석한 뒤 전자민주주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까지 논의하고 있는, 내용이 풍부한 전자민주주의에 관한 총괄서이다.
추천위원 : 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유한계급론
추천월 : 2005년 04월
저 / 역자 : 토르스타인 베블런 / 김성균
출판사 : 우물이있는집
2005.02.18 / 398쪽 / 14,000원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 행태를 분석한 이 책은 고전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득권 계급인 유한계급의 소비 양식을 ‘과시적 소비’라는 시각에서 분석한다. 과시적 소비란 계급적 우월감의 표시로, 의식주 등에서 자신의 소비 능력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과시적 소비는 다른 계급이 이를 뒤따르는 ‘모방적 소비’를 낳는다.
자본주의 사회가 갖는 이면에 대한 저자의 이런 통찰은 1세기가 흐른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른바 ‘명품 열풍’은 과시적 소비와 모방적 소비의 성격을 동시에 보여준다. 흥미로운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예리하게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자신이 마르크시스트로 분류되기를 극도로 거부했다는 점이다. 소비의 위상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작지 않은 의미를 지속적으로 던져주는 책이다.
추천위원 :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최초의 3분
추천월 : 2005년 04월
저 / 역자 : 스티븐 와인버그 / 신상진
출판사 : 양문
2005.03.02 / 284쪽 / 16,800원
도대체 우주는 어떻게 태어났고, 우주의 탄생으로부터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는 시간이란 무엇인가?
철학과 종교의 영역에만 속하는 의문이 아니다. 물론 신화에 가까운 우주론도 있었다. 그런 우주론을 본격적인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책이 바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스티븐 와인버그의 『최초의 3분』이다.
현대판 진짜 ‘창세기’는 이렇다. 태초의 대폭발이 일어난 직후의 우주는 복사(빛)로 가득 차 있었고, 소량의 물질과 반(反)물질의 성분들이 끓어오르던 원시 국물이었다. 빠르게 팽창하면서 식어가던 우주에서 3분 46초가 지나자 수소와 헬륨을 비롯한 가벼운 원소들이 만들어지는 기적이 일어났고, 그로부터 137억 년이 흐르자 자신의 정체와 우주의 역사를 캐내려고 애쓰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기묘한 존재가 등장했다.
우주의 탄생과 기원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추천위원 :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교수)
나는 붓을 던져도 그림이 된다
추천월 : 2005년 04월
저 / 역자 : 박영택
출판사 : 아름다운인연
2005.03.02 / 328쪽 / 15,000원??
미술평론가 박영택의 저서들은 명확한 관점과 방향성을 갖고 씌어진다. 화제를 모은 전작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주류 미술계로부터 빗겨나 있는 화가 10명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그들의 예술세계를 규명한 것으로, 이른바 변방 내지 비주류의 진정성을 인상 깊게 그려낸 바가 있다.
새로 출간한 『나는 붓을 던져도 그림이 된다』역시 저자 특유의 일관된 시선이 배어난다. 미술작업을 선과 명상, 구도의 과정으로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한국 현대화가 50인의 작품세계를 그린 것. 김기창, 백남준, 중광, 이만익, 오윤처럼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비교적 낯선 이름들이 더 많다. 불교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작품세계를 규명하고자 했지만 더 폭넓게 예술의 종교성, 신성성에 대한 관찰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수많은 에피소드의 삽입이 읽는 흥미를 더해준다.
추천위원 : 김갑수(문화평론가)
미래로부터의 반란
추천월 : 2005년 04월
저 / 역자 : 김진경
출판사 : 푸른숲
2005.03.02 / 264쪽 / 9,800원
감수성 예민하고 에너지 충만한 나이에 공부만 하라고, 공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협박하는 사회가 우리 사회다. 공부도 못하고 공부하기도 싫은데 공부만 하라는 그 지옥은 인권탄압의 현장인지도 모른다.
『미래로부터의 반란』은 그 부제처럼 ‘흔들리는 교육에 관한 감성적 고찰’이다. 현직 교사인 저자는 학교 교육에서의 성공이 사회 ? 경제적 신분상승으로 연결되었던 세대고, 자기 정체성의 주된 근거가 지적 소양에 있다고 믿은 세대다. 그 세대가 학교교육에서의 실패가 신분추락이 아니고, 자기정체성의 주된 근거가 몸의 정체성에 있다고 믿는 신세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남자친구가 있으면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저자에게 남자친구가 뭐 별 거라고 공부에 방해되느냐고 되묻는 딸 이야기가 상징적이다. 저자는 자기 아이를 이해하고 자기 학생들을 포용하면서 그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추천위원 : 이주향(수원대 교양학부 교수)
나는 무슨 씨앗일까?
추천월 : 2005년 04월
저 / 역자 : 박효남 외 / 유준재 그림
출판사 : 샘터
2005.02.25 / 166쪽 / 9,000원
서로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꿈 씨앗을 가꿔 온 아홉 사람의 감동스런 이야기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프랑스 요리의 일인자 박효남, 자연과학자 최재천, 컴퓨터 의사 안철수, 화가 김점선, 태평농법을 개발한 농부 이영문, 시각장애인 박사 강영우, 기자 김병규, 나무박사 서진석, 민속학자 임재해. 우리 곁에서 숨쉬며 살고 있는 이들이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는 아이들이 꿈 씨앗을 어떻게 가꾸고 키워나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어떠한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책 속에 담겨있는 말이다. 각 분야에서 자기 위치를 확보해 나간 이들의 공통점은 남보다 몇 배 노력하는 자세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정직하게 매진했다는 것이다. 자기에게 닥친 절망을 희망의 거름으로 삼았던 이들의 지혜를 따라 가다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 고등학생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추천위원 : 김자연(전주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