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한정식집의 27가지 반찬의 정성과 푸짐함에 놀라다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에서 미국 가져갈 된장과 고추장 구입하고
현대화한 관광도시 구례 시내와 화엄사 둘러 보고 다시 서울로...
*편집자주: '고대산악회 추억의 등산코스 덕유산과 무주구천동'에서 이어집니다.
고속버스가 정안 휴게소를 출발하고 얼마 안 걸려 남원 인터체인지가 나오면서 남원 시가로 들어서니, 옛날 가본 남원이 아니었다. 넓은 도로변에는 고층 아파트가 보였다. 마치 서울의 외곽 지대처럼 변한 남원을 보면서, 옛날 초가집이 들어 선 고색창연한 남원의 모습이 아니라서 아쉬운 생각이 앞섰다.
버스 터미널에서 기다리는 김 교수를 만나서 반갑게 인사하고, 우리는 바로 점심을 예약한 순창으로 갔다. 남원에서 순창으로 가는 도로는 섬진강을 끼고 돈다. 옛날 꼬불꼬불하던 시골길 옆에 고속도로가 생겨 차가 쏜살처럼 달리니, 아름다운 섬진강 주변을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우리는 잠시 후 순창에 도착하여 예약한 '새집'이란 한정식집으로 갔다.
이윽고 한정식 밥상이 들왔다. 1인분 차림을 세어보니 27개의 반찬이 그릇에 담겨있었다. 50 년 이상 미국에 살다보니 반찬이 다섯 가지도 안 되는 식사만 먹다가 27개의 차림은 보기만 해도 정신이 없었다. 더군다나 반찬 하나하나에 온갖 정성이 담긴 듯하니 식사하기 전에 감명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식사 1인분 가격이 1만 4000원이라고 하니, 미국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할 황송한 점심식사였다. 김 교수에게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바로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로 갔다. 화려하게 장식된 동네에 이름난 고추장과 된장 상점들이 줄을 서서 자리잡고 있었다. 맑고 청정한 순창고추장 맛을 미국으로 가져 간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무량했다.
이곳 순창이 고추장으로 유명해진 이유가 있었다. 고려 말 이성계가 스승인 무학대사가 기거하고 있던 순창군 구림면 만일사를 찾아가던 도중, 어느 농가에 들러 고추장에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이성계가 그 맛을 잊지 못하다가 조선을 창건하고 왕으로 등극한 후 순창의 고추장을 진상토록 했으며, 그 뒤부터 순창 고추장이 천하일미의 전통식품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순창 고추장은 조선 시대부터 지금까지 그 명성과 비법이 이어져오고 있으며, 이성계가 한 끼 대접을 받은 농가가 현재의 순창 부근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순창 고추장의 명성과 전통적 비법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순창군은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을 설립하고 전통비법을 전수하는 장인들을 모셔와서 다음 세대로 계속 그 비법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 민속마을은 신구가 잘 조화된 마을로서 현대의 과학과 장인들의 전통적 비법이 어우러져 위생, 맛, 성분이 그대로 살아있는 본래 고추장의 맛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김 교수가 잘 아는 '장본가 전통식품'에 들려 미국으로 가져갈 고추장과 된장을 샀다.
본래 김 교수는 순창에서 점심을 하고 섬짐강변 도로를 따라서 구례로 가서 유명한 화엄사를 돌아보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우리가 미국으로 돌아갈 스케쥴이 바빠서 당일치기로 서울에서 순창을 다녀오기로 한 것이 김 교수의 계획과 차질을 빚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급하게 화엄사를 차로 둘러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구례를 지리산 밑의 후진 시골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례는 전라도 어느 고장보다도 아름답게 꾸며진 현대적인 타운으로 변모했으며, 도시의 홍보 문구처럼 “자연이 살아 숨쉬는 생명의 도시”가 되어 있었다. 서시천이 맑게 흐르는 구례 타운은 아름다운 지리산을 등에 업고 있어서 훌륭한 관광 도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근처에 빼어난 절경과 역사의 흔적이 묻어있는 유명한 회문산 자연휴양림, 소금강이라 일컬어지는 강천산 공원, 눈쌓인 절경이 아름다운 백양사, 다양한 장승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추령 장승촌, 경치가 아름다워 옛 시인들이 뱃놀이를 하며 풍류를 즐긴 곳으로 유명한 향가 유원지, 그리고 불붙은 듯한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내장산 등의 관광지가 인접해 있는 천혜의 관광도시였다.
