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생산, 글로벌 판매, 새 제품 교환 등을 중단하고 단종을 결정했다. 소비자들은 13일부터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전액 환불받을 수 있는데, 교환기간이 연말까지여서 현재 사용 중인 노트7을 계속해서 사용하겠다는 사용자들도 있다.
어머니에게 새로 나온 휴대폰인 노트7을 선물했던 권선영(26,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효도가 아니라 폭탄을 선물한 셈이 됐다”며 한숨 쉬었다. 발화 사고 뉴스를 들으면서도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해 무심코 지나갔지만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단종을 결정하자 권 씨의 걱정은 커졌다. 몇 차례 어머니에게 교환하러 갈 것을 권했지만 권 씨의 어머니는 “내 거는 안 그래”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 권 씨는 취침 시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두는 어머니에게 저녁마다 전화를 걸어 “휴대폰 꼭 충전기 빼고 자라”는 전화를 드리는 게 버릇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갤럭시 노트7을 사용 중인 직장인 오현성(27, 부산시 수영구) 씨도 걱정스럽지만 당분간 환불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노트7을 사전예약해 구매했던 오 씨는 “교환이나 환불해 준다는데 휴대폰만 바꿔주는 것이고 그 외에 액세서리 구매 비용까지 다 보상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갓 출시된 신제품을 샀을 때 휴대폰 케이스, 액세서리, 화면 필름까지 비싸고 좋은 것으로 골랐던 오 씨는 “시간을 따로 들여 직접 휴대폰 바꾸러 가야 할 판이어서 짜증이 난다”며 “삼성에게 직접 찾아와서 리콜하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최가인(23, 서울시 종로구) 씨도 휴대폰 때문에 울상이다. 먼젓번 휴대폰의 약정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노트7으로 바꾸면서 위약금을 물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삼성이 환불 받지 않는 고객에겐 갤럭시S7엣지나 노트5로 바꿔 준다는데 가격 차가 너무 심한 제품으로 바꿔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갤럭시S7엣지는 출시한 지 6개월 정도 지나 그만큼 가격이 떨어진 것. 최 씨는 “이럴 거면 약정 기간 채울 걸 괜히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휴대폰 바꿨다. 지금 바꿀 만한 신제품도 없고 아이폰이 나올 때가지 그대로 쓰면서 기다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2일 미국 뉴욕에서 최초 공개됐던 갤럭시노트7은 지난달 공개된 아이폰7의 대항마로 엄청난 관심을 끌면서 예약 판매가 진행돼 8월 19일 글로벌 출시됐다. 하지만 발매 직후 일주일 사이에 국내외에서 6건의 배터리 폭발이 일어나면서 문제가 커졌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결함을 문제점으로 보고 새로운 배터리를 사용한 새 갤럭시노트7로 교환해 주고 판매를 재개했다. 하지만 9월 말과 10월 초 새 기기에서도 계속 발화 사고가 일어나자 9월 2일 리콜을 발표했고, 15일에는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공식 리콜이 발령됐다. 20일에는 자동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했는데 소비자 안전을 위해 충전 시 배터리가 60%를 넘으면 자동으로 충전이 차단되는 배터리 제한 조치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노트’라는 브랜드를 버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차기작 갤럭시S8은 내년 2월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