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줄어드는 부산의 인구 중 10-20대의 비율은 33%다. 그 중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타 지역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다. 타 지역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부산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고3 학생들은 왜 타 지역으로 진학하는 것을 꿈꾸고 있을까?
삼천포 중앙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한양 여자 대학교로 진학한 문채은(21) 학생은 “무엇보다 부모님 곁을 떠나서 혼자 독립심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물론 부모님 곁에서 편하게 대학 생활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자취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부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 경성대학교에 진학한 김광욱(21) 학생은 대학 생활도 부모님 곁에서 하게 되어 독립심을 키워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한 학기를 마친 후 휴학했고, 서울에서 자취하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외로움과 부산이 그리워 한 달 후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그는 진학으로 이루지 못한 부산 탈출과 독립 욕구를 잠시의 서울 생활로 달랬던 것이다.
부산 경남정보대학교에 재학 중인 최대진(20) 학생은 지금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통금 시간도 있고, 외박할 때에는 외박계를 써야하는 까다로움이 있지만, 기숙사 생활이 부모님 곁에서 지내는 것보다 훨씬 자유롭다. 그는 “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술을 자주 마셔요. 부모님 곁에 있었더라면, 부모님은 저에게 대학교를 그만 다니라고 하셨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들은 이처럼 독립을 위하여 타지로 진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더 좋은 문화 시설을 동경하여 타지로 진학하기를 원하는 학생도 있다. 부산 성모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표혜선(19) 학생은 “저는 전문대학을 가더라도 서울에 가고 싶어요. 서울권에 진학하면, 뭐든 다 좋을 것 같아요. 넓은 곳에서 좋은 문화 시설도 즐기고요. 부산도 시설이 불편하거나 좋지 않은 환경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서울만 하겠어요?”라고 말했다.
‘모로 가더라도 서울만 가라'는 지방민의 서울 지향성은 여전히 강하다. 중앙고등학교 진로상담부 이철현 교사는 “평소 대학을 추천할 때,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서울이나 수도권 진학을 권하는 편이예요. ‘서울로 가야 성공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학생들도 서울권 진학을 원하는 편이고, 저 역시도 그 정도의 성적이 되는 학생들에게 서울권 진학이 좋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부산 문현동에 사는 신나리(48) 주부는 “지금 제 아들이 고3인데, 제 입장에서만 본다면 아들이 부산에 진학해서 제 옆에 있었으면 좋겠죠. 하지만 아들을 생각하면, 서울권에 진학해서 보다 좋은 직장을 가지고, 남부럽지 않게 살았으면 하죠. 부모라면 누구나 다 같은 마음 아니겠어요?”라고 말했다.
지금 부산시는 인구 늘이기 캠페인으로 ‘거주지 이전'을 권장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타 지역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나, 타 지역에서 부산으로 출근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민등록상 실 거주지를 부산으로 이전하도록 권하는 캠페인이다. 부산 대연동에 거주하는 신현광 씨는 “실 거주지만 옮긴다고 부산 인구가 증가하나요? 단기적으로는 인구가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겠죠. 하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아니지 않습니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사천 용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서대학교에 진학한 장민주(22) 씨는 “사천시에서는 공부 잘 하는 중학생들이 진주 소재 고등학교로 진학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상위 20% 내의 중학생들이 사천시내 고등학교로 진학할 경우, 최고 500만원까지 장학금을 지급하거든요. 장학금 때문에 진주로 빠지는 중학생 수가 많이 줄었어요. 이런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시 교육청은 고3 수험생을 붙잡기 위해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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