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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스타 아닌 굵직한 스타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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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스타 아닌 굵직한 스타 할래요!
  • 김지현
  • 승인 2013.01.16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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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크루키 부산KT소닉붐 김현민 선수를 만나다

정규시즌 출전시간 게임당 평균 8분 14초, 3.9득점 2.1리바운드. 소박한 이 기록은 바로 KT 소닉붐 포워드 김현민의 기록이다. 정규시즌 동안 김현민은 코트보다 벤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부산 KT 신인 포워드 김현민( 25, 199cm)은 단국대를 졸업하고 1라운드 7순위에 지명될 만큼 큰 기대를 모았다. 뛰어난 신체 조건과 발군의 운동 능력을 갖춘 김현민이었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기술적 완성도로 정규리그에서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이 조용하던 루키가 플레이오프에서 놀랄만한 활약으로 ‘대형사고’ 를 쳤다.

‘백업 멤버’에서 내년 시즌이 기대되는 ‘슈퍼루키’ 가 되다.
 

김현민은 플레이오프 5경기에 출전했다. 평균 출전 시간은 6분23 초였고, 평균 득점은 0.7점에 불과했다. 모두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한 출전이었다. 출전경기에서 9차례 슛을 던져 단 2개만 링에 꽂았다.
안양 KGC 인삼공사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그날도 김현민은 주전선수들의 체력을 비축해주기 위한 백업으로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때 기대하지 않았던 김현민이 깜짝 활약으로 스타가 됐다. 2쿼터에 주전 포워드 송영진이 파울 3개로 잠시 벤치로 들어가며 김현민은 코트를 밟았다. 이후 김현민의 쇼가 펼쳐졌다. 위기 때마다 깔끔한 속공에 이은 골밑슛으로 득점을 올렸고 상대 기선을 제압하는 덩크도 두 개나 터트렸다. 또한 안양의 핵심전력 오세근의 슛을 블로킹하는 등 수비에서도 큰 활약을 보였다. 이날 김현민이 거둔 성적은 14득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 1블록슛,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상대 팀 감독까지 “무엇인가에 홀린 것 같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규리그 내내 백업 센터에 불과했지만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수훈선수’ 로 떠오르며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숨겨진 보석에서 떠오르는 보석으로 성장 중인 김현민 선수를 기자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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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플레이오프 3차전은 ‘김현민의 날’ 로 불릴 정도였다.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엄청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나?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이 날 전 까지는 자신감이 거의 바닥에 가까웠다. 감독님께 작은 실수에도 크게 혼이 났었다. 그래서 그동안 기가 많이 죽어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데뷔 첫 해를 백업멤버만으로 출전을 했었는데 얼마 남지 않은 시즌에 내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이 온 몸에 전기처럼 흘렀다. 그래서 이날만은 기를 펴고 예전 대학시절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Q. 3차전 이 후 ‘깜짝 스타’, ‘슈퍼루키’ 등 수많은 별명들이 생기며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날 기분은 어땠나?

“경기 후 처음으로 기자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 익숙지 않아서 처음에는 좋아서 신나게 이를 보이며 웃기만 했다. 생일을 그 날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날아갈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창피하기도 하다.

팀의 에이스인 조성민 선수까지 나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며 기자들 앞에서 ‘대단한 놈’ 이라고 해주었다. 정말 짜릿했다. 꿈을 꾸는 건가? 하고 볼을 계속 꼬집기도 했다.

평소에 연락 안하던 초등학교 친구부터 친척들까지 모두 연락이 왔다.

잘 웃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감독님까지 날 보고 웃으셨다. 정말 오랜만에 감독님의 칭찬도 받아서 기뻤다. 나는 사실 내게 이런 짜릿한 날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Q. 3차전 이후 달라진 것들이 있나?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바닥에 있던 자신감을 다시 내 키만큼 끌어올려졌다는 것이다. 정말 이젠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주전선수들이 팬들에게 선물을 받고 싸인을 해주는 것을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3차전 이 후에 내게도 팬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순도 99.9 % 의 솔직함

프로농구 2011-2012 시즌은 신인들의 활약이 엄청났다. 데뷔동기였던 오세근(KGC), 김선형(SK) 등 프로데뷔 신인 동기가 펄펄 나는 동안 김현민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서 있던 게 사실이다. 특히나 김현민의 절친한 친구인 오세근은 팀에서 핵심 주전으로 활약, 신인상까지 받으며 프로데뷔 첫 해를 화려하게 보냈다.

김현민의 날이었던 PO 3차전, 기자들은 오세근의 슛을 블로킹한 특별한 소감이 있냐고 물어왔다. 김현민은 “블록은 언제나 짜릿하죠. 그런데 오세근이 특별해요? 왜요? 그냥 친구일 뿐인데..”라고 대답해 화제가 되었다.

 

Q. 예상치 못했던 답으로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드셨는데 그런 대답을 했던 이유는?

“오세근 선수는 대학시절부터 친한 친구다. 그런데 특별히 오세근 선수를 말하며 그런 질문하자 나는 막으면 안 되나? 하는 생각해 순간적으로 그런 대답이 나와 버렸다. ‘욱’ 과 ‘패기’ 그 사이 어디쯤에서 대답한 것 같다”

 

눈물로 시작했던 농구

 

태권도 선수 아버지와 수영선수 어머니를 둔 김현민은 어릴 적부터 남다른 운동신경을 자랑했다. 덕분에 각종 종목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끊이지 않았다. 운동이라고는 취미생활이 전부였던 그를 스카우트 하기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하지만 김현민의 부모님은 운동을 시키지 않겠다며 완강하게 거부했다.

