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경남 거제시 장목면을 잇는 거가대교의 통행료가 비싸다는 거듭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거가대교가 개통되던 2010년에도 통행료가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지만 운영사는 개통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하 요구를 묵살하고 있어 장삿속이 지나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거가대교의 통행요금은 소형차 1만원, 중형차 1만5,000원, 대형차 2만5,000원, 화물차 3만원으로 전국의 유로도로 중 가장 비싸다. 대형차 요금기준은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소형차와 5.8%, 대규모 민자사업인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5.4%, 신대구고속도로 5.9%, 인천대교 69%,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16.9% 차이다. 그러나 거가대교는 소형차와 대형차의 요금차이가 150%에 달해 한국도로공사 요금기준보다 무려 27배나 높다. 통행료 징수기간 또한 40년으로 전국 유료도로 중 최장 기간으로 책정됐다.
이 때문에 거가대교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거제도 조선소에 근무하는 김현(27) 씨는 주말마다 부산 본가에 가기 위해 거가대교를 이용한다. 김 씨가 내는 통행료는 왕복 2만원, 한 달에 통행료만 8~10만원을 쓴다. 김 씨는 “통행료가 비싸서 이용하기 주저되지만 거가대교를 안 타면 통영으로 돌아가야 돼서 부산까지 3시간 정도가 걸린다. 어쩔 수 없이 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원, 김해, 부산 등에서 거제도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은 부담이 더욱 커진다. 거제도에 직장을 두고 있는 강모(38) 씨는 부인이 부산에서 일을 해 부산에서 거제도로 매일 출퇴근한다. 소형차를 타는 강 씨는 한 달 출퇴근 통행료로만 60만원이 넘는 돈을 쓴다. 강 씨는 “거리가 얼마 안돼서 출퇴근 하는데 통행료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기름값까지 합하면 한 달에 출퇴근에 쓰는 돈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래도 맞벌이를 포기할 수 없어 이용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거가대교를 이용하는 화물차들의 통행료 부담은 어마어마하다. 서울 부산간 395km 화물차 통행료가 3만1,000원인데, 불과 8.2km의 거가대교 통행료는 3만원이나 된다. 때문에 지난 2014년 화물 노동계가 거가대교의 살인적인 화물차 통행요금 인하를 촉구 했으나 그 해결책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당시 화물노동계는 “거가대교를 이용하는 화물노동자들이 치솟는 기름값과 거리 단축에 따른 물류비 인하요구, 경기 침체로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통 당시 통행료 논란에 대해 민간사업자 GK해상도로는 통행료가 비싸게 책정된 것은 8.2km의 거가대교의 총 공사비가 1조4469억원이나 소요됐기 때문이라며, 전문기관의 검증을 거쳐 책정된 적정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용자들은 거가대교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기권이나 할인제도를 만드는 등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 씨는 “완전 요금 인하가 아니더라도 나처럼 매일 거가대교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할인을 해주는 정도의 배려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매주 거가대교를 이용하는 이창훈(27) 씨도 “지하철 정기권처럼 거가대교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기권 제도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운영사나 부산시는 통행료 인하를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 건설행정과 관계자는 “통행료 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비용보증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잔여 운영기간이 남아 있다. 할인제도 등에 관해서는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