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준수(24, 울산시 남구) 씨는 얼마 전 부동산 중개 앱을 통해 자취방을 구하려다 실패했다. 앱에 올라온 ‘허위매물’에 번번이 속았기 때문이다. 이 씨가 앱에서 맘에 드는 방을 보고 부동산중개업소에 연락하면, 그들은 “그 방은 금방 전에 계약됐는데…”라는 말과 함께 더욱 비싼 조건의 방을 소개했다. 여러 중개업자의 똑같은 수법에 이 씨는 결국 직접 자취방을 구하러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방을 구하려고 앱을 깔았는데 도리어 낚인 기분만 든다. 그 시간에 차라리 발품을 파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 앱은 직접 발로 뛰어다니지 않아도 원하는 지역과 조건의 방을 찾을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실제와 다른 허위매물로 피해를 보는 이도 적지 않다. 사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낚시 매물은 실제 부동산과 인터넷 매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수법. 그러나 이런 악습이 부동산 중개 앱으로까지 옮아가면서 더욱 다양하고 치밀한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 앱에 올라온 정보에 속은 대학생 김은주(23) 씨는 “실제 집 위치가 앱에 올라온 위치와 달라 처음에는 다른 집인 줄 알았다. 게다가 사진에서 보던 방보다 훨씬 크기가 작고 방 상태가 깨끗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29) 씨도 마찬가지다. 정 씨는 “좋은 조건이라 중개업자에게 연락하고 약속까지 하고 방을 보러 나갔는데 갑자기 말을 바꾸더라. 관리비는 5만 원에서 7만 원으로 올리고 전기세는 별도로 내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런 낚시성 매물이 판치면서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직방,’ ‘다방’과 같은 대표적인 부동산 중개 앱 측에서는 허위매물을 근절하겠다고 나섰다. 이들 중개 앱 중에선 ‘안심중개사,’ ‘허위매물ZERO’ 라는 광고와 함께 피해를 본 이용자들에게 보상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실상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부산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모(38) 씨는 “허위 매물을 신고하려면 몇 가지 증거자료가 필요해 까다롭고 귀찮아서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많다. 앱을 통해 연락 온 사람들에게는 일부러 명함을 주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 박모(45) 씨의 말에 따르면, 앱 제작사의 관리와 감독을 피해 꼼수를 부리는 중개업자도 있다. 그는 “중개업자가 가족들 아이디를 써서 개인이 올려놓은 매물인 척 감시망을 피하기도 한다. 실시간으로 허위매물을 올려놓고 손님에게 연락이 오면 비공개로 바꿨다가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다시 공개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부동산 중개 앱은 주변 시세 확인 정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방을 구하는 것은 벼룩시장 같은 지역신문을 보거나 아니면 직접 부동산을 확인하러 발품을 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