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논두렁 태우기'...해충보다 이로운 곤충 더 많이 불에 타 죽고 산불 우려도 커
취재기자 권지영
승인 2022.02.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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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충 피해와 미세먼지, 산불 발생 위험성 더 커
영농철이면 병해충 방제 등의 이유로 실시하는 ‘논두렁 태우기’가 해충 방제에 큰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논두렁에는 해충보다 익충이 더 많이 서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세먼지 발생과 화재위험만 높이는 등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22일 농촌진흥청은 전북도농업기술원과 논두렁 태우기가 생육기 해충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일반 농업지역과 친환경 농업지역의 논과 논두렁에서 멸구류 등 해충 비율은 4.9~9.1%로 낮았고, 거미류 등 인간에게 이로운 곤충의 비율은 90.6~95.1%로 높았다.
논두렁을 태운 후 논과 논두렁의 익충 밀도는 태우기 전보다 최대 95.5%까지 줄었으며 4주가 지날 때까지 태우기 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또 벼멸구, 애멸구, 흰등멸구, 흑명나방, 먹노린재, 벼물바구미 등 주요 해충 6종을 대상으로 논두렁을 태운 곳과 태우지 않은 곳의 이들 해충 밀도를 분석한 결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논두렁 태우기로 인한 화재도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미세먼지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논·밭두렁 태우기는 들판에 쥐를 죽이는 동시에 마른 농작물에 붙어 있는 해충의 알과 잡초의 씨를 죽이고, 또 타고난 재가 거름이 돼 작물이 잘 자라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이로움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이세원 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장은 “월동 시기에 논두렁을 태워 얻는 해충 방제 효과는 극히 적다”며 “정월대보름 전후로 논두렁 태우기를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