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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의 무딘 칼, 풍자와 조롱의 경계에서 길을 잃고 끝내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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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의 무딘 칼, 풍자와 조롱의 경계에서 길을 잃고 끝내 종영
  • 취재기자 예윤미
  • 승인 2024.12.1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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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밈 문화와 맞물려 SNL의 흐려지는 정체성
본연의 풍자적 가치 퇴색했다는 비판 끊이지 않아
코미디, 웃음을 제공하는 것 넘어 사회적 책임 동반해야
웃음과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것이 풍자의 힘
“SNL 애청자로서, SNL이 가진 날카로운 풍자와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최근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조금 변질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커요. SNL의 강점은 단순히 웃기기 위한 코미디를 넘어, 사회적 이슈나 권력 구조를 유머로 풀어내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은 밈의 양산을 위한 의도로만 만드는 가벼운 방식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소설가 한강이나 뉴진스 하니, 그리고 ‘정년이’ 같은 사례는 비판적 메시지가 없는 단순한 조롱에 가깝다고 느껴져서 실망스러웠어요.” 대학생 이모(21) 씨의 SNL에 대한 애정 섞인 비평이다. 코미디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중에서도 사회 비판적 풍자는 가장 날카로운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종영한 쿠팡플레이 ‘SNL(Saturday Night Live) 코리아’가 그 칼끝이 무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 정치와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시대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SNL은 오늘날 단순한 밈 생성기나 조롱의 무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SNL이 특정 인물이나 집단, 상황 등을 패러디하면서 시사 풍자 프로그램이란 이미지를 심어주었지만, 최근의 패러디들은 깊이 있는 비판보다는 인기를 얻기 위한 자극적인 소재나 조롱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 이는 현대 밈 문화와 맞물려 SNL의 정체성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과 맞닿아 있다.
1986년부터 1988년까지 방영된 KBS ‘유머 1번지’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의 한 장면이다(사진: 경향신문 웹사이트 캡처).
1986년부터 1988년까지 방영된 KBS ‘유머 1번지’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의 한 장면. 경향신문이 정치풍자 방송을 보도하고 있다(사진: 경향신문 웹사이트 캡처).
풍자와 조롱은 한 끗 차이다. 풍자는 잘못된 점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사회적 변화를 촉구하지만, 조롱은 단순히 웃음을 위해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데 그칠 위험이 있다. 과거 국내 시사 풍자 코미디를 떠올려보면, 1986년 11월부터 1988년 12월까지 KBS2에서 방영한 ‘유머 1번지’ 프로그램의 간판 코너인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처럼 당시 일어나던 정치, 경제, 사회 현안들을 풍자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1987년 5월부터 1991년 4월까지 KBS2에서 방영한 ‘쇼 비디오자키’의 간판 코너인 ‘네로 25시’는 군사정권을 풍자하며 코미디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전통 속에서 풍자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의 웃음을 창출하며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1987년부터 1991년까지 방영된 KBS ‘쇼 비디오 자키’의 ‘네로 25시’의 한 장면이다(사진: 경향신문 웹사이트 캡처).
1987년부터 1991년까지 방영된 KBS ‘쇼 비디오 자키’의 ‘네로 25시’의 한 장면으로 경향신문이 정치풍자 방송의 역사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사진: 경향신문 웹사이트 캡처).
하지만 SNL을 비롯한 현대 코미디는 밈 문화와 맞물리며 메시지 전달보다는 순간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데 주력하게 됐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확산 가능성을 고려한 콘텐츠 제작은 깊이 있는 풍자보다는 짧고 강렬한 조롱을 낳기 쉽다. 최근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6을 방영하면서 대부분의 패러디들이 논란이 됐다. SNL은 그동안 미국의 대통령, 정치인, 유명 연예인 등 다양한 인물을 패러디해 왔다. 그러나 몇몇 에피소드는 조롱과 비하로 받아들여지며 논란이 되었다.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 작가 패러디는 과도한 희화화로 논란을 일으켰다. 네티즌들은 “인신공격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뉴진스 하니의 국정감사 패러디는 사회적 메시지보다는 명백한 조롱으로 보였다는 점에서 반발을 샀다. 특히 드라마 ‘정년이’를 ‘젖년이’로 왜곡하는 식의 표현은 결코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고, 단순히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유머로 보일 수밖에 없다.
