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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역사 왜곡 논란....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관 주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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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역사 왜곡 논란....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관 주입” 우려
  • 취재기자 이승주
  • 승인 2021.04.1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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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tvN 드라마 '철인왕후' 논란 중심에
청와대 국민청원서도 문제 제기... 일각선 "표현의 자유 인정해야"

최근 방영된 TV 드라마의 인물, 소재, 배경 등을 놓고 역사왜곡 논란이 야기돼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가장 큰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던 SBS드라마 '조선구마사'는 태종을 양민학살하는 잔인무도한 왕으로, 충녕대군(세종대왕)을 태종의 왕위를 이어받을 양녕대군을 위한 도구 같은 역할로 꾸며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드라마 속 기생집 등불, 배경음악, 인테리어 등은 중국식이었고 식탁 위에 차려진 월병, 피단, 만두 모두 중국 전통음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중지를 요청합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약 보름만에 23만 5000명의 동의를 얻어 국민의 공분을 말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광고와 제작 지원을 중단하고 지자체인 문경시, 나주시까지 제작 지원을 철회하면서 '조선구마사'와 손절에 나섰고, 드라마는 방영 2회 만에 조기종영됐다.

'조선구마사'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는 자신의 전작인 tvN드라마 '철인왕후'에서도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여기서는 주인공이 “조선왕조실록도 한낱 지라시네”라고 언급해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고, 실존 인물인 신정왕후를 미신에 젖은 인물로 묘사해 풍양 조 씨 종친회의 반발을 샀다. 이 작품은 현재 클립 영상과 다시보기 서비스 모두 삭제된 상태다.

주부 박지현(42, 부산시 남구) 씨는 “아들이 '철인왕후'를 보고 철종이 사대부의 태평성대를 이룬 줄 안다”며 “허구적 드라마라고 표방하지만, 실존 인물 이름으로 실제 사건과 허구를 섞어놓은 상황을 연출하니 아직 역사를 제대로 배운 적 없는 아이들은 혼란을 겪게 된다”고 우려했다.

드라마 ‘조선구마사’(왼쪽)와 ‘철인왕후’가 역사 왜곡 등 역사적 사실 인지에 혼란을 주고 있다(사진: SBS ‘조선구마사’,  tvN ‘철인왕후’ 프로그램 정보 캡처).
드라마 ‘조선구마사’(왼쪽)와 ‘철인왕후’가 역사 왜곡 등 역사적 사실 인지에 혼란을 주고 있다(사진: SBS ‘조선구마사’, tvN ‘철인왕후’ 프로그램 정보 캡처).

방영을 앞둔 JTBC 드라마 '설강화'도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일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남자와, 감시 속에서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의 사랑 이야기다. 문제는 남자주인공이 시대를 위해 싸우는 운동권 학생인 줄 알았으나 ‘무장 간첩’이었다는 설정과 안기부 캐릭터를 ‘거침없이 뛰어드는 열정을 가진 인물’로 묘사한 부분이다. 방송사 측에서는 "전체 맥락을 보면 역사왜곡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대학생 정재석(24, 부산시 연제구) 씨는 “1987년은 대한민국이 마침내 민주화를 이룬 의미 있는 시기인데, 드라마 재미를 위해 군부독재 및 안기부를 다소 긍정적으로 다룬 부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 드라마는 허구를 극화한 것이므로 드라마 자체로만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대학생 이장은(23, 부산시 기장군) 씨는 “드라마는 등장인물로 하여금 표현하게 하는 예술작품일 뿐, 예술은 예술로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존 인물을 특정하게 되면 표현에 제약이 생길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직장인 김지후(25, 부산시 동래구) 씨는 “드라마도 하나의 영상소설인데, 소설을 꾸며내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개인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하면 드라마 역사왜곡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이장은 씨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한 설명을 ‘프로그램 사이트’에서 대중적으로 볼 수 있도록 게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정재석 씨는 역사 지식을 갖춘 전문인을 고용해 ‘대본과 연출을 검열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현 씨는 "아이들의 건강한 역사관을 위해 드라마 배경은 역사적 사실에서 가져오더라도 실존인물의 이름은 쓰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경성대 인문문화학부 사학전공 이가연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그 사회의 통념에 벗어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실존 인물과 실재 사건으로의 배경구성은 역사성 및 시대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논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상업적 논리에 매몰되어 이러한 점을 간과한다면, 또다시 '조선구마사'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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