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현금 영수증 가맹점 아닌가요?"라고 직장인 원(26) 씨는 부산 대연동의 한 편의점 점원에게 물었다. 점원은 "맞아요.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드릴까요?"라고 답했다. 왜 가맹점 스티커가 부착되어있지 않냐는 원씨의 질문에, 점원은 "사장님께서 아무 말씀이 없으셨어요.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달라는 손님도 거의 없어요"라고 말했다. 현금영수증제도가 시행된 지 석달 째이지만, 이처럼 가맹점과 소비자들의 관심이 부족하다.
현금영수증제도란 소비자가 5000원 이상 현금을 낼 때 현금과 함께 신용 카드, 핸드폰 번호 등을 제시하면 가맹점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고 그 내용이 자동적으로 국세청에 통보되는 제도이다.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으면, 국세청이 소비자의 현금사용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소비자가 국세청에 요구하면 현금영수증의 사용 내용을 국세청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연말 정산할 때 현금 사용액에 대해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산 국세청 강삼수 담당자는 이 제도를 통해서 소매점들의 거래내역을 신용카드는 물론 현금을 받을 때도 투명하게 알 수 있으므로 탈세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1월말 기준으로 현금영수증 전국 가맹점포수는 84만 곳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 달 동안 가맹점 한곳 당 현금영수증 발행 건수는 평균 16건 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사람들이 거의 현금영수증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부산 용호동에 사는 김(53) 씨는 집으로 현금영수증에 대한 홍보 용지 한 장 오지 않았고, "그런거 복잡하고 귀찮아서 사용 안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부산 양정동 안(45) 씨는 현금영수증이란 말을 듣기는 했으나 절차가 어려워서 종전처럼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홍보부족 사태에 대해, 국세청 강삼수 씨는 국세청이 예산이 부족하여 홍보를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현재 현금영수증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 중에서 52.7%가 남자, 47.3%가 여자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대상자 중 만30세에서 만39세 사이가 42.3%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였고, 만18세에서 만29세 사이가 32.8%로 2위를 차지하였다.
대개 경제활동이 활발한 3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영수증 제도를 알게 된 매체로, 조사대상자 중 33.1%가 TV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현금영수증 발급시 불편한 점에 대해 질문한 결과, 조사대상자 중 27.8%가 신용카드, 주민번호 제시에 따른 정보유출의 불안감을 가장 많이 지적했고, 25.2%가 가맹점 직원이 불친절하거나 발급 방법이나 현금영수증에 대해서 잘 몰라 당황해서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이런 낮은 호응도에 대처하기 위해 국세청은 2월 22일에서 23일 이틀 동안 현금영수증을 주고 받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소비자단체 및 사업자단체와 공동으로 '현금영수증 주고받기' 거리 캠페인을 실시하였다. 특히 현금영수증 홍보모델 개그맨 박수홍 씨와 국세청 홍보대사인 영화배우 김선아 씨가 서울 일원 지하철역 등에서 출근길 소비자를 상대로 소형현수막, 피켓 등을 걸고 소개 책자를 나눠주며 관심을 유도했다.
현금영수증 제도를 한국에서 세계최초로 도입한 국세청의 의도와는 달리, 직장인 김(28) 씨는 현금영수증제도가 시민들에게 이익이 될지는 연말정산을 해 봐야하고 그 성과를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금 영수증에 관련한 자세한 문의는 국세청 현금영수증 홈페이지로 접속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