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自 그러한然 자연물과 인간이(人) 만든(工) 인공물 중에서 무엇이 더 아름다울까? 이런 질문은 물어보나 마나다. 어리석은 질문이니 우문(愚問)이다. 인간이 아무리 멋지고 아름답게 만든다고 해도 자연이 스스로 그러하게 이룬 것을 도저히 도무지 능가할 수 없다.
다만 인간은 자연을 흉내내며 모방할 수 있을 뿐이다. 지구 역사 137억년 전 빅뱅에 의해 우주가 생기고 45억년 전 지구가 생기며 38억년 전 생명체가 생겼다. 아무리 오래 올라가도 인류의 역사는 고작 200만년 정도다. 하라리(Yuval Harari)가 쓴 『사피엔스』라는 책에 의하면 인간이 슬기나 지혜를 가지며 다른 동물들과 본격적으로 구분되기 시작한 것은 7만년 전에 있었던 인지혁명 이후다.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이지만 수십억 년의 역사를 가진 자연에 비해 미천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인간은 자연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시드니에서 이러한 점을 더욱 더 실감하는 일이 있었다. 시드니하면 가장 먼저 연상될 정도로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에서였다. 그 안에 들어가 이 건물의 건축과정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보았는데 여기서 바로 저 사진이 나왔다. 내가 알기로는 이 건물이 조개 모양을 본따서 만든 것이려니 했다. 그런데 바로 현장에 와서 동영상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1957년 호주 정부는 이 건물의 설계를 위해 국제공모에 맡겼는데 덴마크의 건축가가 200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당선되었단다. 건축설계의 원천적 아이디어를 백조의 깃털에서 얻었단다. 우여곡절 끝에 1973년에 완공되었단다. 나중에 이 건축물은 건축 디자인 분야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프리츠커상도 받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단다. 호주의 시드니가 세계 3대 미항의 하나로 불리게 되기까지는 이 오페라 하우스의 역할이 지대했을 것이다. 이 오페라 하우스가 없다면 시드니는 그냥 그저 그런 도시에 머물고 말았을 것이다.
이 오페라 하우스 덕택에 시드니는 전세계로부터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호주를 가면 가장 큰 도시 시드니를 가게 되고 시드니를 가면 이 오페라 하우스를 안 볼 수 없다. 하지만 정작 가서 보면 시드니가 세계 3대 미항의 하나로 거론되는 게 의아하다. 백조의 깃털을 본딴 오페라하우스가 없다면 우리 부산항이나 일본 동경항, 중국 상하이항, 미국 뉴욕항, 영국 런던항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호주 시드니항이다. 오페라 하우스 가까이 다가가서 겉면을 보니 그냥 흔한 타일로 지어졌다. 그러면서도 멀리서 보면 저렇게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존재감이 대단하다. 아우라가 느껴진다. 그 우아한 자태와 아우라는 백조의 자태와 아우라에서 온 것이다. 향기로운香 항구港인 홍콩(香港)이 제 아무리 삐까번쩍한 건물을 빽빽이 지어대도 저 오페라 하우스 하나의 존재에 미치지 못한다. 그 건물들은 아무리 최첨단 최신식으로 지어져도 그냥 건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오페라 하우스는 자연을 본땄기에 아름답다. 아마도 저 건축물은 세계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건물 5위 안에 들어갈 것이다. 아름다운 존재 하나는 늘 그렇게 빛난다. 주변에 아름다움을 흘러 퍼지도록 하며 전반적 매력을 이루어 낸다. 그 바탕이 바로 자연에 있음을 가만히 생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