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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기수원지, 금단의 땅에서 만인의 땅으로 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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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기수원지, 금단의 땅에서 만인의 땅으로 변하다
  • 하봉우
  • 승인 2013.01.16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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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신선이 사는 세계에 온 듯했다. 끝이 안 보일 정도로 키가 큰 나무들이 빽빽이 자라있는 숲과 그곳을 신선마냥 유유자적 걷고 있는 사람들. 몸이 정화되는 듯한 상쾌하고 맑은 공기. 그리고 보고만 있어도 빠져들 것만 같은 매력적인 푸른 수원지. 도심의 스트레스가 이곳을 둘러보는 사이 시나브로 사라졌다. 법기수원지는 자연과 사람이 하나라는 기분을 들게 했다.

양산시 동면 법기리에 위치한 법기수원지가 지난 7월 15일 개방됐다. 지난 1932년에 축조된 법기수원지는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79년 동안 한 차례도 개방되지 않은 금단의 땅이었다. 덕분에 양산, 부산 일대 7,000여 세대에 물을 공급해 온 넓고 맑은 수원지와 편백나무, 소나무, 히말라야시다 등 아름드리나무들이 가득한 숲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돼왔다. 이 때문에 ‘신비의 숲’으로 불리기까지 하는 등 지금까지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를 방증하듯 현재 개방된 지 세 달밖에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다녀간 시민의 수는 무려 12만 명이 넘었다. 이곳에 대한 소문을 듣고 지난달 수원지를 찾았다.
 

수원지가 있는 법기 마을은 주말을 맞아 바람을 쐬러 나온 방문객들로 가득했다. 대부분이 친구, 연인, 가족 단위로 보였다. 거리에는 파전, 잔치국수 등을 파는 먹거리 체험장, 집과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만들어 놓은 분식집, 생태환경 체험장 등이 즐비했다. 도로변에서 자신들이 직접 기른 채소, 야채 등을 파는 주민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길을 따라서 계속 안으로 들어가니 법기수원지 입구가 나왔다. 입구 옆에는 법기수원지 관리사무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근무하는 관리인 두 명이 방문객들의 가방을 회수하고 음식물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수원지 내에는 음식물 반입이 금지다.
 

가방을 맡기고 주변을 둘러보니 수원지는 없고 족히 10~20m는 돼 보이는 키 큰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그 나무들 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었다. 사람들은 쳐다보기에 목이 아플 정도로 높게 자란 나무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맑고 시원한 공기는 한층 더 기분을 ‘업’시켜 주었다. 수목들 사이로 뛰어다니는 다람쥐는 꼬마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방문객 박은진(21) 씨는 “맑은 공기도 마시고 친구들과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며 “앞으로도 자주 오고 싶은 곳”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산책로를 따라 안으로 100m가량 걷다보니 오른쪽으로 거대한 둑이 나타났다. 넓이는 100m가량, 높이는 30~40m가 돼 보였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에는 힘들 정도로 폭이 좁은 돌계단이 둑 아래에서 꼭대기까지 이어졌는데, 산책로를 걷던 사람들은 모두 둑의 꼭대기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뒤질세라 숨을 헐떡이며 꼭대기까지 올랐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곳에는 둑 밑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 푸른 수원지와 그곳을 둘러싼 웅장한 산,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사람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수원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고, 둑에 걸터앉아 수원지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원지의 화려하진 않지만 맑고 깨끗한 모습은 그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방문객 김민재(27) 씨는 “아무 생각 없이 수원지를 보고만 있는데도 기분이 좋다”며 “일상에서 겪었던 스트레스가 절로 해소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둑에는 반송도 몇 그루 자리 잡고 있었다. 반송은 밑동에서부터 줄기가 여럿으로 갈라져 자란 소나무를 말한다. 키가 크지는 않았지만 넓게 자란 줄기와 무성한 잎이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해주었다. 마치 이곳에 오래 산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았다.

그러나 수원지에 꼭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주차 공간이 부족했고 교통체증이 심했다. 갑자기 많은 방문객들이 들이닥쳐 주민들의 피해도 우려됐다. 방문객 강민아(22) 씨는 “아직 개방한 지 얼마 안돼 문제점이 많을 수도 있다”며 “앞으로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기본적인 예의질서를 지킨다면 명품 관광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법기수원지는 현재 전체 68만㎡ 가운데 댐 아래쪽 2만㎡만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 때문에 산책로를 포함해 법기수원지 내를 구경하는데도 30분 정도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아직 개방되지 않은 호수 너머가 더 궁금했다. 2차 개방은 수원지 둘레길을 조성해 내년 7월에 할 예정이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의 몰림 현상으로 자연피해가 우려돼 보류됐다. 한편 당국은 곧 주말 방문예약제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주말에 수원지를 방문하려면 법기수원지 관리사무소에 미리 연락을 해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대중교통은 노포동 지하철역에서 마을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20분마다 운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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