‘SNL 코리아’ 시즌6에서 왼쪽부터 소설가 한강, 드라마 ‘정년이’, 뉴진스 하니를 패러디하고 있는 것을 뉴시스가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웹사이트 캡처).
‘SNL 코리아’ 시즌6에서 왼쪽부터 소설가 한강, 드라마 ‘정년이’, 뉴진스 하니를 패러디하고 있는 것을 뉴시스가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웹사이트 캡처).
SNL의 논란 장면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짧은 영상으로 퍼져나갔고, 대중의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패러디는 풍자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는 본연의 의도를 무시하고 논점을 흐린다. 대학생 이 씨는 “자극적인 표현이나 무분별한 유머는 오히려 대중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며, “코미디가 가진 본래의 의도를 흐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NL의 방영 초기에는 어땠을까. 대표적으로 2012년 하반기에 방영된 ‘여의도 텔레토비’가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 BBC의 ‘꼬꼬마 텔레토비’를 패러디해 여의도에 소재한 국회의사당의 국회의원을 텔레토비에 빗대 풍자한 프로그램이다. 정치인들을 텔레토비 캐릭터로 의인화하여, 당시 주요 정치인들의 발언과 행보를 풍자했다. 마침 제18대 대통령 선거 시기였기 때문에 신선한 소재와 구성으로 인기를 모았다.
‘SNL 코리아’에서 2012년 방영된 ‘여의도 텔레토비’의 모습이다(사진: 매일경제 웹사이트 캡처).
‘SNL 코리아’에서 2012년 방영된 ‘여의도 텔레토비’의 모습으로 매일경제가 정피풍자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사진: 매일경제 웹사이트 캡처).
하지만 인기 있는 코너와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점점 진부해졌고, 이는 기존 팬들에게 식상함을 안겨주었다. 방송 초기와 달리 더 강력한 외부 압력과 검열이 작용하면서 과감한 풍자가 어려워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적, 사회적 이슈보다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특정 배우들의 과도한 19금 개그가 반복되며, 신선함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과는 달리 다른 나라의 시사 풍자 코미디는 어떨까. SNL과 비교할 때,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시사 풍자 코미디는 여전히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HBO 시사 토크쇼 ‘라스트 위크 투나잇 위드 존 올리버(Last Week Tonight with John Oliver)’는 지난주(last week)에 있었던 정치적·사회적 사건들을 풍자하며 메시지를 전달한다. 객관적 데이터와 분석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짚는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대표적인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인 ‘해브 아이 갓 뉴스 포 유(Have I Got News for You)’는 유머와 정보를 결합해 풍자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며 시청자들의 비판적 사고를 자극한다. 프랑스의 카날 플뤼의 토크쇼 ‘르 쁘띠 주르날(Le Petit Journal)’은 프랑스 사회와 세계 정세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정치적 책임을 묻는 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SNL과 달리 풍자의 본질을 잃지 않고 대중과 공명하며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SNL은 현대 코미디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밈 문화와 결합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었지만, 그 과정에서 본연의 풍자적 가치는 퇴색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시청자 인터뷰에서도 “예전에는 SNL을 보며 생각할 거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웃기려는 노력만 보인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 코미디의 전반적인 문제로도 확장될 수 있다. 코미디는 단순히 웃음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동반해야 한다. 풍자의 힘은 단순한 조롱이 아니라, 날카로운 메시지와 공감을 통해 사회를 바꾸는 데 있다. “코미디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뿐 아니라 그 안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고 믿어요. SNL이 다시 본래의 정체성을 되찾고,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유머와 통찰력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어요. 팬으로서 그런 날카롭고 지적인 SNL을 다시 보고 싶어요.” 이 씨는 이렇게 말했다. SNL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코미디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밈과 조롱이 주도하는 현대 코미디 속에서도 풍자와 메시지를 잃지 않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코미디가 단순한 소비재로 끝나지 않으려면, 우리는 다시 한번 풍자의 가치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는 SNL뿐만 아니라 현대 코미디 전반에 던지는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대중의 웃음을 사는 동시에 그 웃음 뒤에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것이 진정한 풍자의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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