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3일에 치를 한국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선거라는 민주주의 핵심 절차가 바야흐로 무르익고 있다. 후보자들은 승리를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있고, 유권자들은 그들의 소중한 한 표가 누구에게 가는 게 유리할지를 따져야 한다. 한국 국회의 300석은 조만간 숙명적으로 누군가에 의해 채워질 것이다. 새누리당은 다수 의석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승리를 거머쥘 것인가? 정계의 변화는 갑자기 한 방에 훅하고 온다. 그래서 온 나라가 숨을 죽이고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거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나라는 변화의 순간에 직면해 있고, 국민은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선택의 권력을 쥐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와 ‘미래’라는 말은 오로지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만 특별한 의미를 준다. 어떤 사람들은 신문, 방송의 선거 보도를 열심히 챙겨보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등 정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또 다른 사람들, 특히 한국 젊은이들은 선거에 무관심하고 참여 의지가 약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부산 대연동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정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성대와 부경대라는 두 개 대학 캠퍼스 사이에 자리 잡은 이 거리는, 밀레니얼 세대(편집자주: 'millennial generation'은 1980년 전후에서 2000년 전후 사이에 출생한 세대로 어려서부터 인터넷에 능하지만 일자리 감소 등으로 미래가 어둡다고 예측되는 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의 유행과 활동과 에너지가 넘치는 곳으로서, 한국 대학생 문화의 축소판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어느 햇볕이 내리 쬐는 오후에, 빨간 모자와 빨간 조끼를 입은 중년의 어느 후보자 서포터즈들이 거리에 줄지어 서 있었다(편집자주: 편집자는 외국인인 칼럼니스트에게 색깔과 정당과의 관계를 아는지 물었고, 글쓴이는 이를 잘 알고 있었으며, 그는 파란색 웃과 녹색옷을 입은 야당 운동원들도 보았고, 정당 상징색은 여기서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들은 지지 후보의 사진이 붙어 있는 피켓을 들고 지나는 대학생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손을 흔들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한 남학생은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급하게 가느라 거의 선거 운동원들과 부딪칠 뻔했다. 그 남학생 뒤로 몇 명의 여학생들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이들은 화장품 가게에 진열된 미용 용품을 가리키며 웃고 떠들면서 선거 운동원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그 옆을 지나치고 있었다. 단 5분만 이 거리에서 선거 운동원을 대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는 하나의 심각한 문제점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젊은 층의 정치적 무관심이다.
무관심(apathy)은 흔히 흥미와 관심이 부족한 상태로 정의된다. 선거의 경우, 무관심이란 정치에 열광할 일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한 국가에서 젊은이들의 투표행위는 곧 그들이 살고, 일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바로 이 땅의 미래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낮은 투표율은 매우 의아스럽다. 최근, 코리아 헤럴드의 한 기사는 과거 총선에서 나타난 20대의 투표율을 제시했는데, 2004년에는 45%, 2008년에는 28%, 그리고 2012년에는 각각 40%였다고 한다(//goo.gl/qi2ASj). 이 기사는 2012년의 20대 총선 투표율은 당시 전 연령대 투표율과 비교할 때 가장 낮은 수치였다고 지적했다. 조만간 다가올 총선에서 보여줄 20대의 투표율은 총선 역사상 아마도 가장 낮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다른 코리아 헤럴드의 기사는 이번 총선의 전체 투표율이 50%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며, 이 중에서도 젊은 층의 투표율은 아마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서 낙폭이 더 클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goo.gl/dfIfiV).
실로 이런 투표율에 대한 예측들은 암담한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가기를 꺼려하는지 그 이유를 밝히는 일이다. 기성세대들은 간단하고 틀에 박힌 설명을 내 놓는다. 젊은이들은 게으르고, 정치를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건 근거가 없고 지나치게 피상적인 결론이다. 나는 수업 중에 한국 대학생들과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눠봤고, 그 결과, 나는 한국 젊은이들의 정치 무관심 현상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낮은 투표율이 시사하는 바와는 정반대로 많은 한국 대학생들은 20대에 미칠 정부 정책을 포함해서 정치에 관심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그들 생각 중에는 정치인들의 당쟁과 뇌물수수 등 스캔들에 젊은이들이 신물이 나서 정당들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일종의 정치 피로감이 있는 듯했다. 어떤 학생들은 그 어떤 정당도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이상과 희망을 반영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누구에게 투표할지 혼란스러워서 친구들과 함께 기권하기로 결정했다는 말도 전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괜히 친구들과 정치적인 견해차로 싸우게 되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 선거에 대한 토론이나 참견을 아예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goo.gl/fC1gDU).
