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더니 그 아주머니 말이 화를 더 돋구었다. 그 방은 원래 객실이 아니라 창고로 쓰던 옥탑방인데 숙소로 만든 방이란다. 자기네 호텔에는 얼마든지 좋은 방들이 많지만 내가 그런 방을 예약했기 때문에 그런 방을 주었단다. 나는 비교적 싼 값의 방을 예약했지만 창문도 없는 방을 예약한 적이 없었다. 거친 욕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그냥 "베리 배드 룸"이라고 했다. 좀 더 세게 "The worst room in the world"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자기가 숙소 주인이 아니므로, 그리고 다른 방들은 다 찼으므로 어찌 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내 말은 하나도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말만 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스위스 이미지가 좋았는데 내가 묵는 방(very bad, the worst room in the world) 때문에 스위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게 되었다고… 앞으로 이런 후진 방을 손님들에게 팔지 말라고… 내 말을 당신 보스한테 분명히 전해 주라고…. 나 혼자 씩씩거리며 그리 따졌어도 내 주장이 먹혀 들었을 가능성은 1%도 없다. 그들은 또 어떤 나같은 허술한 사람들에게 비싼 값에 팔며 이익을 챙길 것이다. 고객의 브랜드 접촉점들 관리를 통한 브랜드 경영에서 100-1=99가 아니라 100-1=0이다. 아무리 다른 것들이 99개나 좋아도 하나가 싫으면 다른 99개가 다 후져 보인다는 뜻이다. 정말로 그렇다. 사람 관계에서도 어느 사람이 좋았어도 어느 한 부분애서 실망하면 다 싫어질 수 있는 게 인간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아무리 스위스가 미감있는 국가라고 생각했어도 이 후진 숙소 하나 때문에 스위스에 대한 미감은 급격하게 하락하고 말았다. 전통적으로 관광숙박업이 발달한 스위스의 관광담당 정부에서도 이런 숙소를 팔아먹어 이익 만 챙기려는 업자들을 엄중히 관리해야 한다. 역시나 우리가 좋은 미감을 사람들에게 주려면 사소한 하나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심하게 미감 경영을 해야 할 일이다.
미(美)~여(女)~문(文)/Amenity, Feminism and Lifeway ㉛ / 칼럼니스트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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