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0-28 17:07 (월)
[박기철 칼럼] 아름다운 자연과 아름다운 인간
상태바
[박기철 칼럼] 아름다운 자연과 아름다운 인간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4.04.01 1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름다운 자연 지킬 때 아름다움이 빛나
호주 그레이트 오션 로드 여행하며 깨달아
그레이트 오션 로드 백사장에서 새들 사진을 찍는 다니엘라
그레이트 오션 로드 백사장에서 새들 사진을 찍는 다니엘라(사진: 박기철 교수 제공).

드디어 그리도 멋지고 아름답다는, 그래서 위대하다(great)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갔다. 여기 호주에서는 비교적 싼 112 호주달러지만 여행하는 나로서는 거금 10만 원 상당의 금액을 내고 하루 일정의 관광(one day tour)을 다녀왔다. 해도 뜨기 전인 껌껌한 아침에 약속장소에서 봉고차 같이 생긴 차를 탔다. 그 차로 열 다섯 명 정도가 한 팀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멜번에서 서쪽으로 150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과연 Great Ocean Road라는 이름처럼 그레이트한 장관(壯觀)이 길게 이어진 아름다운 해안길이었다.

운전을 하는 가이드가 멋짓 풍광이 있는 곳에 차를 세워 구경을 하도록 했다. 차에서 내려 해안을 가니 모래사장에 갈매기들이 많았다. 같은 일행 중에 한 명이었던 아름다운 아가씨가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을 보니 백사장이 더욱 아름답게 여겨졌다. 아름다운 자연과 아름다운 인간이 하나로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 조화로운 모습이 너무 아름답길래 이름을 넌지시 물어 보았다. 다니엘라(Daniella)라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왔다고 했다. 매우 명랑하고 유쾌한 미국 아가씨였다. 아가씨라는 말은 참 이쁜 말이다. 여자 아가(baby)가 커서 성인에게 붙는 씨를 붙여 아가씨라고 하는 것이다. 울산에서는 큰애기(big baby)라고 하는데 아가씨나 큰애기나 다 귀엽고 정겨운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남자는 크면 시커먼 수염도 나고 우락부락해지면서 어린 티가 완전히 없어지지만 여자는 커도 아기 때의 귀엽고 순수한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기에 여자에게만 아가씨나 큰애기라는 말을 쓴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노니는 다니엘라
아름다운 자연에서 노니는 다니엘라(사진: 박기철 교수 제공).

다니엘라도 20세 넘은 성인이지만 그 모습은 아기 때의 순수한 모습이 여전했다. 몇 마디 말을 붙여 보니 성격이 밝은 명랑소녀였다. 아름다운 다니엘라 덕분에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만일 나 혼자 여기 왔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그레이트 오션 로드라고 해도 더 아름답게 여겨질 수 있을까? 더군다나 심신이 피곤한 상태에서 왔다면 그레이트고 뭐고 황량하고 거친 해변이 되고 말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도 아름다운 인간이 함께 할 때 우리는 더욱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 해도 사람이 없으면 황량하게 느껴진다. 사람의 온기와 훈기가 있어야 아름답다.

그런데 문제는 그리 아름다운 사람이 정녕 아름다울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 문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도 있는데 과연 인간이 꽃보다 아름다울까?

그레이트 오션 로드 표지판 앞에 선 다니엘라
그레이트 오션 로드 표지판 앞에 선 다니엘라(사진: 박기철 교수 제공).

인간이 자기의 욕심에만 눈이 멀어 자연을 파괴하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가장 먼저 심각하게 느꼈던 선각자가 있었다. 산업혁명의 과실을 흠뻑 빨아들인 1800년대의 서구는 자본주의가 융성하며 인간의 무한한 능력이 자랑스럽게 펼쳐지던 때였다. 이 당시 마시(George Marsh, 1801~1882)의 사상은 웬 지식인의 한가한 제안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그의 생각은 오늘날 생태주의의 시발(始發)이며 기원이자 원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시는 링컨 대통령으로부터 이탈리아 공사로 임명받은 후 생을 마칠 때까지 외교관을 하며 여러 국가들을 여행하며 체험한 실상을 책으로 썼다.

마시가 쓴 『인간과 자연』
마시가 쓴 『인간과 자연』.

바로 1864년에 펴낸 『Man and Nature』이다. 책 제목에 인간이 먼저 나오니 인간주의 느낌이 풍긴다. 하지만 그 인간주의의 관점이 180도 다르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으므로 인간의 이성을 회복하여 자연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 가운데 인간만이 자연의 모든 질서와 유기적 균형 상태를 파괴하는 유일한 생물적 존재라는 것이 마시의 핵심 논점이다. 엄청난 자연파괴를 일삼는 1900년대가 오기도 훨씬 전에 인간이 자연에 끼치는 폭력적 행위에 주목하여 이러한 선각(先覺)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놀랍다. 과연 인간과 자연이 조화로울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아름다운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 아름다운 소녀 다니엘라를 보며 가진 생각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