김현민 역시 큰 욕심은 없었던 터라, 별 말 없이 부모님의 결정을 따랐다. 하지만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그에게 반드시 해보고 싶은 스포츠가 생겼다. 농구였다.

마침 전주고 김만진 코치에게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김현민은 뛸 듯이 기뻐했지만, 이번에도 그의 부모님은 결사반대를 외쳤다.

Q. 고등학교 1학년은 운동을 시작하기에 굉장히 늦은 나이였다.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나?

“그 당시엔 슬램덩크 열풍이었다. 강백호가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농구를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였지만, 정말 간절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Q. 완강하던 부모님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수 있었나?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집에서는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았고, 밥도 먹지 않았다. 그것이 꼬박 일주일이었다. 부모님께 이런 행동을 보인 적이 없는데 정말 그만큼 간절했다.

어머니가 먼저 포기하고 농구를 허락했고, 아버지는 계속 완강하다가 어머니의 설득으로 결국 허락을 했다.“

Q. 매우 늦게 시작한 운동이다. 힘들지 않았나?

“죽을 것 같이 힘들었다. 슬램덩크 속 강백호를 보며 환상을 쫓아 농구를 시작했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합숙, 엄청난 체력훈련 등 나에게는 모두 낯선 경험 투성이였다. 결국 몇 일만에 운동을 그만두겠다며 뛰쳐나왔다. 하지만 아빠의 도움으로 다시 시작했다. 그 때마다 아빠께서 붙잡아 주셨다. 결국 나를 도와주기위해 회사까지 관두셨다. 정말 죄송했다. 그때는. 그때를 생각하니 자꾸만 눈물이 나온다”

마음을 다잡고 운동을 시작하자 김현민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나갔다. 고 3이 되자 전주고의 전관왕을 이끄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당시 전주고는 ‘경기만 나가면 이긴다’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올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거의 모든 시합에서 20점 가까운 점수로 승리를 따냈다. 김현민도 고3때만 MVP 두 번을 수상했다.

Q. 전주고 시절처럼 펄펄 날기 위해 현재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겁을 먹지 않고 농구 자체를 즐기는 자세이다. 오랫동안 프로선수를 해오던 선배선수들에게 겁을 먹고 내 경기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전주고 시절도 떠올리고, 3차전의 내 모습도 떠올리면서 긍정적으로 농구에 임하고 싶다 ”

김현민은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덩크 콘테스트’에서 ‘덩크 왕’ 을 차지했다.

빨간 머리로 염색하고, 빨간 유니폼을 입고 완벽히 슬램덩크의 강백호 코스프레를 했다. 그리고 올스타에 뽑히지 못한 것에 설욕이라도 하듯 화려한 덩크를 선보였다. 만화 슬램덩크 속 ‘강백호’ 를 동경하며 농구를 시작한 소년이 한국의 ‘강백호’ 가 되어 코트에 섰다. 수상 후 가진 인터뷰에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라며 연신 웃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자들과 팬들은‘정말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선수’라며 축하했다.

Q. 강백호 코스프레를 하고 ‘덩크왕’ 이 되었다. 그 때의 기분은?

“내가 그토록 동경하던 만화 속 강백호가 되어 정말 강백호가 된 듯 덩크를 했다. 마치

만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게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올스타 선수에 뽑히지 못해 서러웠는데 덩크왕을 수상해서 모든 서러움을 날려 버릴 수 있었다. ”

Q. 평소 길거리를 다닐 때 199cm 의 큰 키 때문에 벌어졌던 에피소드는?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위 아래로 쳐다보며 키 한번 재보자고 할 때가 많다. 한 번은 키 정말 크다며 농구선수 하면 딱 이겠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Q. 프로농구로서 받은 첫 목돈은 어디에 사용했나?

“부모님께 명품 시계와 핸드백을 선물했다. 워낙 검소하신 분들이라 내가 한 번쯤은 사드리고 싶었다. 아버지의 임플란트 치료비도 내드렸다. 첫 월급인데 부모님께 선물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물 사고 남은 비용은 가족의 집 사는 데 보탰다”

Q.다음 시즌 전까지 무엇을 할 계획인가?

"엉성 투성이인 나를 믿고 사랑하는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모든 시간을 쓸 것이다. 특히 내가 부족한 기본기와 슛 감각 연습에 매진할 것이다."

Q. ‘농구선수로서 나는 이렇게 기억되고 싶다!’

“깜짝 스타를 뛰어넘어 굵직한 선수로 성장 하고 싶다. 그래서 팀의 우승을 함께 하고 싶다. 단 한번으로 끝났었던 국가대표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또 다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을 위해 코트를 누비고 싶다.”

김현민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뒤에서만 땀 흘리던 선수였다. 하지만 그가 흘렸던 수많은 땀들은 그가 빛을 발하게 해주었다. 이제 그는 진정한 도약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2012-2013 시즌 ‘반짝 스타’ 가 아닌 굵직한 슈퍼루키 김현민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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