아주 오래전, 구례에서 미국 미주리대학으로 유학와서 내 제자가 된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의 아버지가 자식의 유학 시절에 옛날 식 편지를 나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 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우리 장손이 미국에 가서 영어로만 생활하게 되니, 조선말과 글을 잊지 않도록 배려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그 아버지가 걱정하던 학생은 박사학위를 잘 마치고 지금은 전남대학교 교수가 됐다. 당시 편지를 받은 나는 그 학생에게 오히려 조선 말을 잊어도 좋으니 영어를 더 제대로 배우라고 덕담을 한 적이 있다.
구례 시내를 벗어나서 섬진강변도로를 타고 남원 가는 길을 지나면 화엄사가 나타난다. 화엄사(華嚴寺)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이이며 삼국 시대에 창건된 유서깊은 사원이다. 이 절에서 주관하는 '템플 스테이'는 주로 어린 고등학생이나 대학 초년생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며, 주변의 우거진 지리산 산림 속으로 등산하기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화엄사를 안고 있는 이 지역 지리산은 뱀처럼 심하게 곡류하는 계곡에 봄철에는 철쭉꽃이 계곡을 메우고, 가을철에는 빛깔이 다양한 단풍이 계곡을 덮으며, 또 여름철에는 녹음 짙은 계곡 안에 삼복더위를 얼어붙게 하는 냉기가 감돈다. 반야봉과 토끼봉에서 남원시 산내면으로 뻗어 내린 골짜기의 가을단풍은 아름답기가 피아골의 단풍과 우열을 가르기 힘들다. 계곡은 언제 찾아도 수량이 풍부하고, 수림이 울창하여 대표적인 여름 피서지로도 유명하다고 김 교수가 설명했다.
서울가는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서 우리는 구례 시내를 차 속에서 훑어 보고 화엄사 앞을 지나쳤고 그 안을 들를 시간이 없었다. 무척 아쉬웠지만, 김 교수가 화엄사를 정식으로 보러 언젠가 또 한 번 구례로 내려올 이유가 생긴 것 아니냐고 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었다. 우리는 차를 급히 몰아 남원 버스 정류소에 도착해 출발 직전의 버스에 가까스로 몸을 싣고 아쉽게 서울로 향했다.
엄연히 역사왜곡이죠. 고추가 이땅에 전래된게 임진왜란 직전쯤으로 추정되는데요? 이성계는 그 200년전 사람이라 신대륙 발견전, 아예 구대륙에 고추가 없었어요. 그런데 고추장을 맛봤다니 아예 말도 안되죠.
고추가 16세기에 들어왔는데 14세기 인물인 이성계가 어떻게 고추장을 먹을수 있나요? 타임머신이라도 탔나요? 역사왜곡을 지자체가 자랑스레 한다니 한심하네요. ㅋㅋ
유교 경전인 예기에서는 是月也 霜始降(이 달에 비로소 서리가 내리고)라 하여, 상강(霜降)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유교의 최고신이신 하느님(天)을 중심으로 계절을 주관하시는 신들이신 오제(五帝)께서 베푸시는 아름다운 절기(상강), 명절(중양절). 상강(霜降)절기의 단풍철, 중양절(重陽節)의 국화철이 오랫동안 한국의 가을을 아름답게 수놓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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