젊은이들의 선거에 대한 이런 어정쩡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끝낼 효율적인 전략들이 있기는 하다. 코리아 타임즈의 한 기사는 그 방안 중 하나는 청년들이 강력한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대학생 대표들이 모여 ‘대한민국 청년대학생 연합’을 결성하고, 일자리 창출, 반값 등록금, 주택의 안정적 공급 등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해결책을 이들 청년 단체를 중심으로 모색하는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goo.gl/1h5qbd). 이 기사는 또한 2000년 이후 집권 정당이 대학 등록금 인하 공약을 지키는 데 실패하면 이들 단체들이 그 대안을 촉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년들과 관련된 이런 오래된 과제들이 그들을 13일 투표장으로 가게 하는 자극제가 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20대의 투표율이 이번에도 낮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들이 꾸준히 젊은이들의 시선을 모을 수만 있다면, 한국 젊은이들의 숙제는 한 발짝씩 해결에 근접할 수 있다.
최근의 사회 변화가 빠르고 순간적이란 것을 깨닫는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역사적 교훈이다. 정치 세계는 그런 면에서 역사의 교훈을 도외시하고 변화에 근본적으로 취약하다. 20대 투표율이나 정당 지지도 같은 통계 수치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오늘날 같은 SNS시대에는 사람들의 생각, 행동, 그리고 사회적 관심사가 일순간에 들불처럼 SNS 같은 소셜 미디어를 타고 바이러스처럼 확 번진다. 젊은이들은 왕성한 온라인 활동으로 인해 역사상 가장 넓고 가장 빠르게 소통하는 세대임을 감안하면, 젊은이들이야 말로 가장 효율적으로 정치와 선거에 대해 간섭하고 따질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을 포함해서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젊은이들의 투표율은 저조하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모바일 같은 테크놀로지는 각국의 미래 문제에 대해 세계 젊은이들의 토론을 촉발하고 정치적으로 하나로 묶어서 소통시킬 수 있는 원천이 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선거일에 더 많은 청년들을 투표에 참여시킬지는 아직 모르지만, 소셜 미디어가 변화의 원동력이 되고 변화의 증거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확고히 믿는다.
작년 10월에 치러진 캐나다 연방선거(편집자주: 내각제인 캐나다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를 연방선거라 부른다. 국회의원 선거 후 다수당 당수가 수상이 되는 것은 영국이나 일본과 동일하다)는 소설 미디어와 청년층 투표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확실히 보여 준 사례다. 선거 기간 동안, 캐나다 출신인 나의 페이스북에는 친구들이 퍼 나른 국회의원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언론의 뉴스와 의견 등 정치적 내용으로 꽉 차 있었다. 또한, 많은 캐나다 친구들은 단 하나의 간단한 일을 하자고 타인을 설득하는 메시지를 올리고 또 올렸다. 그것은 바로 “투표하자”였다. 선거 독려는 재미있는 방법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기도 했다. 그것은 페이스북에 올린 ‘투표인증샷’ 셀카였다. 왜 캐나다 젊은이들이 투표인증샷 놀이에 열중했을까? 그것은 투표라는 민주적 절차에 참가한 데 따른 그들의 긍지를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작년 선거 기간 중, 캐나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10년 간 집권한 보수당에 만족하지 못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서는 정치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런 젊은이들의 심기가 팽배하고 있었다. 선거란 바로 젊은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좀더 참신하고 진보적인 지도자를 투표할 권리를 행사해서 선출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이것이 정확하게 작년 캐나다 선거에서 나타난 일의 전말이었다. 즉, 진보당이 압도적으로 선거에 승리했던 것이다. 캐나다의 새 정부는 환경을 보호하고, 시리아 내전에서 캐나다군의 역할을 축소했으며, 사회 간접 자본 투자를 늘렸다. 이것이 바로 캐나다 젊은이들이 보기를 원했던 정책들이었다(편집자주: 신임 캐나다 수상은 저스틴 트루도다. 트루도 수상은 이민자들을 포용하자고 해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와 정반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직 선거 결과에 따른 정책 변화와 그 효과를 따지는 게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이 선거에서 캐나다 사람의 70%가 투표했고, 이 수치는 1993년 이래 최고 높은 투표율이었다.
작년 캐나다 연방 선거는 선거 혁명이란 것이 무엇이고 젊은이들이 참여를 통해서 그들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작년 캐나다 젊은이들에게 정치적 무관심은 없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캐나다 출신 크리스천 버그마이스터(Christian Burgmeister) 교수다. 버그마이스터 교수는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 미디어 학과 석사 출신으로, 현재 경성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World Media,’ ‘Mass Culture’ 등의 과목을 강의한다. 위 칼럼은 아래 영어 원문을 변역한 것이다.
Korean Parliamentary Elections 2016: Youth & Political Apathy
As South Korea’s parliamentary election on April 13th draws near, the democratic process is in full swing; candidates are making their final bids for election and citizens must decide how they will spend their precious votes. The fate of 300 seats in the National Assembly will be decided. Will the ruling Saenuri Party maintain their majority or will a minority – the Minjoo Party or the People’s Party – claim victory? Change in politics can come suddenly and so the entire country watches the outcome intently. The atmosphere during election time is electric; a nation on the edge of change, with citizens in a position of power, able to decide the future for their country. However, the words “change” and “future” only mean something to those who choose to participate in the democratic process. Some become actively involved in politics, following election coverage and exercising their right to vote. But for others, such as the youth in Korea, there is a lack of participation during the election season. How and why is this happening?
