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열풍 타고 부산 맛집들 주목 받아
한동안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넷플릭스 시리즈인 ‘흑백요리사 : 계급전쟁’. 요리 서바이벌의 열풍으로 대한민국에 ‘미식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의 스타 셰프인 최현석부터 미슐랭 1스타 오너셰프 김도윤, 중식 그랜드 마스터인 여경래, 마스터 세프 코리아 2 우승자인 최강록 등 요리 최강자라 불리는 셰프들이 대거 출연함으로써 출연진들의 가게는 몇 달 뒤 예약까지 끝났을 정도다. 흑백요리사에 힘 입어 ‘파인 다이닝’과 ‘미쉐린 식당’도 덩달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파인다이닝과 미쉐린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승연(22, 울산시 남구) 씨는 “흑백요리사를 시청하며 파인 다이닝이 왜 비싼지 이해가 되었다. 일반적인 식당들도 좋지만 파채 하나하나까지 핀셋으로 조절하는 것을 보고 음식을 넘어서 예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예전엔 파인 다이닝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흑백요리사를 보고 한 번쯤 가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는 2024년 기준 국내 유일의 미쉐린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이었던 파인 다이닝 ‘모수 서울’의 오너 셰프였다. 재료가 다듬어진 정도나 동일한 크기로 썰렸는지, 익힘 정도를 구분하며 파인 다이닝의 섬세함과 디테일함을 시청자들이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이채영(20, 서울시) 씨는 “파인 다이닝 말고도 미쉐린 가게를 운영하시는 참가자분들이 많이 나오셔서 가게를 찾아보게 된다. 외식을 할 때 가던 곳만 갔는데 최근들어 미쉐린 인증 받은 가게들을 찾아다니며 먹어보고 있다”며 “외식의 즐거움을 다시 깨닫는 중인 것같다. 미쉐린 가게에 가면 쉐프들의 고뇌가 담긴 색다른 요리들이 많아 흥미롭다”고 말했다.
흑백요리사 참가자들의 가게들은 수도권에 몰려있어 지방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접근성이 안 좋은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는 2024년 10월 21일 ‘서울미식 100선’을 발표하며 미식 관광지에 대한 열풍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부산 또한 미쉐린 가이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돼지국밥 ‘안목’
부산하면 생각나는 음식인 ‘돼지국밥’. 남천동의 안목은 돼지국밥으로 미쉐린 가이드에 올랐다. 광안리 주변에 위치해있어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해 웨이팅이 있는 편이다. 기본 돼지국밥이 1만 원, 섞어는 1만 500원, 돼지라면은 1만 원이다. 휴일은 따로 없으며 오후 3시 반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어서 확인이 필요하다.
각종 반찬과 메인메뉴로 매우 정갈하게 나오며 밥을 같이 넣어서 주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도 무형문화제 제 45호 안성가마솥으로 밥을 짓고 남은 누룽지를 끓여 제공하며, 버려지는 반찬이 많아 적게 드린다는 안내 문구가 테이블 앞에 적혀있을 정도로 친절하다.
이 모씨는 “서울에서 놀러 왔다가 먹게 되었는데 다른 돼지국밥집보다 국물이 매우 깔끔한거 같다. 웨이팅이 20팀 이상 있었지만 기다렸다 먹을만하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의 비건 식당 ‘아르프’
‘고사리파스타’, ‘알배추구위와 머쉬룸 크럼블’, ‘참나물 파스타’ 등 메뉴 이름만 들어도 건강해지는 기분인 영도의 '아르프'는 메뉴가 모두 야채와 채소로 이루어진 비건 식당이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인테리어에 한 번 놀라게 되는데, 깔끔한 모노톤의 디자인으로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느낌을 준다. 식기들도 독특한 모양의 도자기들로 되어 있어 음식을 먹기전 부터 눈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모두 건강한 재료들로 구성되어 있어 향신료가 강한 음식들과 다르게 자극이 심하지 않다. 고사리나 참나물과같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나물종류를 양식과 어우러지게 만들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평소 채식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거부감을 덜어 줄 수 있는 가게다. ‘채소요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속 가능한 식경험을 제안하며 동물과 인간의 평등 태도를 바탕으로 한 가게’라는 가게의 소개처럼 아르프에 방문하면 그 의미를 직접 느낄 수 있다. 매주 목요일은 정기휴무이며 브레이크 타임은 따로 없다.
부산 수영구 ‘아웃트로바이비토’
프랑스 양식을 주로 다루는 ‘아웃트로바이비토’는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 위치한다. 와인은 필수 주문으로 술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에겐 조금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한 잔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꿀벌집 모양의 젤리가 올라가 있는 ‘단새우 부라타치즈 유자간장젤리’가 가장 독특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젤리밑의 소스와 새우, 치즈를 같이 먹으면 매우 부드러운 식감에 젤리의 특유의 느낌을 같이 느낄 수 있다. 새우를 사용하고 보니 초장찍듯 양념같은 게 위쪽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간장과 유자즙을 섞어 젤리를 만들어 올려놓게 되었다고 한다.
‘가내수공업 양식당 비토는 'EAT VETTER LIFE VETTER'이라는 슬로건을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음식의 질을 결정 짓는 요소 중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재료로 직접 재배한 허브들과 건강하게 길러진 신선한 재료들을 공급 받아 사용한다’며 공식 홈페이지에 가게의 의미가 메뉴에도 잘 드러나 있다.
미쉐린 가이드는 매년 바뀌어 발표된다. 2024 미쉐린에 이어 흑백요리사의 열풍속에 2025년 미쉐린 가이드는 어떻게 발표될지 궁금해하는 시민들도 있다. 김 준(23, 부산시) 씨는 “2025년에 미쉐린 가이드가 발표되면 또 어떤 맛집을 찾아다니게 될지 궁금하다. 미식 여행도 하나의 취미가 될 것 같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