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먼저 받고 일부러 고장내 구매 포기 유도...환불 요구하면 협박에 폭행까지 / 신예진 기자
신차 가격이 부담스러운 이들이 ‘중고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허위 매물, 미끼 매물 등 중고차 사기가 여전히 활개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등 혐의로 55명을 검거, 중고차 판매업체 대표 이모(27) 씨 등 9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김 씨 등 131명을 상대로 14억 원 상당의 중고차를 강매했다.
이 씨 등은 경기·인천지역 15개 중고차 매매상사 대표다. 피해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중고차 허위매매 사이트에 시세보다 싼 가격에 중고차 매물을 올렸다. 이후 현장에 온 피해자들에게 매물을 보여줬다. 피해자들의 문의는 여성 텔레마케터가 받았다.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이들은 매물을 확인하러 온 피해자들에게 정상적인 차량을 보여줬다. 이후 선 계약금, 후 계약서 방식을 제안했다. 계약서 작성 시에는 ‘일방적인 계약 파기 시 계약금 환불 불가’, ‘계약금 파기 시 위약금’ 등 특약 조항을 수기로 기재하게 했다.
피해자가 계약서를 쓰는 사이 이들은 일명 ‘덜덜이 작업’을 시작했다. 다른 직원들이 차의 연료 분사 노즐과 퓨즈를 빼놓는 것. 차가 고장 난 것처럼 위장해 피해자가 차량 구매를 포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계약서를 쓰고 나온 피해자가 구매 취소 의사를 밝히면, 이 씨 등의 협박이 시작됐다. 계약금은 환불이 불가능하고, 높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식이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다른 중고차를 보여주기도 했다. 피해자들을 지치게 하기 위한, 일명 ‘뺑뺑이 작업’이다. 만약, 계속해서 환불을 요구하면 이들은 욕설과 함께 피해자 위협을 시작했다. 집단 폭행하고 협박해서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비싼 값에 강매했다. 한 피해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시세 900만 원 상당의 2008년 식 중고 차량을 1700만 원을 지불하고 매입했다.
경찰에 이 같은 ‘덜덜이 수법’이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허위 매물을 게시하면 그 자체만으로 자동차 관리법으로 처벌된다. 이 때문에, 존재하는 차량을 조작해 다른 차량으로 돌려 판매하는 방법을 쓴 것. 사기 수법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중고차 사기를 호소하는 이들의 사연이 넘쳐난다.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8월 부천 가서 사기당했다”며 “100만 원만 털렸으니 나름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피해서 어디서 말도 못 하고 경찰에만 신고했다”며 “신고포상제를 해야 사기꾼들을 근절시킬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중고차 구매 시 차량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중고차를 애용하는 김모(28, 경남 창원시) 씨는 “중고차를 구입할 때는 되도록 2명 이상과 함께 전시장을 방문하는 것이 팁”이라며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를 맹신하지 말고, 시세보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유혹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4월 중고차 강매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들 업체가 운영한 중고차 매매 사이트 2곳을 우선 폐쇄했다. 현재 추가 범행 등을 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