The scene in Daeyeon-dong, Busan reveals much about the current political climate among young people in Korea. Sandwiched between two university campuses, the neighbourhood is a microcosm of Korean youth culture, buzzing with the trends, activities and energy of the millennial generation. On a sunny afternoon, a group of middle-aged political supporters stand on a street corner, wearing red ball caps and vests. They hold red signs picturing their favored political candidate, while smiling and waving at passersby. A male university student approaches and almost collides with the group, oblivious as he hurries by, head bent down, starring at a smartphone. Behind him, a group of female students point at beauty products displayed in a store window, chatting and laughing as they skip past the electoral supporters, completely unaware. Five minutes of observation, on street corners such as these, highlight a serious problem: political apathy among the youth.
Apathy is defined as a lack of interest or concern. In this case, it’s the absence of enthusiasm for political matters. Considering the act of voting affects the future of the very country in which youth will live, work, and eventually raise their families in, it is seemingly ironic that their demographic has such a weak showing in the voting process. A recent article from the Korea Herald provides statistics of youth voters from previous parliamentary elections: turnout among those in their 20s was 45% in 2004, 28% in 2008 and 40% in 2012 (//goo.gl/qi2ASj). The article notes that youth voters from 2012 represented the lowest turnout of voters among all age groups. The predictions for the upcoming election are even worse. Another Korea Herald article explains that it is expected overall voter participation will be below 50%, and one can hypothesize that the youth vote will proportionally lower if that ends up being true (//goo.gl/dfIfiV).
The numbers paint a grim picture indeed, but what are the reasons why youth are averse to voting? Simple, stereotypical explanations from older generations – that youth are uninformed, lazy or non-political – are unfounded and lack depth. After talking to my own students, it turns out the answer to that question is more complex. Contrary to what the statistics may imply, many students are interested in politics, especially government policies affecting their age group. However, there seems to be a type of fatigue which prevails, as youth tire of the feuds and scandals that plague the credibility of political parties. For some, none of the political parties truly reflect their ideals and hopes for the future. Confused and undecided about who to vote for, they opt to forgo voting altogether. As a JoongAng Daily editorial article reveals, some students feel election discussions and commentary are taboo among their generation and as a result, they struggle to express their political views. (//goo.gl/fC1gDU).
Despite the precarious position in which youth find themselves come election time, there are initiatives in place to try to end voting apathy. An article in the Korea Times explains that such measures aim to give empower youth and give them a stronger voice. Representatives from Korean universities have created ‘Joint Action of Students and Youth’, a plan to resolve issues pertinent to youth, such as job creation, tuition costs and housing affordability (//goo.gl/1h5qbd). The plan has good reason to be implemented too, as the article gives an example of the failure of the government to follow through with promises to reduce tuition since 2000. Longstanding examples like those should provide the impetus for young people to get out and vote on April 13th and yet the numbers indicate low voter turnout will persist. However, the fact that Joint Action exists and is gaining traction is one step closer to confronting and solving young people’s problems in Korea.
If history can teach us anything, it’s that change can happen suddenly and rapidly. The world of politics is not exempt from this vulnerability to change. A statistic or number that was true yesterday can be very different tomorrow. In the age of social networking, ideas, movements and social issues can go ‘viral’ and spread through the news media and SNS like wildfire. Considering youth are widely acknowledged as the most connected demographic in terms of online activity and presence, they have the perfect environment in which they can discuss politics and elections. Remember that political apathy is not unique to Korea and that many countries, including the U.S., have low youth voter turnout. Since the Internet is global, it has the power to unite and connect people politically, sparking debates and meaningful discussions about the future representatives of every country. Whether that will lead to more actual voters on election day remains to be seen, but I believe social media can be a vehicle for change and there is no shortage of examples to demonstrate that this is possible.
To see evidence of the power of social media and the youth vote, we can look to Canada, which held its federal election in October of last year. During that time, my Facebook newsfeed was full of political content from friends sharing opinions and news stories about the candidates. Many people posted messages urging others to do one simple thing: vote. Participation in the election was even encouraged in a playful way, as young people posted ‘voting selfies’ (photos of themselves at the polling station after casting their ballot) to their social media accounts. Why? To demonstrate their pride in the voting process. Overall, there seemed to be a pervading feeling of political change on social media, as young Canadians were unhappy with the Conservative party that had been in power for almost a decade. It was their opportunity to use their voting rights to elect a new, more progressive leader who is in touch with their needs. And that’s exactly what happened – the Liberal party won a sweeping majority. New government policies on preserving the environment, reducing the military’s role in the war in Syria and improving infrastructure development are already in the works, which reflect the changes many young people wanted to see. While it’s still too early to know exactly how many youth voted and their impact on the election, we do know that almost 70% of all Canadians voted, which was the highest voter turnout since 1993. Far from apathetic, it’s an example of how change is possible and that youth always have the power choose their level of involvement during electi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