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재단 온천장·연산·중앙역 등 5곳서 운영...시민들의 작은 쉼터 구실 / 김정이 기자
도시의 지하철역은 언제나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공간이다. 도시인의 바쁜 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지하철 역에도 여유가 숨어 있는 공간이 있다. 이곳에선 사람들이 조용하고 느리게 움직인다. 느림의 미학을 알려주는 이 공간은 바로 ‘북하우스.’ 부산문화재단이 주관해 운영하는 생활 속의 문화 공간으로, 일상에 바쁜 시민들에게 잠시라도 책 읽는 시간을 주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2011년 연산역 북하우스를 시작으로 현재 부산에는 5개의 지하철역에 북하우스가 마련돼 있다.
부산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 북하우스는 2012년에 만들어졌다. 이곳은 부산 지하철 다섯 개의 북하우스 중 가장 나중에 설치돼 내부 환경이 비교적 쾌적하고 공간도 가장 넓다. 이곳에는 하루 20~30명 정도가 방문하는데, 오전에는 노년층이, 오후에는 젊은 여성들이 자주 방문한다고. 월요일부터 금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7시까지 운영되며,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다. 온천장 북하우스만의 특별한 점은 1년에 4차례 ‘문학 콘서트’를 연다는 것. 문학 콘서트는 전국의 시인, 소설가를 초대해 작가와의 대화를 나누고 중간중간 음악 공연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온천장 북하우스의 독서 회원은 150명에 이르며 주로 이들이 문화 콘서트 단골 초대 손님들이다. 공연이 끝나면 추첨으로 책을 선물하기도 한단다.
온천장 북하우스의 관리자 장미영(61) 씨는 "시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와 책을 읽고 가는 것에 보람을 느끼지만 가끔 소소한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시험 공부를 하거나 노트북으로 다른 일을 하는 대학생들이 자리를 오래 차지하고 있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고.
북하우스는 1,000여 권의 책을 비치하고 있지만 도서관처럼 대여해주는 곳은 아니다. 방문객들은 비치된 책을 읽거나 아니면 자신이 가져온 책을 조용히 읽는 장소. 장 씨는 “시민들이 내가 추천해준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고, 좋은 책을 추천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차다”며 “여기서 근무한 지 오래됐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주부 주모(47) 씨는 온천장 북하우스를 자주 이용한다. 집과 가까워 시간 날 때면 짬짬이 들러 책을 읽는다. 주 씨는 “매달 신간도서도 읽을 수 있어 좋고, 분야별로 골고루 책이 갖춰져 있어 작은 도서관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호선 지하철에는 또다른 북하우스가 있다. 연산역 북하우스는 온천장역 북하우스보다는 조금 작고 아담하다. 5년 전인 2010년에 부산에서 가장 먼저 생겼다. 처음에는 40대 이후의 연령층들이 주로 찾았지만, 비치된 도서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10대부터 70대까지 방문자 연령층이 다양해졌다.
연산역 북하우스 지킴이 오수진(36) 씨는 아무래도 무료로 이용되는 공간이어서 시민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을 가끔 만날 때가 있다고 했다. 책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며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타인을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씨는 잠시 읽을 책 한 권 소개해 달라는 방문자들에게 책을 추천해주고 그들이 그 책을 읽을 때 기분이 뿌듯해진다고. 오 씨는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 책 구입한다”며 “대학생들이 찾아와서 인문학 관련 서적을 찾아 읽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대학생 이세정(22, 부산 연제구) 씨는 지하철역에서 친구를 기다릴 때 가끔 이 공간을 이용한다. 이 씨는 “연산역은 환승역이어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늘 시끄러운데 이곳 만큼은 조용하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친구를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1호선 중앙역 북하우스는 4년 전인 2012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 평일 운영 시간은 다른 곳과 같지만 이곳은 토요일에도 오전 10시부터 오후3시까지 운영한다. 중앙역 북하우스는 주로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점심 시간에 많이 찾는다. 예전에는 시민들로부터 책을 기증을 받아 운영했지만 현재는 부산문화재단이 이곳에 책을 공급하고 있다. 주로 시민들이 원하는 책,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책을 구입한다. 중앙역 북하우스는 ‘인문학 소모임’이라는 행사를 연다.
중앙역 북하우스의 관리직원 손모아(27) 씨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접근성이 좋은 것이 이곳의 장점이라고 했다. 손 씨는 “짧은 시간을 내서 진지하게 책을 읽고 가는 손님들을 보면 앞으로 책이나 문화에 관련된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의 지하철 북하우스는 이밖에도 시청역, 수정역에도 설치되어 있다. 원래 명칭은 ‘아트폼 북카페’였으나 2011년에 지금의 북하우스로 바꿨다. 대개 15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 비치된 책은 1,000여 권이지만 잠시 들러 책을 읽다보면 지인과의 약속 시간이 후다닥 찾아온다. 일상 속에서 지식과 마주치는 공간, 그게 바로 부산의 북하우스다.
온천장역 저곳이 북하우스였군요.. 몇년이나 다닌길인데 보고도 그냥 아무생각없이 지나쳤던곳이었다니... 매번 모모스커피 쪽으로 지나가면서 보는곳이기도 하고, 홈플러스쪽으로 나가는 출구랑은 반대쪽 끝에 있어서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거 같네요ㅎㅎ 담번에 카페가면서 꼭 한번 들러봐야겠어요. 너무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